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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은 지속, 수위는 낮게"… 北, 이번엔 '저강도' 순항미사일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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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5번째... 방점은 꾸준한 "미국 압박"
한국일보

북한이 지난해 9월 11,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발사된 미사일이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 평양=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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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순항미사일’ 두 발을 기습 발사했다. 올 들어 5번째 군사행동이자 20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한 지 닷새 만이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 무력시위를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저강도 도발’로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내륙서 오랜 시간 비행"... 신형 가능성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오전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발사 시간과 방향, 사거리 등 세부 제원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해당 미사일이 해상이 아닌 내륙에서 상당 시간 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순항미사일은 낮은 고도로 날아 포착이 쉽지 않지만 남쪽으로 쏠 경우 탐지ㆍ요격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가장 최근 순항미사일을 쏜 건 지난해 9월 ‘북한판 토마호크’(미국의 최첨단 순항미사일)에 비유되는 사거리 1,500㎞짜리 신형을 선보였을 때다. 북한이 같은 달 국방전람회에서 두 종류의 신형 순항미사일을 공개한 점을 감안하면 새 기종의 성능을 테스트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순항미사일은 탄두 중량과 속도가 떨어져 파괴력이 크지 않은 탓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은 아니다. 군 당국도 통상 발사 사실을 공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덜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높은 고도에서 대기권 밖으로 날아갔다가 떨어지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저고도에서 수평 궤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은 레이더망에 잘 잡히지 않아 ‘정밀 타격’에 유리하다. 군이 발사 직후 2~3시간 내에 정확한 시간과 지점을 전파하는 경우는 대개 탄도미사일이다.

때문에 군이 발사 시간과 탄착 지점을 공개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발사 징후를 사전 포착하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합참은 지난해 9월에도 북한 매체 보도로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알았다.

저강도 도발의 노림수... "美 시선 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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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새해 미사일 발사 일지.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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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저강도에 속하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도발은 여러 포석을 담고 있다. 앞서 5,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독자제재를 단행한 만큼,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며 미국의 반응을 떠보겠다는 속내가 묻어난다. 마침 동계훈련도 진행 중이어서 통상적 군사훈련이라는 기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을 향한 ‘시선 끌기’ 성격 역시 다분하다. 핵실험ㆍICBM 발사 유예를 재검토한다는 폭탄선언까지 내놨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바이든 행정부는 도통 북한 문제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어떻게든 미국의 시선을 다시 한반도로 돌려 대북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는 셈이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북한의 잇단 무력 도발로 안 그래도 외교 대응에 힘겨워하는 미국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전향적 입장이 없으면 ‘레드라인’까지 뚜벅뚜벅 나아가겠다는 태도”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내달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임박하면서 북한이 중국을 의식해 도발 수위를 조절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실제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지대지 탄도미사일(KN-23ㆍ24)→순항미사일로 강도를 낮추고 있다. 다만 ‘올림픽 휴식기’가 끝나면 광명성절(16일ㆍ김정일 생일), 태양절(4월 15일ㆍ김일성 생일) 등 대형 행사가 줄줄이 예고된 만큼 고강도 무력시위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공식 회의체를 통해 중지활동의 해제를 시사한 점으로 미뤄 인공위성을 포함한 다양한 무기체계 실험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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