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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부의 과도한 가격 정책 개입은 시장 왜곡 초래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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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석기 단국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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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기 단국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경영학부 교수/사진제공=단국대학교


정부는 금융 정책이나, 세제 정책을 통해서 국민 생활에 미칠 영향이 큰 재화에 대해 가격 안정을 꾀하는 경우가 있다. 유류세 인하를 통한 휘발유 가격 안정화나 전기 요금, 가스 요금, 지하철 요금 등 공공요금 책정이 대표적 예로, 이를 통해 공공 부문 내 소비자 보호와 가격 안정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정부의 가격 개입이 민간 부문에서도 무분별하게 제안 및 적용되는 사례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민간 부문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치밀한 연구 없이 시장논리를 벗어나 민간 부문의 가격 결정에 개입한다면, 이는 결국 시장 왜곡을 일으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생태계 참여자 모두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정부가 민간 부문의 가격을 결정하고 강제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카드 수수료다. 정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근거로 2012년부터 3년마다 수수료 원가 분석을 통해서 카드 업계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 업계는 금융당국의 반복된 카드 수수료 인하로 더 이상의 추가 인하 여력이 남아있지 않으며, 오히려 지난 2년간 신용결제 부문에서 1천3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를 통해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과 누적된 신용결제 부문 적자로 소비자 혜택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카드 업계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형국이다.

플랫폼 수수료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간접적인 개입도 논란이 됐다. 최근 정치권과 정부는 수수료율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앱마켓 내 결제 시스템 이용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성급히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규제가 생태계에 미칠 영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 중소 개발사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규제의 적용 속도, 그리고 범위와 강도는 세계 1등일 필요는 없다. 단기적으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일부에서는 환호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규제 측면에서 한국 경영 환경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를 보이지 않게 조용히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플랫폼 수수료는 대선 후보의 주요 화두이기도 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소상공인을 위한 대선 공약의 일환으로 현재 논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적용 대상인 온라인 플랫폼의 수수료 공개를 추진하고, 플랫폼 입점사에게 부과되는 수수료가 적정한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입점사에게 과도한 수수료 부담이 지워지지는 않는지 파악하고, 기업의 수수료 책정에 개입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에 앞서서 과연 플랫폼 입점으로 입점사가 누리는 실익이나 정부의 가격 개입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악화 등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여타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시장 참여자를 보호하고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고, 수익 모델의 부재는 결국 생태계 참여자의 혜택 축소를 야기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업자가 특정 분야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입점사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형태의 사업 모델을 뜻한다. 배달 서비스를 중개하는 배달의민족, 쇼핑 서비스를 중개하는 네이버 및 쿠팡, 앱마켓을 제공하는 구글 및 애플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익숙한 플랫폼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은 락인 (lock-in: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것) 및 네트워크 효과가 극대화되는 산업 분야이다. 동시에 멀티호밍 (multi-homing: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이 가능한 양면시장이기에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그 시장 전체를 지배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소비자의 선호와 선택에 따라 한순간에 시장 지배력을 얻을 수도, 혹은 도태될 수도 있는 매우 역동적인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온라인 플랫폼은 새롭게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단순히 과거의 기준을 잣대로 규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다방면의 논의를 거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비자와 입점사, 플랫폼 사업자 등의 이해관계자가 유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환경 속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개입은 오히려 참여자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플랫폼 수수료는 이해관계자들의 공정경쟁 및 상호작용 속에서 보다 성숙한 논의를 거쳐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

상품시장규제(PMR: Product Market Regulation) 지수는 OECD가 상품시장에 대한 규제와 시장구조에 대한 정보를 국가 간 비교하기 위해서 개발한 지표이다. 최근 OECD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38개국 중 6번째로 규제가 심한 편인데, 특히, 가격통제 등을 포함한 '정부의 기업 활동 개입'이 최하위권이며 이는 '정부 개입에 의한 왜곡' 수치를 OECD 평균보다 높게 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정부의 시장 가격통제가 심하고 인센티브보다 허가나 금지 등 직접적인 규제를 정책집행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공 부문이 아닌 민간 부문에서의 가격을 정부가 결정,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생태계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이해 당사자의 갈등조정을 위한 충분하고 공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수 있고 이는 실효성 있는 치밀한 정책을 개발하는데 저해요소가 된다. 즉, 민간 부문에서 정부의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매력적 정책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해관계자들이 상생하는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는데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혁신에 대한 보상을 사회적으로 수용하고, 사업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여야 혁신기업이 더 많이 생기고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을 포함한 글로벌 경쟁이 중요한 첨단 사업은 기본적으로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의 속도가 중요한 민간 부문이다. 플랫폼 사업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스스로 공동체 친화적 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공동체 친화적 경영 등에 있어서 정부가 앞장서서 민간 부문에 개입하기보다는 사업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정거래를 위축시키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를 마련한다는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홍석기 단국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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