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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단일화에 달린 2022년 대선 다시 안철수의 시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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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불과 5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내홍을 겪었던 국민의힘 사태가 정리된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구도가 다시 재현되고 있지만 둘 다 박스권에 갇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상태.이런 가운데 안철수 후보는 ‘비호감 유력 대선후보’들에 실망한 유권자 층의 관심에 지지율 20%에 바짝 다가섰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첫 등장했을 당시 불었던 ‘안풍(安風)’이 재점화되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물론 안풍이 불고 있다 할지라도 거센 강풍은 아니다. 안철수 후보 독자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철수와 손을 잡는 후보는 그만큼 여유로운 승리가 가능할 수도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금방 사그라질 열풍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안 후보 자신은 절대 “단일화는 없다”고 하지만 대선 막바지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단할 수 없다. 단일화의 대상이 꼭 ‘안철수’란 법도 없다. 그의 몸값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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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오른쪽)·윤석열 국민의힘(왼쪽)·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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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구도는 이재명 vs 윤석열 혼전 양상

지난해 연말 이후 시작된 안 후보의 약진은 국민의힘 내분 탓이 컸다.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당내 중도층을 껴안을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사퇴하자 제1야당 후보를 향한 민심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국민의힘 분란이 극에 달했던 연초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1월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26%)은 30% 아래로 추락했다. 대신 이재명 후보(36%)는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갤럽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은 처음이었다. 국민의힘 내홍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다 비슷했다.

비슷한 시기에 KBS, SBS, MBC 등 방송 3사가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이 후보는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황이 정리되면서 다시 윤 후보의 지지율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11~13일(둘째 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후보(37%)는 윤 후보(31%)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격차는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1월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32.9%와 31.6%의 지지율을 보이며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윤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도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조사(지난 1월 10~11일, 전국 1011명 대상)에서 윤 후보는 39.2%의 지지율로 이재명 후보(36.9%)를 앞섰다. 윤 후보의 이 같은 지지율은 이 기관 조사에서 급락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선두 다툼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안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 기류를 제대로 타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내홍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상승추세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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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가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선대위 출범식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필승결의 구호 제창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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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점화된 안풍(安風) 어디까지 불까

안 후보는 한국갤럽이 실시한 둘째 주(1월 11~13일) 조사에서 17%의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직전 최고치 15%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수치다. 불과 한 달 전 이 기관 조사에서 5%의 지지율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인 상승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조사(지난 1월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에서도 안 후보는 전주 대비 2%포인트 상승한 14%의 지지율을 보였다.

넥스트리서치의 1월 15~16일 조사에서도 추세는 마찬가지였다. 안 후보는 12.7%의 지지율을 받았는데, 이는 이 기관의 한 달 전 조사 결과(3.1%)와 비교하면 4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안 후보 지지율 상승의 원인으로 2030세대와 중도층의 지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국민의힘 내분 당시 실망한 표심으로 분석된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 7~9일 전국 만 18~3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 후보는 이 후보(27.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는데 3위를 차지한 윤 후보(16.2%)와의 격차는 상당했다. 이번 조사를 지난해 12월 20~22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안 후보는 11.6%포인트나 상승했다.

물론 윤 후보에게 2030세대가 돌아간다는 여론조사 수치도 있다. 윤 후보가 이준석 당 대표와 손을 잡은 후 2030에 거의 올인하다시피하면서 다시 분위기 반전 기미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TV조선과 조선일보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1월 15~16일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20대 남성 유권자 층에서 36.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다른 경쟁 후보들을 압도했다. 30대에서도 윤 후보는 지지도가 올랐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 속에서도 안 후보의 기세가 크게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지키고 있는데, 여기에는 표심을 정한 부동층이 안 후보에 일부 안착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게다가 양자대결로 좁혀보면 윤 후보가 다시 추세를 잡았다고 보기도 힘들다. 단일화를 전제로 한 조사에서 전체 여론도 혼전 양상이기 때문이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1월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단일화 후보 적합도에서 안 후보는 50.8%를 얻어 윤 후보(33.9%)를 크게 앞섰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 의뢰로 지난 11~12일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안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이 후보에 대해 이겼지만, 경쟁력 측면에서는 안 후보가 높게 나타났다. 안 후보(47.3%)는 이 후보(33.8%)를 13.5%포인트 차로, 윤 후보(46.0%)는 이 후보(38.5%)를 7.5%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한국갤럽 둘째 주 조사에서도 추이는 비슷했다. 윤 후보로 단일화됐다고 가정할 때 윤 후보(42%)와 이 후보(40%)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지만,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서는 구도에서는 안 후보(45%)가 이 후보(38%)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다만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9~14일 전국 18세 이상 303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윤 후보의 경쟁력이 높았다. 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이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이겼지만, 수치는 윤 후보(45.2%)가 안 후보(42.2%)보다 높았다.

이처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정 후보의 독주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는 단일화가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야 후보 누구든 안 후보와 손을 잡는다면 올 3월 대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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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영등포구 대하빌딩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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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위한 물밑 작업 분주

먼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쪽은 야권이다. 이준석 당 대표가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고 단언하지만 물밑 기류는 다르다. 벌써부터 단일화의 초석을 놓기 위한 움직임이 긴장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후보와 직접적으로 접촉이 가능한 국민의힘속 인사들이 계속 단일화 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의 전제는 윤 후보로의 단일화다.

하지만 안 후보는 이런 흐름에 대해 단호하다.

안 후보는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혹시 ‘안일화’라고 못 들어봤나. ‘안철수로 단일화’다. 그게 시중에 떠도는 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안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안풍이 불기 시작한 직후와 비교하면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무조건 완주’하겠다는 뜻을 강조하던 안 후보가 최근 ‘단일화’를 종종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묘한 변화인데, 이를 한꺼풀 벗겨 놓고 보면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단일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 후보는 이 방송에서 대선 투표일 전날인 ‘3월 8일까지 단일화를 절대 안 한다고 단언할 수 있나’라는 거듭된 사회자의 질문에 “네. 단언할 수 있다”고 답했는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만일 단일화가 진행된다면 그 기폭제는 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마의 40%대를 넘어서는 순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현재 이 후보는 30% 중반대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 분란이 거셀 때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40%대로 진입하지 못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실점도 없었지만 득점도 없었던 아쉬운 시기였다”고 토로한다. 이는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여야 유력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 상대 후보의 추락에도 반사이익이 생기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게다가 이 후보는 올 초 탈모 공약으로 세간의 관심을 한껏 끌었지만 지지율로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끝내 40%대의 지지율에 도달한다면, 상황은 급반전될 수 있다. 정권교체란 대의 아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윤 후보와 안 후보를 강하게 짓누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은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민심보다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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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방문, 평화경제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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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의 지지율이 20%를 넘길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지지율 ‘20%’는 안 후보에게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는데, 2017년 대선에서 그가 받은 득표율이 21.41%였다. 만일 안 후보가 이번 바람을 타고 20%의 지지율을 확보한다면 그동안 정체됐던 그의 정치적 공간은 확장될 여지가 충분하다. 단일화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단 얘기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호남에서 가장 먼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앞지른 이후 충청·인천 순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민심의 흐름이 있다”면서 “빠르게 20% 선에 도달하고 나면 야권 내 보수 표심 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논의 본격화와 관련해서 설 전후에 어떻게든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 교수는 “현 지지율 추이를 보면 단일화는 당위적 흐름이라고 본다”면서 “정권 교체를 원하는 외부의 압력을 통해서 두 사람은 단일화 협상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평론가는 “지금부터 단일화를 위한 양측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역대 단일화 사례는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로 대선 승리를 거둔 경우는 먼저 1997년 15대 대선 당시 있었던 DJP연합이 있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손을 잡은 DJP연합의 핵심은 호남과 충청의 결합이었다. 정치적으로는 내각제가 고리였다. 여기에 대구 경북에 상징성이 있는 박태준 전 포항제철이 가담하면서 김대중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당시 유력 대선 주자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DJP연합, 이인제 전 의원의 출마로 인한 보수 진영의 분열, 아들의 병력비리의혹 등 3중고에 계속 시달리며 결국 패배를 맛보고 말았다. 이 후보는 공교롭게도 윤석열 후보처럼 선거기간 내내 가족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단일화가 대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때도 단일화로 인해 대권의 꿈을 접어야 했던 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였다. 이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줄곧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막판 손을 잡으면서 또 다시 울분을 삼켜야 했다. 2002년 대선은 투표 전날까지도 드라마틱했다. 대선 이틀 전 노무현, 정몽준 두 사람은 단일화를 이뤄냈지만, 하루 뒤 정 후보가 돌연 지지를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하지만 단일화로 인한 효과는 사라지지 않았고 결과는 노무현 후보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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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오른쪽)가 부인 김미경 교수(오른쪽 둘째)와 함께 서울시 서대문구 대학가인 신촌에서 20·30세대 청년들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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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일화에는 성공했지만 대선 판세를 뒤집지 못한 경우도 있다. 18대 대선 때 있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사례다. 안 후보는 당시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낀 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지율도 20~30%대의 고공행진을 벌였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린 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였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진보진영에서는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로 단일화는 성사됐다. 하지만 결과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였다.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가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보고있다.

이와 관련해 안 후보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2012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게 정치 인생에서 가장 후회된다”고 했다. 그는 또 한 라디오 방송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게 상대방에 대해서 경쟁력이 있고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되는 게 원칙 아니냐”면서 “그런데 그 당시에 민주당은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자기들에게 유리한 숫자가 나오는 것만 고집했다”고 밝혔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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