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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평창땐 ‘남을 위해’… 베이징선 ‘나를 위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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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 D-9] 스피드스케이팅 정재원

“평창 올림픽은 첫 출전이라서 많이 긴장하고 떨면서 경기했던 기억이 나요. 제가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들었어요. 이번 베이징에선 모든 걸 후회 없이 보여주고 오자는 생각입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정재원(21·의정부시청)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내달 4일 개막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선수단 결단식이 열렸다. 정재원은 여섯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는 ‘최고령 선수’ 크로스컨트리의 이채원(41·평창군청)과 함께 베이징으로 가는 선수들을 대표해 무대에 섰다. 정재원은 고1(17세)이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이승훈(34·IHQ), 김민석(23·성남시청)과 함께 출전한 남자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국내 빙속 사상 역대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리고 4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는 “많은 분이 관심 갖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주축 선수란 얘기를 듣는 것 같다.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페이스메이커’ 논란 딛고 에이스로

정재원은 평창에서 팀 추월에 이어 출전한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매스스타트는 일반적인 스피드스케이팅 종목과는 달리 여러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400m 트랙 16바퀴를 돈다. 선수들 간 눈치 보기가 심하고 작전이 난무한다. 정재원은 당시 2위 그룹 선두에 나서 레이스를 이끌면서 1위 그룹과의 격차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정재원 뒤에서 힘을 비축한 이승훈은 막판 스퍼트로 금메달을 걸었다. 레이스 초반 힘을 많이 쓴 정재원은 8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후 선배 선수의 올림픽 메달을 위해 후배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며 희생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재원은 평창 올림픽 이후 국내 매스스타트 1인자가 됐다. 2019-2020시즌 세계 3위에 올랐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 시즌을 건너뛰고 복귀한 올 시즌에도 세계 4위를 달리는 중이다. 평창 금메달리스트 이승훈은 올 시즌 세계 5위다. 정재원은 지난 14일 끝난 제76회 전국남녀 종합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도 출전한 전 종목에서 1위에 오르며 이승훈을 제치고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정재원은 당시 경기 후 “평창 때보다 신체적으로 성인이 됐다. 순간 스피드를 올리는 능력, 전체적인 파워가 4년 전보다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메이커 논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는데, 당시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좋은 팀 플레이라고 생각해서 저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과거엔 매스스타트에서 선수들이 눈치를 보다 막판에 스퍼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초반부터 속도를 내는 흐름으로 바뀌었다”며 “평창 때와 달리 페이스메이커 작전은 별로 효과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매스스타트는 원래 변수가 워낙 많은 종목이에요.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을 만큼 몸을 끌어올렸다고 생각합니다.”

◇팀 추월에서도 두 대회 연속 메달 도전

정재원은 베이징에서도 평창 때와 마찬가지로 이승훈, 김민석과 함께 팀 추월에 출전해 두 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셋이서 오랜 기간 함께 훈련했기 때문에 호흡이 좋다”며 “훈련 때 기록도 나쁘지 않다. 올림픽 개막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작년 9월 대표 선발전 때 노랗게 탈색했던 머리를 검은색으로 다시 염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당시 코로나 때문에 몇 달간 빙상장과 숙소만 오가면서 갇혀 지내는 것처럼 훈련했다. 심심하던 차에 선배 선수들과 합의 하에 탈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거울을 보니 좀 못생긴 것 같아서 후회됐어요. 하하. 올림픽 앞두고 까불지 말고 차분히 준비하자는 생각에 다시 검은색으로 바꿨어요. 전 이 머리가 좋습니다.”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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