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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5분 만에 결과 나오는 새 방역체계 “좋긴 한데 믿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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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새 방역체계 적용 첫날 평택 선별진료소

자가검사키트 15분이면 결과 확인…빨라서 편리

“신뢰할 수 있나” 일부 검사자 정확성 의문 제기

“PCR 대상인지 헷갈려” 혼선…전국확대 초읽기


한겨레

26일 만 60살 미만 신속항원검사가 시행된 평택시 송탄보건소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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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만 기다리면 결과를 알 수 있어서 좋은데…. 정확도는 글쎄요.”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사상 최대인 1만3천여명 쏟아져 나온 26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평택보건소 선별진료소.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만 피시알(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고 나머지는 신속항원검사를 받도록 한 새 방역체계가 도입된 첫날 아침부터 선별진료소 앞은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굳은 표정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자가검사키트를 처음 이용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인 만큼 보건소 직원들이 사용방법을 설명하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검사자들은 직접 콧속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고, 면봉을 추출용액에 넣고 용액을 키트에 떨어뜨렸다. 검사 대기시간은 1시간 이상이었지만, 감염여부는 15분이면 알 수 있었다.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받고 나온 한 50대 남성은 “감기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이었다”며 “보건소는 검사 결과를 받는데 통상 하루, 병원은 5시간이 걸린다. (이번엔) 빨리 결과를 알 수 있어서 편했다”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을 뜻하는 빨간색 선을 확인한 뒤 나오는 안도의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검사 시작 1시간여 만에 150여개의 자가검사키트가 의료폐기물 쓰레기봉투에 버려졌다.

60살 이상과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피시알 검사장은 대기자가 10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지만, 나머지 60살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신속항원검사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피시알 검사장과 신속항원검사장은 이용자들의 동선이 분리돼 있었지만 , 어느 쪽 검사장으로 가야 할 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시민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20대 남성 3명은 “피시알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왔는데, 줄을 잘 못 섰다”며 다시 피시알 검사장으로 향했다. 접촉자로 분류돼 1차 피시알 검사에서 ‘미결정' 통보를 받고 자가격리한 20대 여성도 자가검사키트로 검사까지 마쳤지만, 다시 피시알 검사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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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보건소에서 코로나19 ‘음성’ 반응을 확인하고서 버려진 자가검사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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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한 일부 시민은 진단의 정확성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30대 여성 김아무개씨는 “자가검사키트 검출률이 피시알보다 낮은데, 변종인 오미크론 감염을 잡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의료진이 아닌 본인이 직접 검사를 하는데 제대로 됐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다시 피시알 검사를 받게 된다. 평택보건소 현장 관계자는 “이날 오전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시민 1명이 피시알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하도록 조처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오께 찾은 평택 송탄보건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송탄보건소 신속항원감사장에도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평택시는 학원과 실내체육시설 운영자와 종사자 등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발열이나 기침 등 의심 증상이 있는 시민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호흡기전담클리닉 역시 방문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에선 2곳을 지정 운영 중이며, 공기 중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음압시설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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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항원검사 접수 뒤 자가검사키트를 받아 직접 검체를 채취하고, 키트로 결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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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의료진 사이에서는 신속항원검사 때 선별진료소 업무과부하나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 방역패스 확인서가 필요한 시민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누자는 의견이 나왔다. 김영호 평택보건소장은 “방역패스 확인서가 필요 없는 경우 굳이 선별진료소에 오지 않고, 읍·면·동에서 자가검사키트를 나눠주는 방안도 좋을 듯하다”며 “자가진단에서 양성이면 선별진료소에서 피시알 검사를 받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날에도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390명)가 쏟아진 평택에서는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피시알 검사 역량이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신속항원검사자가 몰리면서 자가검사키트 수급이 제때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가 확보한 자가검사키트는 정부에서 지원한 6000개다. 평택에서 하루평균 검사자가 6000명, 최대 1만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분량, 또는 그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평택시는 정부 지원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자가검사키트 5000개를 주문한 상태다.

평택시는 재택치료로 인한 가족구성원간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평택대학교를 안심숙소로 지정, 확진자와 분리해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역학조사 역량도 한계에 다다른 만큼 전파 우려가 큰 고위험도 집단을 우선 조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오미크론 대응 단계'로 전환하고 경기 평택·안성과 광주·전남 4개 지역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는 새로운 방역체계를 시범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다.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3일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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