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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연세 많은 농민들도 찾는 앱…업계 최대 2100억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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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가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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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700억원을 투자받아 누적 투자유치 금액 2100억원을 기록한 그린랩스에 농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린랩스는 '팜모닝'이라는 디지털 농업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농민들은 팜모닝을 통해 자신이 재배하는 작물에 대한 재배, 병해충, 농자재 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 수확한 농산물을 유통시킬 수도 있다. 처음 농사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정부 보조금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 지, 자신에게 딱 맞는 스마트팜은 어떻게 설계하는 지에 대한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서비스 개시 1년 6개월만에 팜모닝 가입 회원 50만명을 달성했다. 우리나라 전체 농가수 100만을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다. A부터 Z까지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제공하겠다는 플랫폼은 전세계에서 그린랩스가 유일하다. 그린랩스는 IT 창업가 출신 동료 셋이 공동 창업했다. 그 중에서 경영을 총괄하는 신상훈 대표(42)를 만나 그린랩스가 추구하는 디지털 농업에 대해 들어봤다.

-농민들의 디지털 이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깼는데.

▷팜모닝은 농민들의 생업에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농사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연세가 많으신 농민들도 팜모닝에 적극 가입하신다. 택시 기사님들 누구나가 모바일 콜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고령농이 많은 것을 감안해 굳이 팜모님 앱으로 들어오지 않아도 메신저를 통해 알림 톡 형태로 맞춤형 정보를 보내드린다. 예컨대 수확 예정인 작물을 등록해 놓기만 하면 언제 어떻게 팔아야 할 지를 우리가 먼저 알려주는 방식이다. 농민이 클릭 한 번만 하면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한다.

-A부터 Z까지의 서비스란 무슨 개념인가.

▷농업인들이 현장에서 하는 일을 큰 범주로 구분하면 계획과 재배, 유통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농업인들이 경험이나 관행, 주변 사람의 소개로 이뤄지던 이런 과정을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해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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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훈 그린랩스 대표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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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들의 계획 단계에서 팜모닝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실 농업인들은 농사를 짓기 전에 올해 어떤 작물을 어떤 시설에서 재배해 수확 후 얼마를 팔아 비용을 제외하고 얼마를 벌겠다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우리 농업계에서는 이런 계획이 문서화돼 있기 보다는 농업인의 머릿 속에 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작년에 옆집에서 파프리카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나도 이번엔 파프리카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이래서는 농업으로 돈을 벌기가 어렵다. 예컨대 팜모닝은 올해는 수급 상황을 감안할 때 파프리카보다는 딸기를 재배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농민에게 권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딸기 재배가 끝나는 4월에는 같은 곳에 애플수박을 심으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지 않냐고 제안도 해준다.

-팜모닝이 지원해주는 계획 단계에 해당 작물을 위한 농장 설계도 포함되나.

▷농업인이 만약 딸기 농사를 짓겟다고 결정하면 그에 가장 잘 들어맞는 스마프팜에 대한 설계와 시공에 대한 제안도 해드린다. 그린랩스가 직접 시공을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프로젝트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외부 시공사를 섭외해 주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재배 설비에 관한한 농민들이 신경쓰지 않아도 완성될 수 있도록 우리가 관리해준다는 사실이다.

-자체 스마트팜 경쟁력을 갖추고 있나.

▷그린랩스의 첫 사업 모델은 스마트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이었다. 어떤 농민이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비닐하우스를 스마트팜으로 전환하려 할 때 거기에 들어가는 스마트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일이었다. 그린랩스가 그렇게 해서 스마트팜 솔루션을 공급해준 농가 수가 지금까지 총 2000여 개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그린랩스는 막대한 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스마트팜 분야 최고 전문기업이 됐다고 생각한다.

-농업인들이 실제 재배단계에서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애플수박을 처음 재배하는 농민이라고 생각해보자. 처음 씨앗을 뿌릴 때부터부터 온도와 습도는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병해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게 낯설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주변의 비슷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물어서 해결했다면 팜모닝은 최고의 전문가 집단을 동원해 온라인으로 컨설팅을 해준다.

-농민들에겐 판로가 제일 중요한데.

▷팜모닝이 농민을 대신해 유통을 맡아준다. '내 농산물 출하하기'에 작물을 등록하면 팜모닝에 연결돼 있는 바이어를 찾아주는 방식이다. 농가에서 바이어 제안을 받아들이면 물류까지 연결해주고 정산도 바로 해드린다.

-작년 매출 1060억원은 어떻게 구성되나.

▷매출의 절반 가량이 계획과 재배 단계에서 나왔고, 나머지 절반은 농산물 유통에서 나왔다. 계획 단계 매출은 대부분 스마트팜 솔루션 제공 쪽에서, 재배단계 매출은 농자재 공급과 컨설팅 등에서 나왔다. 유통분야 매출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이에 힘입어 올해는 5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니콘(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 진입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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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랩스가 운영하는 디지털 농업 플랫폼 `팜모닝` 앱의 화면. [사진 제공 = 그린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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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사업 계획은.

▷올해 상반기 중에 금융 서비스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농업인들이 농사를 지으려면 상당한 시설자금이 필요하다. 금융사들과 손을 잡고 농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려고 준비중이다. 팜모닝 서비스의 아시아 등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각 국에서 협업이 가능한 현지 농기업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

-팜모닝과 같은 플랫폼이 다른 나라에는 없나.

▷유사한 회사들은 있지만 그린랩스처럼 식품의 전방산업에 해당하는 모든 밸류체인을 포괄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 농업계의 구글·아마존으로 불리는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FBN)라는 곳이 있지만 주로 대농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린랩스와는 다르다. 우리는 소농을 포함한 모든 농가들이 연결된 밸류체인에서 공급망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투자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전 그린랩스에 대해 갖고 있던 염려는 어떤 것이었나.

▷농업 플랫폼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의 정부 규제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였다. 그런 우려에 대해 우리는 농민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농민들과 상생하는 비즈니스라는 점을 강조했고 투자사들이 잘 이해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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