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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미국·유럽발 ‘엔데믹’ 낙관론에도, 전문가들 “한국 상황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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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로 확산한 가운데 이미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국가들을 중심으로 엔데믹(endemic·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 전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국내 방역당국도 이러한 낙관론에 동의하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방역 상황과 백신 접종률을 고려할 때 외국과 유행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커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중앙일보

미국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해외 전문가들이 엔데믹 가능성을 내비친 건 오미크론의 전파력 때문이다. 전파력이 델타의 3배에 달하는 만큼 빠르게 대규모 감염이 일어나면서 자연면역을 획득한 이가 증가하고 있다. 한스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사무국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오는 3월까지 오미크론 변이가 유럽인의 60%를 감염시킬 것”이라며 “이는 이 지역의 코로나19 대유행이 최종 단계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 20%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난 미국에서도 유사한 전망이 나왔다. 미국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또 다른 변이만 나오지 않는다면 엔데믹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한국도 엔데믹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방역당국은 낙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우리나라가 예방접종률이 상당히 높다”며 “오미크론 유행을 잘 넘기고 나면 우리나라도 안정된 상황들을 다시 맞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명돈(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 유행이 설 직전 본격 시작돼 환자가 2~3일에 두 배씩 증가하고 한두 달 뒤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낙관하긴 이르다는 입장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엔데믹 상황으로 가려면 백신을 접종하거나 감염이 돼 면역을 얻은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데 국내에는 감염자가 적은 데다 아직 백신 미접종자가 1000만 명가량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K방역의 아이러니”라며 “감염자가 적어 영국이나 미국의 상황을 국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유행 양상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은 ‘짧고 굵게’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면 한국은 ‘느리고 길게’ 유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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