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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중대재해법 D-1 ‘유구무언’ 건설사 “안전계획 짜고 현장 멈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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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기간 동안 공사 중단...1호 처벌 기업 불명예 피하려

현대·GS·DL·한화 등 건설사 CSO 만들고 안전분야 조직 확대

현산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국민 관심이 안전에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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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세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의 1호 건설사가 되지 않기 위해 진행 중인 현장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오는 27일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당장 설 연휴기간 공사중단과 안전관리 시스템 재정비를 통해 첫 번째 법 적용사례를 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건설사, 안전보건계획 수립 ‘속속’

고용노동부는 25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행된 '안전보건계획 이사회 보고·승인 제도' 이행을 점검한 결과, 의무대상 사업장 대부분이 이사회 보고와 승인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500인 이상 회사 1020개사 중 1017개사(99.7%), 시공능력 상위 건설사(1000위 이내) 964개 중 960개사(99.6%)다.

안전보건계획 이사회 보고·승인 제도는 이들 의무대상 사업장의 대표가 매년 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승인받고, 이를 이행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승인받음으로써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이나 급성중독 등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주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법인에게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5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된다. 상시근로자가 50인 미만이거나 공사금액이 50억원 미만이면 2년 뒤인 2024년 1월 27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단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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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세진 기자

설 연휴 때까지 공사현장 ‘올스톱’


이와 함께 건설사들은 저마다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대형건설사는 설 연휴가 맞물리는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 전국 건설현장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관리가 미흡할 수 있는 연휴기간 동안 공사를 중단시켜 1호 처벌 기업의 불명예를 피하려는 시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연휴 기간 동안에는 본사의 안전관리나 직원들의 심리상태가 안일해질 수 있다”면서 “시기가 시기인 만큼 연휴 기간 동안만이라도 현장 가동을 멈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형건설사들은 안전 담당 임원을 새로 선임하거나 조직을 개편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CSO(최고안전책임자)를 부사장급으로 격상했고,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한화건설 등도 CSO 자리를 새로 만들고 안전분야 조직을 확대했다.

경력직을 모집 중이기도 하다. GS건설, DL건설, 쌍용건설 등은 안전관리자 정규직 경력직을 모집 중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공통된 자격요건으로는 △현장 안전관리 유경험자 △건설안전‧산업안전 자격 보유자 △직무 관련 경력 최소 3년 이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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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세진 기자

건설업계, 할 말 없지만...

다만 업계는 이같은 노력이 사고를 줄이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표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광주 학동 참사에 이어 최근 광주 서구 건설현장 붕괴사고로 국민들의 관심이 안전에 쏠리면서, 업계는 할 말을 잃었지만 여전히 중대재해처벌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들은 발주자에 대한 감시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 특성상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발주자가 업체에게 충분한 시간과 안전관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근본 원인은 발주자 측에 있다. 발주자 측에서 안전관리 비용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하는데 입찰가격에 모든 금액이 포함돼 있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사업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규모 현장에 대한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시행된다. 협회 관계자는 “대규모보다 소규모 현장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 20~30인 소규모 현장의 경우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1일 광주 서구의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한 개 동 아파트 건물의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근로자 6명이 실종됐다. 1명은 전날 발견됐지만 현재 잔해물 때문에 구조가 어려워 생사 확인조차 불가한 상황이다.

보다 앞선 지난해 6월에는 광주 학동에서 철거 중인 5층짜리 대형 건축물이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버스를 덮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인해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이때 시공을 담당했던 건설사도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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