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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초토화된 코스피, 시총 상위 98개 다 추락…살아남은 딱 2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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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하루 앞두고 국내 증시가 공포에 질렸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내린 2720.39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은 2.84% 내린 889.44에 마감했다. 사진은 코스피가 2% 넘게 떨어진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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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시장을 잠식했다. 미국의 긴축 가속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로 주가가 녹아내렸다. 코스피는 장 중 2700선도 위태로웠고, 코스닥은 결국 900선을 내주며 전날에 이어 또다시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전날 뉴욕 지수는 급락세를 이어가다 상승 마감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2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내린 2720.39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기준 지난해 12월8일(2700.93) 이후 최저치다. 하루 낙폭으로도 지난해 2월 26일(-2.8%)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날 13개월 만에 2800선을 내준 코스피는 하루 만에 2750선도 무너지며 장 중에는 2703.99까지 밀렸다.

이날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했다. 개인투자자가 586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4623억원)과 기관(1715억원)의 매물 폭탄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2.84% 하락해 889.4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900선이 무너진 건 지난해 3월 10일(890.07) 이후 10개월 만이다.

검은 화요일이 휩쓴 시장은 초토화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메리츠화재(1.37%)와 SK텔레콤(0%)을 제외한 98개 종목이 모두 하락 마감했다. 시총 10위권 종목 중 삼성SDI(-5.87%)와 LG화학(-4.17%), 삼성바이오로직스(-3.82%), 기아(-3.16%) 등이 3% 이상 급락했다. 코스닥 시총 100위 종목 중에서는 84개 종목이 하락했다.

시장의 자유낙하에 투자자의 공포는 커지고 있다. 이날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날보다 22.25% 오른 26.26을 기록했다. 3거래일 전까지만 해도 17.99였던 이 수치는 이날까지 45% 넘게 급등하며 지난해 3월 11일(26.4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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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각) 나스닥은 장 중 4.9% 급락했다가 오후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0.63% 상승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가 장중 4% 이상 급락했다가 결국 상승 마감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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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사로잡힌 건 국내 증시만이 아니다. 전날 뉴욕 증시는 현기증 나는 하루를 보냈다. 24일(현지시각) 나스닥은 장 중 4.9% 급락했다가,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0.63% 상승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가 장중 4% 이상 떨어진 뒤 상승 마감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장 중 3% 이상 하락했던 다우존스지수(0.29%)와 S&P500(0.28%)도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하루를 보내며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지수(VIX)도 24일 장 중 37.95까지 치솟아 2020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서학개미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국내 투자자가 많이 사들인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의 주가가 비실대고 있어서다. 테슬라(-1.47%)와 엔비디아(-0.01%)는 이날 장 중 9~10% 하락하다 낙폭을 줄였다. 아마존(1.33%)과 마이크로소프트(0.11%)는 장 중 5~6% 주가가 내려가다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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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교관이 22일(현지시간) 자발적으로 입대한 이들 앞에서 시범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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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가 공포에 질린 이유는 우선 긴축에 대한 우려다. 25~26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의 가속페달을 밟는 신호가 나올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인플레 파이터'인 중앙은행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 상황이 바뀔 때까지 FOMC가 모든 회의마다 긴축을 원할 위험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급락했던 뉴욕 증시가 소폭 상승 마감한 점을 보면 아직 (긴축의 속도를 당기지 않을 것이란) FOMC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는 모습”이라면서도 “대외 악재가 추가로 나온다면 속수무책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충돌 우려도 시장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곡물과 천연가스 및 원유 등의 가격을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에 철수 명령을 하는 등 경계감이 확대되고 있으나 반대로 곧 우려의 정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며 "2월 초~중순에는 주가 바닥 확인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시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상장 효과에 따른 부담에도 시달릴 전망이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27일 LG엔솔 상장으로 인한 수급 쏠림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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