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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공수처 처장, 사건 입건 손 뗀다…공소권 유보부 이첩 조항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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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수처 출범 1주년인 21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재진에게 공수처 1주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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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소·고발된 사건 가운데 수사할 사건을 선택해 입건하는 ‘선별 입건’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공수처는 검·경과 달리 입건에 앞서 사건조사분석 단계를 둬, 선택적으로 사건을 입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검찰과 갈등을 빚어온 ‘공소권 유보부 이첩’(수사는 검찰에서 하고 공소제기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 조항도 사건사무규칙에서 빼기로 했다. 그동안 제기돼 온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공수처가 26일 공개한 사건사무규칙 개정안에는 사건 접수와 수사 및 처리, 공판수행 등 사건처리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사건 입건 방식의 변화다.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된 선별 입건을 포기하고, 검·경 등 수사기관처럼 접수되는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와 동시에 입건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공수처는 사건이 접수되면 조사분석 단계를 거치도록 한 뒤, 처장이 직접 입건 여부를 결정해왔다. 무분별한 입건을 막자는 취지였지만, 한편에서는 선별 입건에 따른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지난해 5월 제정됐다.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21일 공수처 1주년 기념행사에서 “몇몇 사건의 경우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하기 위해 입건한 때부터 중립성·독립성 논란이 일었던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처장이 사건 입건에 관여하지 않도록 해 중립성 논란이 불거지지 않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라 입건 수가 늘어나면 검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수처는 ‘수사·기소 분리사건 결정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반 사건은 수사 담당 검사가 처장의 지휘 등에 따라 공소제기 여부까지 결정하되, 사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처장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서 처리하기로 결정한 사건에 한해 공소담당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 조항도 사건사무규칙에서 빠진다. 다른 수사기관과 협력적 관계를 위해서다. 다만, 권한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과 갈등을 빚어온 이 조항을 공수처법 개정이나 향후 사법부 판단 등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개정 작업을 두고 본질에서 벗어난 조처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접수되는 모든 사건을 입건하겠다는 방침은 지금 공수처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입건해놓고 수사를 하지 않으면 정치적 중립 논란이 또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소위원장인 김지미 변호사도 “입건할 때 정치적 편향이 없었다고 설득하면 되는 일인데, 이번 개정안으로 지금까지 입건한 사건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고 했다. 그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 조항 삭제를 두고서는 “다른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규정이어서 삭제를 하는 것이 맞다”고 짚었다.

공수처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오는 3월7일까지 받은 뒤,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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