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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삼성전자 임협 결렬…목소리 더 세지는 ‘임플로이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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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과급 산정기준 공개에 이어 올해는 연초부터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단협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사진은 한 대기업 노조원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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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2021년도 임금협상 최종안이 노조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25일 삼성전자 안팎에 따르면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노조 공동교섭단에 임협 최종안을 전달하고, 24일까지 노조원 투표를 진행했으나 반대표가 90.7%에 달하면서 부결됐다. 임금 관련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노조원 사이의 여론이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진윤석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며 “이제 노사 간 대화는 결렬됐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사측에 맞서 더 큰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행됐던 임협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사상 최초 임협 나섰으나…투표서 부결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이달 중순 사측에 임금 교섭을 요구했다. 예년보다 4개월여 이른 시점이다. 김병호 노조 지회장은 “그간 생산직 조합 중심으로 진행됐던 임금 교섭이 대체로 하반기에나 마무리돼 젊은 구성원들로부터 ‘이번엔 빨리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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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주요 키워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이닉스는 MZ 요청에 4개월 빨리 임협



연초부터 주요 기업의 노사 간 임·단협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대체로 노조 측이 임‧단협을 통해 그동안 누적됐던 ‘임금 박탈감’을 해결하겠다고 벼르는 모양새다. 지난해 성과급 산정 기준을 놓고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태어난 젊은 층) 중심으로 회사에 공개적인 불만을 드러낸 데 이어 2라운드 격이다.

사측으로선 지급 능력과 중장기적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직이 활발해지는 시점에 처우 개선 약속을 통해 핵심 인재를 묶어두겠다는 락인(lock-in) 심리가 있다. 더욱이 MZ세대 중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임금‧복지 등을 디지털 공간에서 공유‧전파하는 ‘임플로이언서(employee+influencer·회사 안팎에서 영향력이 큰 직원)’가 늘어나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관리’가 기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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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임금 논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반도체 업계다.

합의를 목전에 둔 듯했던 삼성전자의 임협은 첫 고비를 넘지 못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8월 창사 52년 만에 첫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0월 임협에 들어가 이제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최종안에는 조합원 후생 및 재해방지를 위한 조합발전기금 지원 방안과 함께 노사 상생협의체에서 임금피크제 및 임직원 휴식권 개선을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그러나 그간 요구해왔던 임금 관련 요구 등이 최종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노조는 향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 절차를 밟고, 이후 결과에 따라 쟁의 행위 돌입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임‧단협에선 ‘임금 인상률이 10%를 넘기느냐’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해 기술사무직(일반직)은 평균 8%, 생산직은 약 9%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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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24일 2022년 임금 교섭 조인식을 연 데 이어 구성원의 기본급 1% 기부 등으로 조성한 협력사 상생기금 전달식도 열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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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일사천리 타결된 곳도



전통적으로 노조 입김이 센 데다 지난해 실적 호조인 조선‧자동차 업종은 올해도 난관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노사 간 2021년 임금 교섭이 해를 넘겼지만 여전히 교착 상태다. 신임 집행부는 지난 14일 “강화된 현장 조직력으로 사측을 압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논란에 휩싸인 이후 처우 개선 목소리가 더 커진 곳도 있다. 카카오페이에선 최근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로 직원들의 주식 평가 금액이 낮아진 만큼 처우를 더 개선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블라인드 앱 등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임‧단협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이마트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회사에 불만을 드러내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지난 21일 지급된 성과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마침 이달 들어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하면서 관련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종민 노조 부위원장은 “성과급에 대한 뒷말이 많다 보니 임·단협에도 영향을 미칠 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사천리로 올해 임협을 타결한 곳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3일 노사가 상견례 자리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데 이어, 조합원 대상 찬반 투표를 거쳐 87.3%의 찬성으로 인상안을 가결했다. 인상률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2.5%로 확정됐다. 상견례부터 조합원 투표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이 같은 교섭 방식은 2017년 노사가 임금 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하기로 합의한 뒤 6년째다. 이성훈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은 24일 열린 임금교섭 조인식에서 “노사가 스스로 세운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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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언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임플로이언서’도 신경 써야 하는 시대”



주요 기업의 임‧단협 뉴스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실시간 중계’되기도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일부 노조원들은 블라인드 등에서 최종안 내용을 공유하며 불만 의견을 표출했다.

이처럼 직원 목소리가 커지고, 공유 속도가 빨라진 만큼 기업들이 새로운 인사관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MZ세대는 ‘직원에게 잘하는 기업이 진짜 좋은 기업’이라는 본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단기 피드백으로 보상 받기 바라는 경향이 짙다”며 “기업으로선 ‘MZ세대 임플로이언서’의 의견을 반영하고 소통을 확대하는 노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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