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2400만원짜리도 완판 앞둬"…'와인 불모지' 한국 시장, 전례 없는 성장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관세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와인 수입액은 5억617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6.0% 급증했다. 사진은 이달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와인 판매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와인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유통업계가 저마다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가 와인까지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자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주요 편의점들도 와인 관련 코너를 별도로 편성하는 등 시장지배력 확대에 힘쓰고 있다.

2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선 선물 세트 중에서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이 가장 높은 건 주류 품목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는 설 명절 행사 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매출을 집계한 결과, 주류 품목(65.9%)이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가 상품일수록 매출 신장 폭이 컸다. 10만원 이하 상품의 경우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10만원 이상 상품은 무려 183% 신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종을 살펴보면 프리미엄 샴페인과 와인의 수요가 높았다. '스크리밍 이글'과 '할란 에스테이트' 등 프리미엄 와인은 한정 상품이 모두 완판됐다. 이번 설 선물 세트 중 최고가 상품인 '올리비에 번스타인 2018 그랑 크뤼(6병, 2400만원)'도 품절을 앞뒀다.

매일경제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보틀벙커'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샴페인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이상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와인 판매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기존에 즐기던 소주와 맥주에서 벗어나 만취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술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와인 수입액은 5억617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6% 늘어났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와인 분야 매출이 한 해 전보다 31%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설부터 명절 기간에 한해 선물 가액이 최대 20만원으로 늘어난 점도 최근 프리미엄 와인 매출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설부터는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범위를 상향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된다.

불모지로 꼽히던 국내 시장에서 와인이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자 유통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달 23일 서울 잠실 제타플렉스(구 롯데마트 잠실점)에 국내 최대 규모 와인 전문매장 '보틀벙커(Bottle Bunker)'를 선보였다.

당시 롯데는 1322㎡(약 400평)에 달하는 매장을 세계 각국 와인으로 채웠고,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무리수라는 전망도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보틀벙커는 개점 3일 만에 6억원 매출을 올렸고, 결과적으로는 국내 주류시장의 판도가 바뀌었음을 증명한 셈이 됐다.

매일경제

한 소비자가 이마트24 와인 매대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이마트2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시장의 판을 키우자 편의점 업계도 골목상권 내 와인 패권 경쟁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 'KT 강남점'에 와인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복층 점포의 한 층을 오로지 와인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물론 기존에도 주류 매대는 있었다. 다만 세븐일레븐은 이 매장에서 그 규모를 키워 30여평 남짓 공간에 와인 300여종을 들였다. 지난해 연말 선풍적 인기를 끈 샴페인은 별도 코너에 마련했을 정도다.

현재 주요 편의점 중에서는 이마트24가 와인 판매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와인 305만병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75만병을 판매한 12월의 경우 4초당 1병을 판매한 셈이다. 이마트24는 지난 2020년에도 와인 173만병을 팔아치운 바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류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와인 수입업체 관계자는 "(감염병 확산) 전에는 꿈도 못 꾼 매출을 연일 올리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와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기업들의 전략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