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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오미크론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데… “정부의 재택환자 대응책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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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월요일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드라이브스루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4장의 사진을 레이어로 합성하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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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미크론 대응조치 시행 시점을 설 연휴 이전인 오는 29일로 앞당긴 것은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6일 전국 확진자 64%가 수도권에 몰린 가운데 전국 곳곳에 확진자가 폭증했다. 세종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서 세자릿수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델타의 3배 이상인 것은 알려져 있다. 관건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관리다. 보통 확진자가 늘어나면 2~3주 후에 위중증 환자가 늘어난다. 오미크론은 강한 전파력과 달리 치명률은 0.16%로, 델타(0.8%)의 5분의 1이고, 인플루엔자(독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 “의료 체계 미완성 상태에서 급전환 안돼”

이렇게 치명률이 낮다고 해도 절대적인 확진자 숫자가 짧은 시간에 급증하면 의료 대응 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확진자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설 연휴에는 재택치료가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9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오미크론 대응책 전국 시행이 대비가 돼 있는지 의구심을 보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동네 의원의 코로나 환자 치료 참여 확대 등 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그 방향으로 대책이 마련됐는지는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전날 서울에서 진료를 시작한 외래진료센터는 서북병원, 서울의료원, 강남베드로병원, 희명병원, 혜민병원, 미소들요양병원 6개소에 그친다. 정부는 전날 긴급 시도지사회의를 개최하고 재택치료 의료기관의 예비명단을 확보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여기에 고위험군이 아닐 경우 유전자증폭(PCR)검사 대신 신속항원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을 골자로 한 오미크론 대응체계는 ‘전체 확진자 규모’ 억제보다 ‘고위험군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대응체계를 전환했다가는 오히려 확진자 급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동네의원의 재택치료 참여가 저조한 것에 대해선 “24시간 근무가 불가능한 것이 문제다”라며 “동네의원 10곳씩 조를 짜서, 열흘에 한 번씩 의사 1명이 야간 당직 근무를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인 국가의 백신접종률이 높아서 치명률이 낮게 집계된다는 통계적 오류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12세 이하 소아청소년이 오미크론에 노출됐을 때 영향력은 아직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 “진단→치료까지 신속 대응 체계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대응 체계도 ‘신속함’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봤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은 델타와 비교해 전파력도 강하지만, 잠복기가 3일 정도로 매우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속하게 확진자를 가려내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가 떨어져서 양성이 나오면 거의 양성이 확실하다”라며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을 받으면 바로 PCR 양성으로 취급해서 격리와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관리예방통제센터(CDC)도 신속항원검상에서 양성이 나오면 곧바로 격리 조치에 들어간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진단검사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며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PCR 검사를 또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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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미크론 잠복기 3일, 치료제 투약도 빨리해야

재택치료의 경우에 먹는 치료제 처방과 약 배달이 병원과 약국으로 이원화돼 있는데, 이를 통합해서 병원에서 진료 처방 배달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 교수는 “끊김 없이 치료제 처방에서 투약까지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엄 교수도 “재택치료는 경구용 치료제 분배, 보급, 처방 등에 있어 준비가 더 필요한 부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맥주사인 ‘베클루리(성분명 렘데시비르)’와 먹는 약 ‘팍스로비드’는 오미크론에 감염됐을 때 입원과 사망 위험을 80% 이상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약은 증상이 나타난 후 위중증으로 진행되기 전(약 5일 이내)에 투여해야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확진자의 자가 격리 기간을 7일까지 줄인 것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확진자의 격리기간을 5일로 단축한 것을 언급한 후 “의사, 대중교통 운전사 등 사회필수인력이 단체감염되는 경우가 한국도 생길 수 있다”며 “정부가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도 “오미크론은 기본적으로 델타와 특성이 많이 다르다”며 “(이제는 유행을 억제한다는 관점보다는) 급격하게 유행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 사회를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대응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엄 교수는 “전파 차단의 목적이라면 확진자의 격리기간을 7일보다 더 줄이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최정석 기자(standard@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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