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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강제동원 없었다"는 사도광산…日 시민사회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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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부인에 긴급 성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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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일본 문화청의 전문가 자문기구인 심의위원회가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을 일본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단독 후보로 선정한 이후 과연 일본 정부가 심의위원회의 선정에 따라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심의위원회의 결정 직후 우리 외교부는 사도광산 역시 하시마 탄광(일명 군함도)와 다를 것 없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 강제동원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일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천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는데,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는 극우·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한국이 또 일본에 시비를 걸었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일본의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을 시작으로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추천을 보류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일본 정부는 일련의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검토하고자 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한 번 심사에서 탈락시킨 후보를 재심사를 통해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경우는 없기 때문에, 혹시 이번에 신청을 강행했다가 한국 등의 반발로 탈락할 경우 부활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인거죠. 여기에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한국이 이른바 '국제 여론전'에 나설 경우, 2015년에 등재된 '메이지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강제 동원 설명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입장이 다시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유네스코가 일본 측에 "역세 전체를 제시하고, 강제동원(노동)에 대해서도 해설을 하라"고 요청했습니다만, 도쿄 신주쿠에 있는 이른바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 내용은 강제동원의 역사를 부인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일본이 단독 후보로 선정된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등재 후보로 신청하는 기한은 2월 1일입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일본 정부는 먼저 외무성과 문부과학성 등 관계부처에서 문화청 심의위원회의 결론을 검토한 뒤 세계유산 추천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고, 우리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각료회의(각의)에 이 결정을 추인하도록 요청합니다. 각의는 관계부처회의의 결론을 승인하는 형태로 추천 여부를 최종 결정한 뒤 다시 내려보내고, 외무성을 중심으로 '추천서'를 작성해 유네스코에 제출하게 됩니다. 2023년 세계문화유산 추천 기한이 2월 1일이니까, 이 작업이 이번 주 후반부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 일본 정부가 이번에는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지 않기로 한다면 관계부처회의에서 '비추천'으로 결론을 내고 그대로 각의에도 안건으로 올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화청 심의위원회가 후보로 선정한 곳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지 않은 사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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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기시다 총리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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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어제(24일) 일본 국회(중의원)에서 열린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자민당 보수파 의원 가운데 한 명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추천에 머뭇거리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다카이치 의원은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시 최대 파벌이던 호소다파(지금은 아베파로 간판을 바꿨습니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기시다 총리와 경합했던 보수 계열의 유력 정치인입니다. 다카이치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추천은 국가의 명예와 관련된 사태"라며 "반드시 올해 추천해야 한다"고 기시다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내에 한국(의 입장)을 외교적으로 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예전 아베 정부가 총리관저 주도로 확실한 대응을 했다면서 기시다 총리가 외무성의 '안전주의'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냐며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답변에 나선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상은 "정부가 올해 (사도광산을) 추천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린 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들을 필요도 없는 비방·중상에 대해서는 의연하게 대응하겠다"며 일단 분위기를 맞춰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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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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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가 사도광산이 강제동원의 현장이라는 한국의 주장을 '들을 필요도 없는 비방·중상'이라고 깎아내린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의 관방부장관인 기하라 세이지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사도광산에 대한 한국 측의 독자적 주장을 일본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 내부에서 사도광산을 올해 세계유산으로 추천하지 않기로 한다면, 그것은 확실한 등재를 위한 전략적인 '1보 후퇴'이지, 결코 사도광산이 강제동원이 이뤄진 현장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나, 당연히 사도광산이 강제동원과 관계가 없다는 일본 정부와 극우·보수의 인식은 잘못돼 있습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이른바 '총력전 체제'에 돌입한 일본이 전시 노동 정책에 따라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약 80만 명을 강제 동원한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걸 '한국 측의 독자적 주장'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강제동원의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얼토당토 않은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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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긴급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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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본의 시민단체인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가 발표한 긴급 성명에도 이같은 사실이 잘 지적돼 있습니다. 이들의 성명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니가타 현사(縣史) 통사편 8 근대 3(1988)]에는 '강제연행된 조선인'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여기에는 "쇼와 14년(1939)에 시작된 노무동원 계획은 명칭이 '모집', '관(官) 관여', '징용'으로 변화하고는 있지만 조선인을 강제적으로 연행했던 사실에 있어서는 동질적이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니가타 현사의 기술에 따라 니가타현 아이카와 마을(현재의 사도시)의 [사도 아이카와의 역사 통사편 근·현대(1995)]는 조선인 동원의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사도광산의 비정상적인 조선인 연행'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도광산의 강제동원 역사는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가타 현의 역사 기록에도 엄연히 등장하는 내용이라는 겁니다. 성명서의 내용을 좀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사도 섬에서는 1992년에 강제동원 피해자를 초청한 증언 집회도 개최됐습니다. 동원된 조선인들은 기숙사에 수용됐는데, 당시의 '연초(담배) 배급 대장' 과 기타 동원 관계 자료로부터 강제동원된 500명 이상의 조선인 명부도 작성돼 있습니다. 사도광산의 조선인 동원 수는 15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1945년에는 사도광산에 징용된 경상북도 울진군 출신 100명의 명부도 남아 있습니다. 현장에서 도주하면 노무조정령 위반으로 검거되어 범죄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8월 15일 해방 후 조선인 1140명 분의 미지급 임금 23만 1059엔의 공탁 사료도 남아 있습니다. 미쓰비시광업 사도광업소의 사료와 당시 특고(특별고등경찰)의 사료 등을 봐도 강제연행과 강제노동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는 사도광산에서 일어난 강제동원은 일본이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면서,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본 정부의 자세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도광산의 역사를 '에도 시대'에 한정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특정한 시기만을 골라서 국가주의적으로 선양하고, 관광 이익만을 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강제동원 등 어두운 역사를 포함한 역사 전체를 제시해 (세계유산이) 인류의 교훈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꾸짖고 있습니다.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결정이지만, 만약에 추천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강제동원이라는 부끄러운 역사까지 세계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까지 등록을 추진해 온 관계자, 강제동원의 역사를 직시해 온 양심적인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존중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유성재 기자(ven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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