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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금융위, 14개월 끈 삼성생명 제재案 ‘보험업법 위반 아니다’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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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등 삼성생명에 대한 제재안 심의 결과 과징금 1억5500만원을 부과하는 등 당초 제재안 징계 수준에서 크게 경감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20년 12월 금융감독원이 중징계를 결정한 뒤 1년 2개월 만에 제재안을 사실상 뒤집은 셈이다. 특히 삼성SDS에 대한 부당 지원 혐의에 대해서는 실정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기관경고 조치는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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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26일 삼성생명이 약관에서 정한 암 보험 입원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대주주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내용의 금감원 제재안을 심의한 결과를 발표했다. 암 입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과징금 1억5500만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별도 의료 자문을 받지 않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금감원 논리를 기각한 것이다. 다만 보험금 부지급은 약관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일종의 단순 미지급으로 본 것이다. 기관경고 조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이 계열사 삼성SDS에 의뢰해 1600억원 규모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납기가 지연됐는데도 150억원의 배상금을 받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현행 보험업법 규정으로 제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저 삼성생명이 용역 계약 관리 과정에서 제대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만 문제삼아 조치 명령을 부과했다. 업무 처리 절차와 기준을 개선하고, 지연 배상금 처리 방안을 마련해 이사회 보고 후 자체적으로 처리하라는 것이 골자다.

지난 2020년 12월 금감원은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기관경고 제재안을 결정했다. 삼성생명에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3개월 감봉·견책 등의 조치를 하는 내용이었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직접치료 목적으로 충분히 볼 수 있는 500여건의 입원 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약관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해당 보험 약관은 암 치료를 위해 4일 이상 계속해서 입원했을 때 입원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면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거절했고, 계약자가 추가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경우 ‘암 입원 보험금 화해 가이드라인’이라는 자체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화해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려면 의료 자문을 거쳐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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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생명은 지난 2015년 삼성SDS와 IT시스템 구축 계약을 맺었는데, 삼성SDS는 납기를 6개월가량 어겼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15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납기 지연에 따른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2019년 삼성생명 종합검사에서 이를 적발하고, 부당한 계열사 지원으로 봤다.

금융위는 암 입원 보험금 미지급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심사는 보험사의 본질적 업무”라며 “삼성생명이 의사의 자문 없이 자체 판단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약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급을 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 보호 규정과 약관을 어겼다고 봤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자체 판단으로 지급을 거절한 것은 보험업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삼성SDS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서는 “현행 보험업법에 대한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지연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을 자산의 무상 양도로 보지 않고 있다”며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또 “최근 대법원 판례를 보면 대주주와의 거래 제한 규정에 대해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위는 금감원의 기관경고 제재안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임직원 제재도 추진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 법 체계 내에서 고심한 결과”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삼성생명 제재안 심의 과정에서 10차례 이상 안건소위원회 논의를 진행하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또 제재안 심의 기간 동안 연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서 계열사에 대한 지연 배상금 미청구가 보험업법 위반이 아니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과정에서 별도 의료 자문이 필요 없다는 법령 해석을 내렸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봐주기 심의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의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이런 금전적 지원을 하는 행위,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금융위가 제재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게 과연 정당하다고 볼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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