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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첫단추부터 잘못 낀 오미크론 대응…사후약방문식 당국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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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 높은 델타에 맞춰 중증 병상 확보 주력

오미크론 대응 핵심인 경증 환자 볼 동네 의원 부족

3.1만명분 확보하고 200여명 투약한 '먹는 치료제'

복잡한 처방 및 투약 절차 문제…데이터도 부족

[이데일리 양희동 박경훈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만명을 넘긴 26일 오미크론 변이 대응 체제로의 전국 전환 시점을을 다음달 3일로 확정했다. 당초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7000명이 넘으면 오미크론 대응 체제로 즉시 전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증 진료를 담당할 동네 병·의원 확보 등 사전 준비 부족으로 실제 전환 시점은 2주 가량 지연된 셈이다. 또 재택치료자 급증에 대비해 이달 3만 1000명분을 확보한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투약 대상 및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지난 14일 이후 누적 복용자가 200여 명에 그치며 아직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데일리

(디자인=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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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대응책을 오미크론까지 연결해 ‘엇박자’

오미크론 대응의 첫 단추는 지난해 11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시점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던 당시 위드코로나를 전격 선언하며 하루 1만명 규모 확진자를 감당할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던 11월 말 하루 3000명 수준이던 신규 확진자는 12월 8일 7174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고, 15일엔 7848명까지 급증했다. 위중증 환자도 1000명을 넘어서고 전국 중증 병상 가동률은 80%를 웃도는 등 의료시스템의 붕괴에 직면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18일부터 위드코로나를 멈추고 전국의 중증 병상 확보에 주력하게 된다. 그 결과 이날 기준 전국 중증 병상 가동률은 17.6%(2289개 중 439개 사용)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거리두기를 시작한 지난달 18일(80.9%·1299개 중 1052개 사용)과 비교하면 가동률은 63.3%포인트 줄었고, 병상 수는 2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중증 병상 확보 전략은 델타변이가 우세종일때 유효하다는 점이다. 치명률이 0.8%에 달하는 델타변이와는 달리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은 ‘5분의 1’ 수준인 0.16%로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0.1%)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로인해 중증 환자보다는 경증 환자의 폭발적 증가에 진작 대비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날 0시 기준 확진자는 1만 3012명에 달했지만, 위중증 환자는 385명으로 델타 시기 신규 확진자 2000명대가 발생했을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경증 환자를 담당할 동네 병·의원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이날까지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으로 등록한 병·의원은 360개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3일부터 전국 호흡기 전담 클리닉 431개소와 지정된 동네 병·의원을 참여시킬 계획이지만 중증 병상 확보에만 주력하면서 경증 환자를 치료할 동네 병·의원 확보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지금 상황을 너무 낙관하고 대응도 늦었고 그 내용도 실효적이지 않다”며 “핵심은 동네 코로나 1차 호흡기 전담클리닉 준비가 다 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국민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7일 열렸던 오미크론 대응 토론회에서도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다. 당시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에 대비해 현재의 거점 병원 위주의 긴급 의료체계를 의원급이 참여하는 외래 진료 방식으로 재편하라고 입을 모았다. 김진용 인천광역시의료원 진료과장은 “오미크론은 경증환자가 엄청나게 많아질텐데 재택 치료의 경우 외래를 볼 공간이 없다”며 “중환자나 입원 환자 외에도 치료할 수 있는 외래진료 공간을 확보하고, 오미크론 이후 또다른 변이에 대비하기 위해 1급 법정감염병에서도 제외해야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팍스로비드’ 3.1만명분 확보하고도 200명 투약

오미크론 확산에 대비한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았던 화이자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도 정부가 투약 대상 및 수요 예측과 공급 절차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달 3만 1000명분을 확보하고도 실제 투약자는 200여명에 그치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병용금지 의약품이 60대 이상이 많이 앓는 고지혈증·협심증 등 기저질환에 쓰이는 28개 성분(국내 허가 23개)에 달한다. 이에 각 성분의 반감기(성분이 체내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기간) 등을 고려해 투약할 수 밖에 없어, 복용 환자가 예상보다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14일부터 65세 이상 경증~중등증 환자에 대해 팍스로비드 투약을 시작했고 22일부터는 대상 연령을 60세로 낮췄다. 최근엔 50세까지 투약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50대(50~59세) 오미크론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투약 효과에 대한 데이터 확보가 선행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지나치게 복잡한 절차로 인해 투약 확대가 늦어지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팍스로비드는 투약 절차가 너무 복잡해 투약 기준도 병용금지 의약품과 기저질환 등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진단서 등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 확인 절차 등을 간소화하고 동네 병·의원에서 대면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처방을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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