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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파트 붕괴, 39층 바닥 타설서 시작… PIT-37-38층 지지대 없어 대형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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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 중간 수사결과 발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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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39층 바닥 타설(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 과정에서 붕괴가 시작됐고 이후 38∼23층 연쇄 붕괴로 이어진 것으로 1차 결론을 내렸다. 사고가 시작된 39층 바로 아래층인 PIT층(배관 및 설비층)과 38, 37층에 콘크리트 지지 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탓에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 부실한 안전의식이 부른 ‘전형적 인재’

25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가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부실한 안전의식과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는 계산이 맞물려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였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가 시작된 39층 바닥은 스카이라운지, 게스트하우스, 야외 정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바로 아래 PIT층이 떠받치는 구조로 설계됐다. 스카이라운지와 게스트하우스 아래 PIT층 높이는 1.5m로 동일했지만, 야외 정원을 떠받치는 PIT층 높이는 55∼100cm로 들쑥날쑥했다. 나무를 심거나 의자 등을 설치해야 해 PIT층 높이를 균일하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스카이라운지, 게스트하우스 밑에는 헛보(가설보) 7개, 동바리(지지대) 수십 개를 설치했지만 야외 정원 밑에는 역보(‘ㅗ’자 형태의 수직벽) 7개만 세웠다. 경찰 관계자는 “높이가 제각각이라 지지대를 설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39층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하중을 이기지 못한 야외 정원 쪽부터 연쇄 붕괴로 이어졌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역보 무게를 PIT층 바닥이 지탱할 수 없었던 것이 구조상의 문제인지, 시공 과정의 문제인지 밝히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38, 37층 지지대 철거를 사고 확대의 원인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국가건설기준센터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30층 또는 120m 이상 건물은 콘크리트 타설 시 아래 3개 층에 지지대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시공지침도 같다.

그러나 201동 37층은 지난해 12월 29일, 38층은 사고 3일 전인 이달 8일 지지대가 각각 철거된 것으로 밝혀졌다. 협력업체 G사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현대산업개발 소장 김모 씨의 지시를 받아 지지대를 철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지대가 없으면 시공사는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협력사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며 “현대산업개발과 G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실종자 추정 혈흔 작업복 발견

경찰은 26일부터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을 불러 부실 시공, 공기 단축 독촉, 부실 감리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콘크리트 양생(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불량과 품질 문제는 시료 분석 결과를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25일 내부 수색에서는 실종자 5명 중 일부의 흔적이 발견됐다.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은 “내시경 카메라와 유사한 장비를 동원해 27층을 수색하던 중 실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과 작업복을 발견했다. 다만 구조를 위해서는 잔해물을 치워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공사 참사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 임원 A 씨를 25일 조사했다. 경찰은 학동 공사 과정에서 입찰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임원 B 씨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A 씨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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