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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르포] "증상이 있는데 어디서 검사받나요"…방역체계 전환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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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광주 선별진료소 PCR 검사장 북적·신속항원검사장은 한산

검사자 기준 모호해, 자가진단키트 신뢰성 떨어져 불안…보건소 부담 가중

연합뉴스

오미크론 방역체계 전환된 보건소
(안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오미크론 방역체계가 시작된 경기도 안성시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26일 오전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2022.1.26 xanadu@yna.co.kr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증상이 있으면 기존처럼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아니면 새롭게 자기진단키트를 이용해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고위험군만 우선 PCR 검사를 받게 한 방역체계 전환 첫날 26일 오전 광주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

박모(42) 씨는 진료소에 도착하자마자 1층(PCR 검사장)과 2층(신속항원검사장)으로 구분된 검사장을 보고 이같이 물었다.

감기 증상이 있어 진료소를 찾았다는 박씨는 예전처럼 PCR 검사를 받으려고 했지만, 보건소의 안내로 2층에서 이날부터 새롭게 도입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2층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검사를 받은 박씨는 직접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고 바로 옆 대기실에서 15분을 기다렸다.

보건소 직원이 음성이라고 알려주자 박씨는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회사로 출근해서 일할 수 있는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기존처럼 PCR 검사를 받았다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루 동안 집에서 대기해야 했지만, 이제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보건소의 답변을 받았지만, 박씨는 찝찝한 마음에 일단 집으로 가서 하루 동안은 증상을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검사를 받은 시민들은 자가진단키트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PCR 검사의 경우 직원이 직접 검사를 해줬는데,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해야 해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가진단키트 자체의 신뢰도가 절반에 그친다는 이야기도 불안감을 더했다.

이날 오전 9시 선별진료소가 문을 열자마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부터 별도 공간에서 신속항원검사가 이뤄지지만, 이 사실을 잘 모르는 탓인지 PCR 검사장만 북적였고 신속항원검사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방침대로라면 60세 이상,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받고 나머지는 일단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있어 진료소에 오자마자 일단 PCR 검사장에 줄을 섰다.

'보건소에서 (고위험군) 통보를 받지 않은 분은 2층(신속항원검사장)에서 검사하시라'는 안내가 나오고서야 일부 시민들이 2층으로 뒤늦게 올라갔다.

하지만 증상이 있거나, 회사 등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와 검사를 받으러 왔다는 '의심스러운' 시민들은 어디서 검사를 받아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유증상자 등에 대한 정부 지침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보건소 측은 이들에게 PCR 검사를 권장할 수밖에 없었고, 찝찝하다는 시민들은 대부분 PCR 검사장으로 향했다.

고위험군이 아닌 의심이 가는 시민들까지 PCR 검사를 받아 격리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새로운 방역체계가 도입됐지만, 찝찝한 마음에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스스로 격리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었다.

검사 장소와 장비, 인력까지 모두 급작스럽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방역 당국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사 장소는 전날 부랴부랴 설치했지만, 검사 장비와 인력이 문제다.

정부로부터 자가진단키트 3천명분이 내려왔지만, 매일 수천명이 검사하러 오는 상황이어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부족하면 지자체에서 자체 구매하라는 게 정부 방침이어서 자가진단키트 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인력도 당장 준비가 안 돼 행정 직원 12명이 임시 투입된 상황이다.

기간제 직원 15명을 임시로 뽑았지만, 교육 등을 하고 다음 달부터 투입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일단 새로운 방역체계를 시험해보고 부족하고 보완할 부분은 채워나가면서 하자는 게 정부 방침"이라며 "하지만 기존 방역 업무에 그만큼의 부담이 새롭게 지워진 것이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

양성 반응 나타난 신속항원검사 키트
(안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오미크론 방역체계가 시작된 경기도 안성시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26일 오전 시민들이 검사한 신속항원검사 키트에 양성 반응이 나타나고 있 다. 2022.1.26 xanadu@yna.co.kr



신속항원검사가 실시되는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 병·의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사 장소나 인원 문제는 이미 호흡기 환자를 따로 관리하고 있어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호흡기 환자는 별도의 공간에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고 음성이 나오면 확인서를 병원에 제출하거나 양성이면 격리에 들어가고 있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 병원의 한 관계자는 "주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병원을 찾았다가 열이 있거나 하면 검사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방역 정책이 많이 바뀌어서 혼선이 있다. 의료기관은 감염 취약시설이라 방역에 더 신경 써야 하는데 갑자기 바뀌니까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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