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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주가 많이 듣던 "2층으로 따라와!" 롯데에서는 듣지 말아야[SS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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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삼성 이학주.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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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롯데로 트레이드된 이학주(32)는 ‘게으른 천재’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훈련에 지각하는 등의 불성실한 태도가 재능을 꽃피울 기회를 빼앗아갔다는 지적이 있다.

지인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학주의 이런 태도는 마이너리그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약금 115만 달러를 받고 메이저리그 시카고컵스에 입단한 이학주는 루키 시즌부터 팔꿈치 인대접합과 뼛조각 제거 수술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을 보낸 뒤 마이너리그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동기생들에 비해 빅리그 데뷔가 늦어진 데다 트레이드 등의 곡절을 겪으며 상실감에 빠진 게 이런 습관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다. 물론 고교 시절부터 ‘초고교급’으로 불렸기 때문에 팀이나 동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이학주의 가장 큰 단점이자 유일한 약점은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근면·성실함’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이너리그시절 팀 메이트의 증언에 의하면 이학주가 꽤 자주 들었던 말이 “2층으로 따라와”였다고 한다. 불성실한 태도로 훈련에 임하거나 팀 분위기를 저해할 때마다 구단 관계자가 팜 디렉터 사무실로 데려가 ‘진지하고 성실하게 야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가진 재능이 뛰어나고, 발전 가능성 또한 높으니 어르고 달래 메이저리그에서 원하는 자세(attitude)를 갖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빅리그가 가까이 올 때마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꿈이 좌절된 이학주의 허탈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유니폼을 입고 팀원이 됐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더구나 이학주는 프로 선수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후배 선수들, 특히 프로에 갓 입문한 어린 선수들의 성장 환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팀 규율을 어겨도 실력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시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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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3번 전준우가 안타를 터트린후 자축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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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학주에게 롯데가 손을 내밀었다. 무엇보다 주전 유격수로 뛸 선수가 마땅치 않았고, 롯데가 추구하는 발빠른 좌타자 라인업에도 부합했다. 롯데에서마저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프로야구 선수 이학주는 ‘워크 에식(work ethic)’이 부족한 선수라는 낙인과 함께 사라질 수도 있다.

고무적인 점은 이런 그를 보듬어줄 수 있는 선수가 롯데에는 있다는 것이다. ‘빅보이’ 이대호(40)와 ‘캡틴’ 전준우(36), 동기생인 안치홍 등이 소통과 대화로 이학주를 팀원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대호와 전준우는 ‘야구와 팬에 대한 존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더그아웃 리더다. 코칭스태프가 관여할 수 없는 영역까지 커버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 후배들을 따끔하게 질책할 수 있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안정되면 타선이 신바람을 내는 팀이다. 이학주의 가세는 외야의 DJ 피터스와 함께 롯데 수비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모두가 원하는 해피 엔딩을 위해서는 이학주뿐만 아니라 그를 팀 메이트로 받아들인 ‘자이언츠 맨’들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이학주가 최고”라는 찬사가 이어지는 것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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