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같은 증거, 정반대 해석... 항소심은 왜 윤석열 장모 '무죄' 선고했나

댓글 1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해설] 책임면제각서 의도를 '면피 → 걱정'으로 판단... 모두 '동업자들만의 범죄'로

오마이뉴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가 25일 오후 불법요양 병원 설립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을 떠나고 있다. ⓒ 이희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병원 설립과 운영을 주도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

정반대의 결론이었다. 서울고법 형사 5부(부장 윤강열·박재영·김상철)는 2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의 불법요양병원 운영 및 요양급여 편취 등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1심에서 판단했던 모든 유죄 이유를 하나하나 무너뜨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과 같이 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최씨가 2년간 22억 9천만 원의 요양급여를 편취한 범죄 행위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다는 이유였다. "국민 전체에 피해가 돌아가므로 죄가 중대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달랐다. 요약하면 '최씨는 범죄 사실을 몰랐다'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특히 최씨가 관련 사건 계약에 참여한 2012년 9월 이전인 2011년 8월 이미 주아무개, 구아무개 등의 동업자가 의료법을 위반한 협약을 체결한 정황을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계약 당일 당사자가 누구인지, 구체적 내용이 어떻게 되는 지 알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피고인은 주아무개 등과 동업 계약을 한 사실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1심에서 범죄 입증 근거로 활용된 증거와 정황들을 모두 거꾸로 무죄 근거로 삼았다.

각서

"의료재단 탈퇴 후 그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우려되어 책임면제각서를 (동업자인) 주아무개로부터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각서를 요청했다는 사정만으로 병원 운영, 설립에 관여했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최씨가 의료재단 탈퇴 이후 동업자 주씨에게 요구한 '책임면제각서'에 대한 대목은 1심과 항소심의 가장 큰 시각 차를 보여준다. 항소심 재판부는 동업자 주씨의 범죄 전력을 열거하면서, 최씨가 각서를 요구한 것은 '걱정' 때문이지 '책임 회피'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업자) 주씨는 의료재단 이사장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엄아무개로부터 1억 5천만 원을, 구아무개와 공모해 김아무개로부터 2억 5천만 원을 편취해 각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면서 "최씨는 이러한 행각들을 보고 법적 책임을 지게될까 염려되어 각서를 징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각서 자체를 '유죄 증거'로 본 1심의 판단과 전혀 다른 결론이다. 1심 재판부는 "(최씨가) 진정 관여한 사실이 없어 법적 책임을 질 염려가 전혀 없다면 굳이 동업자에게 작성과 교부를 요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최씨가 불법 운영이 지속되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운영 중단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의 해명에 무게를 뒀다. "여러 사람에게 의료재단 이사장을 시켜준다면서 돈을 많이 받으러 다니고, (다른 이도) 손해를 많이 봤다고 해서 '이대로 있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 주씨에게 요구해 각서를 교부받았다"는 진술이다.

도장
오마이뉴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가 25일 오후 불법요양 병원 설립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을 떠나고 있다. ⓒ 이희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씨가 의료재단 설립에 참여할 때, 그 불법성을 인지했다는 사실도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최씨가 관련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발기인 대회 등 공식 절차 없이 불법으로 설립 허가에 참여한 사실이 있다고 본 바 있다. 그 증거가 바로 개최되지 않은 회의에 최씨가 찍은 '도장'이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의록에 도장을 날인하고 서류를 전달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서류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용되거나 허위로 신고된 자료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재단의 설립을 가장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사위

항소심 재판부는 1심부터 최씨가 불법 요양병원 운영에 직접 가담했다는 주요 정황으로 언급된 '사위 취업'에 대해서도 '동업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사위 유아무개씨는 병원 개설 당시 2013년 2월부터 5월까지 월 490여만 원의 급여를 받고 해당 병원 행정원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자금 집행과 직원 채용 등 행정 업무를 주도한 건 주아무개와 그의 부인이 최종 의사결정을 한 것이고, (사위가) 행정원장으로 일부 직원을 선발한 사정만으론 피고인이 사위를 통해 병원을 운영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2015년 관련 사건 재판의 아래 최씨 진술을 인용하면서 유죄의 근거 중 하나로 삼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업자 측 변호인 : "증인이 이사장이 된 이후에는 병원 운영에 적극 관여할 의도로 사위까지 고용해서 병원 운영에 관여한 것인가요?"
최씨 : "예."

당시 최씨는 "제가 의도치 않게 병원 이사장직을 맡게 되니까. 저는 2억만 주면 손떼겠다고 했는데 그 돈을 안 줘요. 그래서 그러면 이 병원을 제대로 운영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사위를 보내 본 것"이라는 진술도 했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취업 사실만으로 운영에 가담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위의) 근무 기간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행정원장에 근무한 사정만으로 병원의 자산이 합리적 이유없이 유출되거나 사실상 병원의 운영 수익을 배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판결 직후 상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번 항소심 판결은 의료재단 형해화에 관한 기존 대법원의 판결과도 배치되고, 주요한 사실관계를 간과한 것을 판단된다"며 "실체 진실에 부합하는 판단이 내려지도록 상고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씨 측은 무죄 판결에 따른 압류 취소 신청 등 추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검찰 수사팀을 저격했다. 최씨 측 변호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정치인이되고 중요한 사람이기 이전에, (사건) 기록들을 순수한 눈으로 봤다면 (오늘) 재판부 판단 그대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국민 전체에 피해, 죄가 중하다"... 윤석열 장모 법정구속 순간 http://omn.kr/1u9yd

- 2015년 윤석열 장모 구했던 '각서', 2021년 판결문에선 '유죄' 증거로 http://omn.kr/1ua67

조혜지,이희훈 기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기자 [시민기자 가입하기]
▶세상을 바꾸는 힘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