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중대재해법 1호 누구든 기소 안 되겠나"…노사정 전면전도 거론 [뉴스분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사흘 앞둔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한양건설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가 안전 난간대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한양건설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으로 안전 관리 체계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누가 1호가 되든 집중포화와 총력방어의 전면적 대치전은 불가피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7일) 뒤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정부와 경영계, 법무법인 등의 공통된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1호 대상이 되면 기소는 거의 확정적이다. 상징성 때문에라도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고 경영자(CEO)로 책임을 연결하는 수순도 예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도 이런 전망에 대해 "기정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로선 대표이사의 공백에 따른 경영 위기를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쓰더라도 기를 쓰고 방어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첫 판례의 의미가 남다르다. 향후 수사와 재판의 좌표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1호 수사와 재판은 단순히 회사와 수사기관과의 공방을 넘어 경제단체와 노동단체까지 가세하는 전면전의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앙일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대검찰청, 고용노동부, 경찰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대재해 사건 수사의 상호 협력을 위한 수사기관 대책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누가 이 고지전의 승자가 될 것인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 법 자체가 가진 모호성과 과잉성, 한계 등이 양측 간에 더 강한 충돌을 일으킬 강력한 변수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명칭에서 보듯 처벌을 전제로 한 형사법이다. 형사법은 '금지'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살인, 절도, 폭행, 횡령, 직권남용 등 금(禁)하는 것을 저질렀을 때 처벌한다. 한데 중대재해처벌법에는 그게 없다. 오히려 예방을 권고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징역형 등 무거운 처벌을 한다. '돌연변이 형사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영 책임자에게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적절한 관리'를 주문하고 있지만, 관리를 적절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료하지 않은 채로 처벌하는 셈이다.

경영계가 "환장하겠다"며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명확하게 무엇을 하지 말라'가 아니라 '무엇이든 하라'고 하고 처벌한다니 갈피를 못 잡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경영계로선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정부·수사기관과 지리한 다툼을 이어가면서 한편으론 헌법소원, 위헌심판 제청 신청 등 전방위 법정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관으로 제1차 중대재해 예방 산업안전포럼이 열렸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입법 과정에서 위헌과 졸속 논란이 빚어졌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국회 법제실에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영국의 과실치사법은 산재 사망사고에 한해 법인의 벌금형만 도입했다. 그런데도 많은 논의와 평가를 거쳐 법 제정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안 심의 2주 만에 국회를 통과했고, 처벌 수준도 가히 세계 최고"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과실범에 불과한 산업재해 사범을 고의범죄 사범보다 더 무겁게 처벌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많은 하청업체를, 관리감독 권한이 없는 원청의 대표이사가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국에 흩어진 현장을 일일이 대표이사가 감독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이 모든 책임을 CEO에게 형사처벌로 책임을 묻는다. 또 산업안전보건법과 동일 내지는 유사한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중처벌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과잉금지의 원칙, 비례의 원칙, 자기 책임의 원칙,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칙에 위배된다며 윤창호법도 위헌결정을 받았다.

결국 1호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영국처럼 시민재해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되 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 선회가 있을 수도 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