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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마이데이터 시행 1달 지났지만 규제에 발목 잡힌 인슈어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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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슈어테크(InsureTech·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들은 규제에 막혀 사업 진행에 차질을 겪고 있다. 이에 국내 주요 인슈어테크 기업들은 다른 사업 방식을 모색하거나 금융당국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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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보맵, 해빗팩토리 등 국내 주요 인슈어테크 기업들은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분석 및 상담 등을 진행하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 필수인데, 제공되는 정보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란 고객의 흩어진 신용정보를 한데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과 소비 습관을 분석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관련 사업자는 기존 스크래핑(금융사별로 데이터를 일일이 긁어와야 하는 기술) 방식이 아닌 API(표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보험사마다 제공하는 데이터 기준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선 정보의 양과 질이 중요한데, 각 보험사가 제공하는 정보가 다르니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특약 정보, 보장 정보 등을 제공하게 돼 있다. 그러나 해석 차이로 인해 몇몇 보험사는 보장 정보만, 어떤 곳은 특약만 보내는 등 들쑥날쑥한 경우가 잦다. 또한 동일 회사에서도 상품별로 제공하는 정보가 달라 분석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특약의 정의도 애매하다”며 “할인 같은 특약을 넣어주는 경우도 있고, 보장 항목으로서의 특약을 넣어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경우에는 일관된 기준이 없다보니 데이터로서 활용가치가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주계약 정보가 공란으로 오거나 미흡한 경우도 많다”며 “분석을 위한 최소 필드 값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계피상이’ 보험 정보 제공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점도 인슈어테크 기업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만약 해당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면 계약자의 보험가입 정보 일부만 알 수 있어 정확한 보장분석이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금융당국에서는 기존 스크래핑 방식을 일시적으로 유예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스크래핑 방식마저 금지된다면 정말 힘들 뻔했는데, 조금이나마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아직은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 스크래핑 방식으로 계속 사업을 진행한다면 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증을 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논의된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 도입이나 ‘정보 제공 가이드라인’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에 규제 샌드박스 관련 논의가 진행됐으나 아직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다”며 “이번 달 말이 연휴라 아마도 2월 넘어서나 다시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확한 데이터 현황 파악이 우선인 만큼 정보 제공자들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데이터를 제대로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핀테크산업협회는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논의에 나설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관련 문제는 업계에서 가장 중요시 보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인 만큼 관련 문제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규제 샌드박스 신설, 보험대리점(GA) 진입 근거를 완화하는 방법 등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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