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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K-배터리 말곤 선택지 없다"···커지는 미국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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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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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을 한 번 가동하기 시작하면 최소 10년 가동이다. 이제 막 커지기 시작한 시장에서 현지 전기차 업체들과 공고한 관계를 가져갈 수 있다는 건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분명 큰 기회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1위 자동차 기업 GM과 3조원을 들여 현지 배터리 제 3공장을 짓기로 전격 결정한데 따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향후 연평균 50%가 넘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 3사가 추종을 불허하는 주도권을 쥐고 나갈 것이란 기대다.


미국 1~2위 자동차 기업 다 잡은 LG·SK···삼성SDI도 투자대열 '합류'

26일 이뤄진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 배터리 기업 '얼티엄 셀즈'의 신공장 발표는 이미 지난 1~2공장 발표시부터 예견됐던 사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 GM과 합작사를 설립한 뒤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배터리 공장 착공에 돌입했으며 약 2년 만인 2021년 테네시주 2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2공장 설립 당시, GM 측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2곳 더 짓겠다고 밝혔었는데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이 머지않은 시일에 미국에 4공장 설립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들이 나온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GM이 전기차 배터리 3~4공장 설립 계획을 알릴 당시 파트너를 직접 언급친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파트너(LG)와 함께 갈 가능성이 크다"며 "포드가 SK온과 손잡은 것처럼 미국 1~2위 대표 자동차 기업들이 모두 한국 기업들과 최소 10년 이상의 파트너십을 다져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SK온도 포드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 후 공장 설립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SK온은 포드와 합작키로 한 '블루오벌SK' 생산공장 부지를 테네시주와 켄터키주로 선정한다고 밝힌 뒤 양사가 13조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총 129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해 5월에 밝혔던 계획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포드는 유럽에서도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시사한 만큼 LG에너지솔루션·GM의 협력 사례처럼 SK온이 유럽으로도 생산 거점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부지 선정이 완료되진 않았지만 삼성SDI도 지난해 말 스텔란티스와 23GWh 규모 배터리 합작법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삼성SDI는 향후 공장 규모를 40GWh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양산시점은 2025년이다. 스텔란티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도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제 2의 테슬라'라 불리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합작법인 설립설도 꾸준히 흘러나온다.

미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이렇듯 공고한 파트너십은 한국 배터리 회사들에 기회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EV+PHEV 기준) 배터리 시장은 2021년 46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286GWh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연 평균 성장률만 58%에 달한다. 이 기간 중국 성장률은 44%, 유럽 성장률은 54%다.


한국에 러브콜 보내는 美 자동차 회사들···왜?

바이든 정부 들어 전동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한국 배터리 업계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된다. 기술력, 풍부한 양산경험, 미중갈등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 합계가 30.8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5%, SK온이 5.8%, 삼성SDI가 4.5%로 6위권에 포진해 있다.

시장점유율에서 알 수 있듯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기술력 측면에서 선두권이다.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제외한 비중국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1위를 기록중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오랜 시간 투자해 쌓아온 방대한 지식재산권(IP)을 무시하지 못한다"며 "전기차 업체들이 파트너를 낙점할 때도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CATL이 현재 글로벌 점유율 기준 1위라고는 하나 자국 지원 정책 영향이 크다"며 "중국 외 시장에서는 물론 고급에서 보급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기차에 적용되는 배터리에 대한 기술력을 검증받기까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풍부한 양산경험도 무시 못할 변수다. 일례로 유럽에서 노스볼트가 지난해 말부터 양산에 성공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정확한 수율이나 품질 등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일본 파나소닉이 일본 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5위권에 들긴했지만 한국 기업들에 비해 보수적 투자로 인해 테슬라 이외의 거래선을 다양화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이밖에 현재 미중 갈등도 미국 전기차 업체들이 중국이 아닌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기회를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배터리, 반도체 등 중요 부품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게 중요 정책 현안"이라며 "이런 실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 전기차 회사들의 선택지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내에 건설 예정인 13개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 중 11개가 국내 3사 관련 설비로 확인됐다. 포트, GM, 스텔란티스 등과 합작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5곳, 삼성SDI는 1곳에서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5년에는 국내 기업들이 구축한 설비에서 미국 전체 배터리 생산량 중 약 70%(현재 10.3%)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한편 백악관도 이날 GM의 대규모 투자 발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백악관은 "경제 전략이 미국의 역사적인 제조업 재건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가장 최근의 신호"라며 "초기부터 우리 행정부는 미국이 미래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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