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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전쟁 나면 바게뜨 못 만들라"…우크라 위기 커지자, 뛰는 밀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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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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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동쪽으로 120㎞ 떨어진 체르니히브에서 밀 수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사진=AFP


'유럽의 빵공장'으로 불리는 주요 밀 생산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밀 등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네덜란드 암스테르담·벨기에 브뤼셀 통합 단일증시 유로넥스트에서 밀 선물 가격은 이틀째 급등했다. 3월물 밀은 9.75유로(3.5%) 오른 톤(t)당 290.75유로에 거래됐는데, 마감 장에서는 291.75유로/t까지 올라 지난달 2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벤치마크 밀 선물가격은 25일 오전 11시31분(현지시간) 3.5% 뛴 부셀(약 27㎏) 당 8.287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작년 11월 하순 이래 두달 만에 최고가격이다. 경질적색겨울밀 선물은 4주 만에 최고가로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유럽 병력 증강 준비로 시장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전날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미군 8500명 규모의 파병 대비 명령을 내렸다.

한 선물 트레이더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밀 시장에 많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 행동이 벌어지고 이와 관련한 경제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흑해 물자 흐름이 중단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밀 수입국들은 유럽연합(EU)이나 미국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독일의 한 무역업자는 "우크라이나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밀 수출 물량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잭 스코빌 프라이스퓨처그룹 부사장은 "두 나라에서 수출이 중단될 가능성이 밀 가격을 높였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미국 대초원 지대에서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작황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곡물 가격을 끌어올렸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캔사스 등 주요 생산지역의 겨울 밀 작황이 수주 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흑해 지역에 비옥한 토지를 보유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곡물 시장의 주요 공급처다. 두 나라는 세계 밀, 보리 공급량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우크라이나는 밀뿐 아니라 옥수수, 해바라기씨유의 주요 공급 국가이기도 하다.

국제곡물이사회에 따르면 2021~22년 시즌 집계로 우크라이나(6300만t)와 러시아(4000만t)는 쌀을 제외한 전세계 곡물 공급량의 25%를 차지했다. 러시아 컨설팅업체 소브에콘에 따르면 이 기간 두 나라의 밀 공급량은 대략 2000만t으로 조사됐다.

우크라이나는 2020년 밀 2400만t을 수확해 이 중 1800만t을 수출한 세계 5위 밀 수출국이다. 이곳 밀은 상당량 유럽연합(EU) 국가, 중국으로 수출되지만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이집트, 터키,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 개도국으로도 간다. 밀 소비 10%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의존하는 14개국 중 상당수는 이미 계속되는 정치적 불안과 폭력 사태로 식량 불안에 직면해 있다고 FP는 전했다. 예를 들어 예멘과 리비아는 밀 총 소비량의 22%, 43%를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한다. 이집트는 2020년 전체 밀의 14%를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했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이 전쟁으로 차질을 빚으면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식량 수입국들의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의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곡물 생산의 중심지 역할을 해 전쟁시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FP는 "세계 식품 가격은 이미 오르고 있으며 수입국들이 앞다퉈 구매하면서 충격이 더 커질 위험이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의존하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식량 불안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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