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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미, '푸틴 제재' 이례적 최고수위 압박…전쟁 현실화할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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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푸틴 직접 제재"…관례 깬 압박

마두로, 카다피 등 독재자 겨냥했던 화법

"머지않아 동유럽 파병" 군사 조치 시사

'러 의존 높은' 가스 공급 대책 논의 착수

꿈쩍도 않는 러…중국과 연합 해상 훈련

미국 권위 약해졌나…지정학 위험 신호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정말 전쟁은 현실화할까. 미국이 외교 관례를 깨고 ‘푸틴 제재’를 직접 언급했다. 동유럽 파병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할 방안 마련에 착수하는 동시에 국가원수를 겨냥하는 최고 수위의 압박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는 물러서지 않는 기류다. 우크라이나 인접 지역에서 6000명 이상의 병력을 투입해 군사 훈련을 개시했고, 중국과 연합 해상 훈련까지 벌였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서방 진영과 러시아·중국간 ‘강대강’ 대치로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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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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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푸틴 제재’ 이례적인 압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면 그를 개인적으로 제재하는 것을 볼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그걸 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가 상대 나라의 국가원수를 직접 겨냥해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외교 관례상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역시 외국 지도자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자제해 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고(故)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 등과 같은 독재자들을 겨냥했던 전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러시아 정도의 힘을 가진 나라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직접 제재 대상으로 거론한 건 가장 강도 높은 수위의 압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머지않은 시점에 8500명의 미군 중 일부가 이동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병력 8500명에 대한 상향된 동유럽 배치 대비에 돌입했는데, 조만간 일부 파병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부 보좌관은 CNN에 나와 “(파병과 관련해) 어떠한 방안도 배제하면 안 된다”며 “미군 병력을 동맹국 영토 외에 어디에도 배치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 결정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발트해 연안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 병력 강화에 맞서 동유럽 일대에 속속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적 대응과 함께 에너지 대책 역시 착수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이 전체 가스 공급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독일과 러시아간 직통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중단을 전제로 에너지 부족에 미리 대비하려는 것이다.

미국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과 북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러시아 이외의 지역에서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파악하고 있다”며 “글로벌 주요 천연가스 생산 업체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각 업체들은 천연가스 여력이 얼마나 있는지, 또 이를 유럽에 팔 의향이 있는지 보고 있다”며 “유럽이 겨울과 봄을 날 수 있기 위한 충분한 대체 공급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적·경제적으로 러시아를 압박하겠다는 의지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 역시 힘을 보탰다.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한때 구(舊)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을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공격을 일삼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면 그 대가는 매우 클 것”이라고 성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28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로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영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나토 동맹국 보호를 위해 군대를 파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러 ‘맞불’…우크라 국경서 또 훈련

문제는 러시아가 서방 진영의 압박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인근에서 연일 군사 훈련을 늘리는 기류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접경한 자국 남서부 지역과 서부 지역 등의 부대들에 훈련 명령을 내렸다. 투입하는 병력만 6000명이 넘는다. 러시아 남부군관구에 따르면 남부군관구 소속 항공대와 흑해함대 소속 해상 항공단은 △다른 비행장으로의 이동 연습 △가상의 적 공격을 피하기 위한 대피 기동 △미사일 타격 연습 등을 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남서부 볼고그라드주, 로스토프주, 크라스노다르주, 크림반도 등 훈련장에서 실시하는 훈련에는 60대 이상의 항공 장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와 이웃한 벨라루스와의 연합군사훈련 ‘연합의 단호함-2022’를 위해 극동 지역의 동부군관구에 속한 부대와 군사장비를 벨라루스로 이동시키고 있다.

또 주목되는 건 중국과 합동 훈련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아라비아해 서쪽 해역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전했다. 러시아 측에서 태평양 함대 소속 1만1000t급 미사일 순양함 ‘바랴크’, 6800t급 대형 구축함 ‘아드미랄 트리부츠’ 등이, 중국 측에서 미사일 구축함 ‘우룸치’, 지원함 ‘타이후’ 등이 각각 참가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주요 우방인 중국과 함께 미국을 향해 무력 시위에 나섰다는 해석이 비등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파워,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약해지는데 따른 사태라는 시각도 있다. CNN은 “미국이 예전만 못 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에서) 미국에 대한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곧 글로벌 지정학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신호다.

이데일리

(그래픽=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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