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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간담회만 하면 수兆 공약 투척···이재명·윤석열 '65세 기초연금 인상' 파문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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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퍼주기 공약

이재명, 전국민기본소득 51조에

소상공인 손실보상 100조 달해

윤석열도 부모급여·재건기금 등

현금성 지원정책 무차별 쏟아내

예타 많아 대국민사과 재연 우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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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9월 26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같은 해 2월 취임한 박 전 대통령은 5월 말 134조 8,000억 원이 드는 ‘공약 가계부’를 공개하며 대선 때 한 약속을 지키는 데 의욕적이었다. 하지만 공약대로 만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10만 원 더 주는 데만 4년간 44조 원 넘게 필요하자 상위 70%까지만 지급하는 것으로 말을 번복했다. 야당이 ‘공약 사기’라고 몰아세웠고 박 전 대통령은 결국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 일로 당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사퇴하며 국정도 발목이 잡혔다. 일부 어르신에게 10만 원을 더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생긴 참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역대 정부에서 보여준 이 같은 교훈을 머릿속에서 지운 듯하다.

우선 320만 소상공인(1차 추경 기준)에게 준다고 약속한 피해 지원액만 이 후보가 최대 100조 원, 윤 후보가 150조 원에 달한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100조 원 지원 계획을 짜놓았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150조 원(손실보상·재건기금·임대료나눔제)의 지원 공약을 내놓았다. 320만 명 기준 소상공인 1인당 윤 후보는 최대 약 4,687만 원, 이 후보는 3,125만 원을 주겠다고 이미 약속한 셈이다. 소상공인 피해 지원은 수십 년 만에 닥친 재난 상황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 취약 계층을 구제하는 데 필요한 돈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2,000조 원, 국가부채 1,000조 원의 나라 살림을 물려받을 두 후보가 이 돈을 구하려면 증세와 국채 발행밖에 답이 없다. 집권한 뒤 수십, 수백 조원의 빚부터 내지 않는 이상 실현할 수 없는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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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두 후보가 선거 활동 과정에서 특정 지지층을 대표하는 집단을 만날 때마다 수조 원을 지급하겠다고 선심성 공약을 날리는 점이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성 지급액만 약 88조 원을 약속했다. 대부분 다달이 돈을 주겠다는 현금 지원이다. 연간 100만 원의 전 국민 기본소득은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 5,163만 명에게 지급하려면 연간 약 51조 6,300억 원이 들어간다. 매월 10만 원을 주겠다는 청년기본소득 역시 만 19~29세 인구에게 주려면 약 14조 2,000억 원이 필요하다. 이날 밝힌 연 100만 원의 농민기본소득도 국회예산정책처 추정에 따르면 오는 2023년 기준 1,013만 명의 농민에게 지급하려면 10조 1,000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20일 문화예술인을 만나 연간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문화예술인기본소득도 2020년 문화관광체육 종사자 213만 명에게 다 주려면 2조 1,000억 원이 소요된다.

코로나 지원금에 집중하던 윤 후보도 현금성 지원책을 남발하며 아찔한 순간까지 연출하고 있다. 10일 대한노인회를 찾은 윤 후보는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많이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곧 ‘기초연금 100만 원 인상’설이 돌자 선거대책본부는 즉각 부인했지만 인상액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인상을 이미 약속했다. 100만 원으로 인상하면 연간 37조 원, 최소 10만 원만 올려도 연간 5조 원이 들어간다. 윤 후보는 심지어 약 4조 8,00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되는 이 후보의 병사 월급 인상(월 200만 원)도 함께 내걸었다. 월 30만 원인 영아수당은 아예 부모 급여로 바꿔 100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출생아 약 25만 명을 고려하면 약 2조 원 이상이 소요되는 공약이다. 저소득층 청년에게 8개월간 400만 원 지급을 보장하겠다고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가 집권 후 ‘공약의 덫’에 발목을 잡힐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국가재정법상 복지사업도 500억 원 이상 재정이 소요되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분유·기저귀 지원’에 나섰다가 예타 대상에 포함되며 줄줄이 사업이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연 600억 원의 예산은 연 50억 원으로 축소되며 국민적인 비판을 샀다. 두 후보의 현금 지급 공약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처럼 대국민 사과할 일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만의 신념과 국정 운영의 비전 없이 그때그때 맞춰 쏟아내는 공약이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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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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