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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르포]점심시간 코앞인데 40m 대기줄…의료현장엔 다시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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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이후 선별진료소 다시 '만원'…의료진 '전전긍긍'

'교대 당직' 24시간 체계 구축해야…정부 차원 콜 시스템 구축해야

뉴스1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임시선별검사소에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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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한상희 기자 = 26일 찾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임시선별검사소. 이곳에는 점심시간 전 진료 마감 30분을 앞두고 있는 상황임에도 50명 넘는 시민들이 40m가량 긴 대기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만 명대를 넘는 등 가파르게 증가하자 서울 시내 선별진료소에는 이같이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졌다.

◇ "점심시간 기다려야" 안내에도 대기줄 계속 늘어

11시30분 기준 이곳 문정동의 기온은 4도였지만 바람이 불어 제법 쌀쌀했다. 게다가 미세먼지 수치가 나빠 육안으로도 대기가 뿌연 상태였지만, 많은 시민들이 선별진료소를 찾고 있었다.

시민들은 앞뒤로 1m 간격을 유지한 채 휴대폰을 하거나 같이 온 일행과 대화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줄을 서고 있는 부모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흰색 임시천막 4동이 20m 정도 길게 쳐져 있고 그 안에는 온열 기구가 있어 따뜻한 공기가 돌았지만, 그곳마저 중간중간 구멍이 뚫려있어 찬바람이 들어왔다. 천막 밖으로도 30명 넘는 시민들이 추위에 떨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11시40분쯤 흰색 전신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나와 점심시간 마감을 알렸지만, 그 뒤로도 계속해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점심시간 기다리셔야 돼요"라는 직원의 안내에도 새로 온 시민들이 계속해서 줄을 섰다.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는 염모씨(34)는 "밥을 먹다가 밀접접촉자 문자를 받아 점심시간 전에 검사 받으러 왔다"며 "오며가며 자주 봤는데 오늘도 사람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0) 역시 "밀접접촉자 문자를 받아 검사하러 왔다"며 "요새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인데 혹시 내가 전파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안내를 돕던 직원은 "이번 주뿐 아니라 지난 주에도 내내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많았다"며 "조금 줄어드나 싶었는데 오미크론 확진으로 진료소를 찾는 시민들이 다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직원은 "다들 계속된 업무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며 "특히 설 전후로 더 쏟아질 것 같아 다들 걱정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환자 계속 늘어… 의사당직체계 구축 등 새 대응체계 필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선별진료소뿐 아니라 거점 병원과 호흡기 전담 병원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서울 강남구의 거점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늘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 때문에 확 늘어났다고 하긴 어렵지만 재택치료자와 방문환자들이 많아 바쁘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또다른 호흡기 전담 병원의 관계자도 "재택치료도 병행하는 상황이라 의료진 모두 바쁜 상황"이라며 "간호사는 24시간 상주하고 의사들은 퇴근 후에도 콜을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가 늘면서 의료진 감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구의 한 호흡기 전담 병원의 관계자는 "코로나 환자는 늘 많은 편이었다"며 "원래 평일만 진료하다가 한 달 전부터 진료일을 주말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시 의료현장에 비상등이 켜지자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의료체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한 의원에서 보통 외래진료를 많이 봐도 보통 50명 내외"라며 "현재의 진료체계로는 앞으로 감당이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김 교수는 "현재 의사당직체계가 없는데 24시간 진료를 볼 수 있게 하려면 서울시 의사회에서 하는 것처럼 몇 개 의원을 묶어 교대로 당직을 서게 하거나 병원급에서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가 중앙에서 콜을 받아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하는데 이미 늦어서 단기간에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설 연휴 이후로 현재의 급증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1차 의료기관의 코로나 검사와 진료 참여 확대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신속항원검사가 양성이 나올 경우 PCR 결과 확인 없이도 고위험 환자에겐 경구치료제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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