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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러시아가 유럽 가스공급 흔들라…우크라 위기에 공급선 다변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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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체 공급선 확보 노력”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대비…카타르 군주 방미


한겨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탄약이 24일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적재 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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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럽에 대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끊길 것에 대비해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위세에 눌리지 않고 압박과 제재에 동참하게 하려는 의도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 2명은 25일 익명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유사시에 대비해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잠재적 부족분의 주요 부분을 메우기 위한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려 한다”며, 러시아산의 대체 공급선으로 중동, 북아프리카, 아시아를 꼽았다. 미국도 대체 공급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때마침 주요 천연가스 생산국인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 군주가 오는 31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글로벌 에너지 공급, 중동 안보,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4일 카타르 외무장관과 통화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확대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천연가스는 러시아가 유럽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꼽혀왔다.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사용 비중은 약 40%로,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러시아가 공급을 줄이면서 유럽시장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 쪽에서는 러시아가 일부러 난방용 가스 수요가 많은 겨울에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최근 절반으로 줄였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움직임은 냉전 초기인 1948~49년 ‘베를린 공수’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베를린 공수’는 소련이 동독 땅에 둘러싸인 서베를린으로 통하는 육로를 봉쇄하자 미국 주도로 약 27만회의 공수 작전을 펼쳐 물자를 공급한 일을 말한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 서유럽의 집단안보 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발족했다.

미국의 구상은 유럽을 돕는 차원뿐 아니라 반러시아 대오를 강화해 대결에서 승리하겠다는 적극적 목적을 갖고 있다. 미국은 서로 자원과 경제를 무기화한다면 러시아의 출혈이 훨씬 클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비용은 모두가 치러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제재나, 이에 대해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보복의 영향을 완화하려고 엄청난 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 미국 고위 관리들은 제재가 러시아의 물가 상승률을 “10%대 중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심각한 경기침체로 민심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한 고위 관리는 “유럽이 에너지 공급을 필요로 하는 만큼 러시아도 석유와 가스 판매 수입을 필요로 한다”며, 에너지의 무기화는 러시아에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쪽에서는 첨단기술 수출 통제나 러시아 금융기관들의 국제 금융망 차단 등의 강도 높은 제재가 거론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푸틴 대통령 개인도 제재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다”, “그럴 걸로 본다”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의 10만 병력이 우크라이나를 친다면 “2차대전 이후 최대의 침공”으로서 “세계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부과하려는 강력한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유럽 동맹국들의 동의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80분간 화상회의를 한 뒤 “완벽한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에 반대하는 것에서 보듯 서유럽이 미국과 완벽하게 보조를 맞추지는 않고 있다. 원자력 발전을 포기한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더 절실하다.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불안이 단박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천연가스 공급 사정이 빠듯한 데다, 장기 거래가 많은 에너지시장에서 공급선 교체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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