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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인체 유해” “신기술 이해 못해”...염색 샴푸 판매 금지에 와글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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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 샴푸. /모다모다 제공


머리를 감기만 해도 흰머리가 검게 물든다는 샴푸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판매가 이르면 2024년부터 중단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모다모다 샴푸 핵심 원료인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잠재적인 유전독성이 있고 피부 감작성(피부가 민감해지는 증상) 우려가 있어 이 원료를 ‘화장품 사용 금지 목록’에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규제 심사 등을 거쳐 올 상반기 중 THB 원료를 ‘화장품 사용 금지 원료’에 올리면 제품 생산은 올 하반기부터, 판매는 2024년부터 금지된다.

모다모다 샴푸를 개발한 연구진은 “형평성·정당성을 무시한 행정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더 독한 성분을 포함한 제품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는데, 모다모다 샴푸만 문제 삼는 것은 편향된 결정이라는 것이다. 제품 개발을 주도한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의 혁신 기술이 묻히는 것 같아 답답한 심정”이라며 “안전성이 불안하다면 모다모다 샴푸에 대해 안전성을 다시 검증해보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머리 감기만 하면 검게 염색

지난해 8월 출시된 이 샴푸는 머리를 감기만 해도 새치가 검게 염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출시 이후 150만병 이상 팔렸고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5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사과가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갈색으로 변하는 원리를 이용해 이해신 교수가 개발했다고 한다. 이 샴푸는 미국에도 수출돼 아마존⋅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품절 대란’까지 일으켰고, 현재 일본 온라인 업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배우 윤여정, 소프라노 조수미, 야구 선수 추신수 등 명사들도 이 제품을 주문해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은 지난해 11월 식약처가 모다모다 샴푸 광고를 ‘과대광고’라고 4개월 광고 금지 처분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식약처는 이후 THB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라며 지난해 12월 27일 ‘화장품 사용 금지 원료’로 지정하겠다고 행정 예고했다. 모다모다 측이 “THB가 소량 들어가 있고 샴푸라는 제품 특성상 사용 시간도 짧은 데다 모두 물에 씻겨나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식약처는 “소량이라도 인체에 흡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26일 이 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THB 유해 성분인가 아닌가

모다모다 샴푸의 핵심 원료인 THB의 유해성을 놓고 식약처와 모다모다 측 주장은 팽팽히 맞선다. 식약처는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에서 박테리아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THB가 세포 유전물질(DNA)에 변이를 일으키는 잠재적인 유전독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잠재적인 유전독성이란 건 발암성이 우려되는 것이고 유전자가 변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노출이 되면 사용량과 관계없이 유전독성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모다모다 주장은 다르다. 인체를 구성하는 포유류 세포에는 THB 성분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럽 실험은 피부 흡수를 전제로 한 실험인데, 모다모다는 세정제이기 때문에 위해 여부를 똑같이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샴푸 성분이 잔류하는지 확인했지만 샴푸 잔류량이 없었다”라며 “머리를 감아도 수건에 묻어나오는 것이 없는데 THB가 왜 흡수가 되느냐”고 했다.

또 식약처는 모다모다가 ‘탈모 완화 기능성 화장품’으로 출시된 만큼, 염색 기능을 강조하려면 염모제(염색제)처럼 ‘염색 기능성 화장품’으로 등록받은 뒤 유통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모다모다는 염모제가 아니라 샴푸”라며 “샴푸를 쓴다고 바로 염색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개인에 따라 염색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염모제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주 독한 염모제도 수두룩한데 왜 모다모다 샴푸만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식약처가 기존 제도의 잣대로 신기술을 사장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날 모다모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과학자의 고뇌가 담긴 혁신 기술에 기반해 이제 막 기지개를 켠 국내 중소기업의 존폐가 걸린 관련 법 개정 추진을 재검토해달라”며 “현재 진행 중인 유전독성 테스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번 개정안 고시를 연기해달라”고 식약처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아무리 혁신적인 신기술이라도 화장품으로서 안전성은 반드시 입증돼야 한다”며 “신기술이기 때문에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커다란 오해”라고 밝혔다.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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