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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솨이 어디에” 티셔츠 쫓아낸 호주오픈, 비난 여론에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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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솨이 지지는 정치 아닌 인권 문제” 지적에

대회 주최 쪽 상식적 접근하겠다며 한발 물러서


한겨레

관중 두 명이 25일 오스트레일리아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복식 결승경기장에서 “펑솨이는 어디 있나”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오스트레일리아 오픈 테니스 대회 주최 쪽이 펑솨이 지지 티셔츠를 입은 관중을 “정치 금지 정책에 어긋난다”며 쫓아냈다가,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논란은 지난주 대회 주최측이 “펑솨이는 어디 있나”(Where is Peng Shuai?)라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관중 두 명을 퇴장시키면서 불거졌다. 오스트레일리아 테니스연맹은 당시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정치적, 상업적 발언을 금지하는 대회 정책에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펑솨이는 지난해 11월 초 중국의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를 통해 “장가오리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했던 중국 테니스 선수이다. 중국의 ‘미투 운동’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 모았으나, 돌연 연락이 끊기고 실종됐다가 다시 나타나 “성폭행 당한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중국 당국의 회유와 압력이 있었을 것이란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세계 여자테니스협회(WTA)는 지난달 “펑솨이가 자유롭고 안전하다”는 확신이 부족하다며 테니스 투어대회의 중국 개최를 금지했다. ‘펑솨이는 어디 있나’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이 문제를 다시 상기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짐작된다.

대회 주최측이 이들을 퇴장시키는 장면은 온라인에서 널리 회자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테니스연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테니스 선수 니콜라 마후는 ”중국 회사가 대회 주요 스폰서가 아니었더라도 연맹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지 의문”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2018년 오스트레일리아테니스연맹과 5년간 스폰서 계약을 맺은 중국의 바이주 제조사인 루저우 랴오자오를 가리킨 발언이다. 그랜드슬램에서 18차례 여자단식 우승을 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도 “정말로 정말로 비겁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피터 듀턴 오스트레일리아 국방장관까지 나서 “펑솨이 지지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 인권 문제”라고 말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오스트레일리아 테니스연맹은 25일 펑솨이를 지지하는 이들이 경기를 방해하지 않는 한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데에서 상식적인 접근”을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펑솨이를 지지하는 티셔츠 캠페인을 주도한 인권 활동가들은 이번 주말에 치러지는 여자단식 결승전 전에 “펑솨이는 어디 있나” 티셔츠 1천장을 제작해 나눠주기 위해 기금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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