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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 찾았더니 거지 취급...中 울린 15세 소년의 7000자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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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같이 15년 만에 친부모 찾았지만 함께 드러난 출생의 비밀

결혼 자금 위해 생후 3개월 아들 푼돈에 팔아넘긴 매정한 부모

친부모의 경악스런 행태와 악플러의 공격에 못 이겨 극단 선택

학폭·성추행 등 비참했던 15년 인생 적은 유서에 中네티즌 울컥

설 명절을 앞두고 친부모에게 두 번 버려진 15세 소년의 극단적인 선택이 중국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다. 지난 24일 새벽 7000자가 넘는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중국 하이난(海南)성 산야(三亞)해변에서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소년 류쉐저우(劉學州)가 그 비운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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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새벽 7000자가 넘는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중국 하이난성 산야 해변에서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15세 중국 소년 류쉐저우. [중국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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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쉐저우는 15년 만에 기적처럼 친부모를 찾았지만, 그 뒤 충격적인 반전이 이어졌다. 애써 찾은 친부모가 사실 결혼 자금을 위해 자신을 팔아넘겼다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오갈 데 없던 류쉐저우가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하자 친부모의 태도는 돌변했다. 폭언과 연락 차단에 SNS·언론까지 동원해 그를 배은망덕한 ‘거지’로 매도했다. 친부모의 지독한 냉대와 험악한 악플에 시달리던 류쉐저우는 결국 삶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가 떠나기 직전 담담히 써내려간 유서에는 양부모의 죽음, 학교폭력, 교사의 성추행, 친부모의 만행, 악플 테러 등 15세 소년으로선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비참한 인생의 역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현재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친부모와 언론, 그리고 악플러들은 중국 네티즌들의 집중 포격을 받고 있다. 류쉐저우 관련 인신매매 사건과 중학교 남교사의 성추행 사건 역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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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새벽 0시 2분, 류쉐저우는 자신의 웨이보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날 새벽 2시 하이난성 산야 해변에서 발견된 그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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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새벽 0시 2분, 류쉐저우는 자신의 웨이보(微博)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리고 새벽 2시 산야 해변에서 발견된 그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가 불과 일주일 전 부양책임을 저버린 친부모를 고소하겠다고 밝힌 터라 류쉐저우를 응원하던 이들은 더없이 큰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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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새벽 7000자가 넘는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중국 하이난성 산야 해변에서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15세 중국 소년 류쉐저우. 친부모에게 두 번 버려지고, 악플러들의 사이버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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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순간, 류쉐저우는 자신의 짧은 삶을 돌아보며 15세 소년이 감당하기 힘들었을 비극과 불행을 유서에 담담히 적어 내려갔다. 유서에 따르면 류쉐저우는 네 살 때 불의의 폭발사고로 양부모를 여의고, 조부모와 친척들의 손에 키워졌다. 양부는 사고 당시 즉사했지만, 전신 화상을 입었던 양모는 어린 류쉐저우의 눈앞에서 죽어갔다. 일찍이 기숙학교에 입학했지만 가는 곳마다 학교 폭력과 따돌림에 시달렸다. 중학교 때는 술 취한 한 남자 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해 우울증 증세가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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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쉐저우는 14년 만에 유괴된 아들과 상봉한 순하이양(孫海洋, 가운데)의 사연을 보고 용기를 얻어 자신의 친부모를 찾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순하이양은 실종 아동 및 영아 납치 등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중국 영화 '디어리스트(親愛的)'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졌다.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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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류쉐저우는 동네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주워 온 아이’라며 수군대는 말에 의구심을 품게 됐다. 조부모에게 진실을 캐묻자 놀라운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다. 자신이 돈을 주고 사 온 아이였다는 것이다. 모든 불행의 원천이 자신을 버린 친부모라 생각한 류쉐저우는 그들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미아 찾기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리고, 공안국(경찰서)에 DNA 정보도 등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抖音)에서 유괴된 아들을 14년 만에 찾았다는 사연을 보고 용기를 얻어 자신도 영상을 찍어 올렸다. 이 영상으로 류쉐저우의 친부모 찾기는 네티즌들의 큰 관심과 응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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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 류쉐저우의 조부모가 우연히 찾은 예방접종기록. 이는 류쉐저우가 친부모를 찾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웨이보 캡처]



지난해 12월 14일, 조부모가 우연히 찾은 예방접종 기록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기록에 남아있던 이름을 검색해 어렵사리 친부모와 연락이 닿았다. 기쁨과 원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류쉐저우는 또다시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딪혔다. 친부모는 일찍이 서로 이혼했고 친부는 네 번째, 친모는 세 번째 재혼으로 이미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류쉐저우는 12월 19일 산시(山西)성 다퉁(大同)시에 살고 있던 친부와 첫 상봉했다. 그리고 지난 1월 10일엔 네이멍구(內蒙古)에서 친모와 이복동생 등 그 가족을 처음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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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쉐저우(왼쪽)는 지난해12월 19일 산시(山西)성 다퉁(大同)시에 살고 있던 친부와 처음 상봉했다. [웨이보 캡처]




류쉐저우의 불행은 친부모와의 상봉 이후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어렵게 찾은 친부모로부터 돌아온 것은 핑계와 거짓, 그리고 책임 회피뿐이었다. 이들은 그 당시 자신들이 너무 어리고 가난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댔다. 또, 돈을 받지 않고 좋은 집에 입양 보낸 것이라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실상은 둘의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해 생후 3개월 된 류쉐저우를 양부모에게 팔아넘긴 것이었다. 친부는 양부모가 지불한 2만 7000 위안(약 480만원) 중 6000 위안(약 108만원)을 받았고, 그 절반은 결혼 지참금으로 친모 측에 보냈다. 나머지는 인신매매 브로커가 가져갔다고 한다. 친부는 당시 일이 산부인과 의사의 강요 속에 이뤄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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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쉐저우는 지난 10일 네이멍구(內蒙古)에서 친모와 이복 동생 등 그 가족을 처음으로 만났다. 사실 이날은 류쉐저우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이복 동생의 12세 생일 파티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중국 네티즌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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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류쉐저우는 자신의 거취를 둘러싸고 친부모와 심한 갈등을 빚었다. 친부모 일로 양부모 친척들과의 관계가 틀어진 류쉐저우는 갈 곳이 없어 친부모에게 단칸방이라도 좋으니 지낼 곳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후 친부모의 태도는 돌변했다. 친부는 SNS에서 류쉐저우를 마치 염치없이 집을 사달라고 우기는 배은망덕한 아들로 몰아갔다. 친모는 돈이 없어 집을 구해줄 수 없다고 쐐기 박으며, 당초 더 좋은 곳에 입양 가지 못하게 한 양부모를 탓하라며 언성을 높였다. 1월 17일 류쉐저우는 친모가 자신을 차단한 메신저 대화창 캡처 화면을 인터넷에 올렸고, 18일엔 연이어 친모의 막말이 담긴 녹음을 공개했다. 이는 류쉐저우와 친부모 간의 갈등이 수면으로 드러나게 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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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류쉐저우는 친모가 자신을 차단한 메신저 대화창 캡처 화면을 인터넷에 올렸다.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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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와의 설전이 알려지자 류쉐저우는 악플러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특히 지난 19일 그가 친부모에 대한 고소 의사를 밝히고, 같은 날 친모가 중국 매체 신경보(新京報)와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후, 악플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류쉐저우의 SNS 메신저로 욕설이나 저주를 보내는 사람도 쏟아졌다. 중국 펑파이(澎湃)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하이난으로 여행을 떠난 류쉐저우는 몇 안 되는 친구 린샤(가명)와 마지막으로 통화했다. 린샤는 통화 당시 류쉐저우에게 댓글이나 메신저 알림을 끄라고 권유했다 밝혔다. 그리고 이날 류쉐저우는 린샤에게 자신이 현재 직업학교에서 유아 교육학을 배우고 있다 말하며, 내년도 대학 입시에 참가할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린샤에게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린샤는 웨이보에서 유서를 보자마자 산야 현지 공안에 신고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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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쉐저우가 생전 직업학교에서 유아 교육학을 전공하며 수업 중 시강을 하던 모습. 그는 대학에 입학해 교사가 되기를 꿈꿨다고 한다. [웨이보 캡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선행과 배려를 남긴 소년의 따뜻한 마음에 많은 이가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류쉐저우는 유서에 자신의 통장 잔고 절반은 보육원에 기부하고 절반은 자신을 키워준 외할머니에게 전하고 싶다는 부탁을 남겼다. 자신을 응원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도 잊지 않았다.

류쉐저우는 유서에서 인신매매범, 친부모 그리고 양심 없는 악플러들이 꼭 처벌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에게는 물론 친모의 인터뷰를 대서특필한 일부 언론사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중국 공안 측은 류쉐저우 관련 인신매매 사건과 중학교 남교사의 성추행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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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류쉐저우가 고소 의사를 밝히자, 그의 친모는 중국 신경보(新京報)와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보도가 나간 후 류쉐저우를 향한 악플은 급증했다. 현재 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류쉐저우의 죽음에 신경보의 책임도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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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쉐저우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중국 네티즌들이 그의 죽음에 관심과 애도를 표했다. 지난 25일 기준 웨이보 해시태그 ‘류쉐저우사망’의 클릭수는 23억 5000만 회를 훌쩍 넘어섰다. 외롭고 비참했던 한 15세 소년의 죽음은 사이버 폭력, 아동 납치 및 인신매매, 양육의무 위반, 언론 윤리 상실 등 전반적인 중국 사회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에 여러 중국 언론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따뜻한 가족과 집을 꿈꾸던 소년은 지금쯤 안식을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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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쉐저우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실로 많은 중국 네티즌들이 그의 죽음에 관심과 애도를 표했다. 지난 25일 기준 웨이보 해시태그 ‘류쉐저우사망’의 클릭수는 23억 5000만 회를 훌쩍 넘어섰다.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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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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