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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닥터’.. 평균치 인성 정지훈·김범의 티키타카 영웅행보 볼 만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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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아기가 울타리도 없는 우물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간다. 곧 우물에 빠져 목숨을 잃을 상황이다. 지나가던 도둑이 냉큼 아기를 들어 올려 옮겨놓는다. 맹자가 성선설을 주장하며 소개한 측은지심, 곧 인(仁)의 모범사례다.

타인의 불행을 남의 일 같지 않게 느끼는 마음인 이 측은지심은 결국 사랑이고 개인을 넘어 이웃으로, 세계로 스스로를 확장시킬 수 있는 미덕이다.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는 의학드라마를 표방한 측은지심 드라마다.

은성대학병원에는 냉소와 독설과 오만이 트레이드 마크인 흉부외과 전문의 차영민(정지훈 분)이 있다. 인성과는 반대로 솜씨만큼은 발군이다. 그 밑으로 '손 하나 까딱 못하고 입만 나불대는 똥손' 레지던트 고승탁(김범 분)이 들어온다.

정상적이라면 차영민이란 영혼탈곡기에 고승탁의 영혼이 탈탈 털려야 마땅하지만 이 똥손 레지던트 고승탁의 싸가지가 심하게 만만찮다. 병원설립자 할아버지와 병원이사장인 엄마가 그 싸가지의 배경이다.

평균 인성 미달인 두 남자의 티격태격은 시쳇말로 ‘팝콘각’이지만 현실 영화는 차영민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삽시간에 종친다.

그렇게 끝나면 드라마가 아니다. 몸에서 빠져나온 차영민의 영혼은 자신의 몸이 있는 병원을 맴돌고 우연하게 천둥벌거숭이 고승탁의 몸에 빙의가 가능함을 알게 된다. 공교롭게도 고승탁은 어린 시절부터 귀신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수백의 영혼들에 시달리며 못보는 척, 안들리는 척 살아온 고승탁이지만 결국 차영민에게 들키게 된다.

몸 빌리는 영혼 차영민이나 빌려주는 몸뚱이 고승탁이나 서로가 맘에 안들기는 매일반이다. 하지만 살아서 현실복귀를 원하는 차영민이나 전공의 따내서 떳떳하게 병원을 인수받으려는 고승탁이나 이해득실은 맞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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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두 사람은 고승탁 육체 렌탈계약을 맺게 되고 이때부터 은성대 ‘귀신 들린 1년차 레지던트’ 고승탁의 신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차영민 주연 ‘수술실의 신들린 인턴’ 에 이은 은성대병원 빙의 전설 2탄이다.(아마도 당시 차영민의 몸을 렌탈한 고스트는 은성대병원 지박령 테스형(성동일 분)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싸가지는 없어도 환자엔 진심인 의사 차영민과, 싸가지는 없어도 바탕이 선한 고승탁의 합작은 경각에 달린 환자들의 목숨을 말끔하게 살려내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벌어지는 코믹버전 티키타카를 지켜보는데 팝콘은 여전히 유효하다.

빙의에 부작용은 있다. 빙의란 것이 혼수상태의 차영민 몸에 부담을 주어 차영민의 육신을 마침내 사망으로 내몰게 되는 것이다. ‘내 목숨이 급한’ 차영민이지만 어쩌다보니 남 목숨 돌보는데 나서곤 한다. 이같은 사실은 테스형을 통해 고승탁에게까지 알려진다.

직후 자신의 동의 없이 차영민이 결정한 제시카(안희연 분)의 수술현장에 고승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차영민의 영혼이 애를 태우는 동안 고승탁 없는 수술은 집도의의 실수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집에서 게임하던 고승탁이 마침내 수술실에 나타난다. 이어진 빙의와 말끔한 뒷수습 이후 고승탁은 차영민에게 계약종료를 선언한다. 고승탁은 어느덧 좋아하고 존경까지 하게 된 차영민의 죽음을 방관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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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민과 고승탁. 성인은 물론 아니다. 의인이라기도 부족하다. 대부분 이기적이고 간간이 이타적인,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균치에 수렴하는 인성들이다. 그런 그들이 어쩌다보니 제 목숨을 갉아 먹어가며 남의 목숨을 건져내고 있는 것이다.

소시민 따로 있고 영웅이 따로 있지 않다. 영웅이라고 별도의 유전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내면의 이타심이 부지불식 이기심을 뚫고 튀어나올 때 평범한 사람 누구나가 영웅이 될 수 있다. 이기심이 두터워 제 마음 속 선량함을 뭉개버린다면 한승원(태인호 분)이나 장민호(이태성 분) 같은 악당이 될 테고 이기심에 양심이 패했을 때 안태현(고성호 분), 반태식(박철민 분) 처럼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생겨날 것이다.

고쳐 못쓰는 사람들도 있고 선한 영향력에 감화되는 사람들도 있다. 귀신들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온갖 사정 내몰라라 하던 금수저 고승탁에게도 변화가 찾아왔고, "이 손은 단 1%라도 살 가망이 있는 환자한테 가야 할 손"이라 큰 소리치던 잘난쟁이 차영민에게도 주변에 더 세심해지는 변화가 찾아왔다.

누군가의 몸을 살리는 이들의 이타심은 자신뿐 아니라 누군가의 병든 마음도 살릴지 모를 일이다. 측은지심 드라마 ‘고스트 닥터’의 선한 영향력이 기대된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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