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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단독] 정의용 "위안부 할머니가 지원 거부" 할머니측 "금시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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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국회 영상회의록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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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후) 위안부 피해자 25명이 돌아가셨습니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는 뭘 했습니까.”(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양성평등기금 103억원에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일본이 거출한 10억엔 중) 잔금 56억을 합쳐서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별도의 활동 방법 등을 강구했습니다.”(정의용 외교부 장관)



지난해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선 2018년 정부 예산으로 조성한 ‘양성평등기금’ 활용방안을 둘러싼 공방이 오갔다. 화두를 꺼낸 건 국회 외통위 소속 조태용 의원이었다. 조 의원은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한 위안부 피해자 관련 사업 등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고, 해 준 것이 없다”면서다.

이에 정 장관은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정부가 여러 아이디어를 고심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여가부 "위안부 피해자 지원방안, 협의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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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과 관련 외교부와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조태용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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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 장관의 설명과 달리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양성평등기금 활용 방안은 부처 간에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성평등기금 운용 주체인 여성가족부는 25일 조태용 의원실의 서면질의에 “기금을 위안부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외교부와 협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양성평등기금 103억원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 관련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 전액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 위한 소요로 편성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가부의 설명대로라면 애초에 양성평등기금은 일종의 '충당금' 성격이지 위안부 피해자 지원 목적으로 조성된 게 아니었다는 게 된다. 특히 여가부 측에서 외교부와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양성평등기금 활용 방안을 강구했다는 정 장관의 주장은 신뢰성을 잃게 됐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공식 협의’라는 타이틀을 달고 여가부 측과 자리를 만든 적은 없지만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 왔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文 기조 변화에 '계륵' 된 양평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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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의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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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박근혜 정부 당시 일본과 한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했고, 2017년 말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 중심 접근이 결여됐다"며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일본이 합의에 따라 거출한 10억엔을 피해자들에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던 화해치유재단도 해산 수순에 들어갔다.

다만 정부는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반환하지는 않았다. 이를 반환하는 순간 위안부 합의를 공식적으로 파기하는 결과가 되고, 한·일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란 현실적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하기 위해 나온 게 바로 양성평등기금이었다. 일본이 낸 10억엔 중 잔금은 더 이상의 추가 집행 없이 그대로 두고, 정부 예산으로 10억엔 상당의 별도 기금을 편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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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양국 정부 간 공식 합의'로 인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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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본에 10억엔을 돌려주지 않으면서도, 일본이 위안부 합의에 따라 낸 돈으로 피해자를 지원한 사실 자체를 희석하려는 일종의 편법이라는 지적이 당시 외교가에서는 나왔다. 일본이 낸 출연금을 반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예산 대신 사실상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치환하자는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재정으로 피해자를 지원해 사실상 배상의 성격을 띄게 하는 위안부 합의의 핵심 요소를 무력화한 셈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일본이 낸 10억엔 대신 정부가 새로 편성한 양성평등기금으로 대신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해야 했지만, 성과는 없는 상태다.



"기금 지원,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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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내신기자 간담회에서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과 관련 "할머니들이 기금에서 지원받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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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은 지난달 내신 기자간담회에서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거부 의사를 들었다. “할머니들이 기금에서 지원 받기를 원하지 않고, ‘우선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받으라’는 요구를 해 왔다”면서다.

하지만 정작 위안부 피해자 및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 측에선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에서 보상금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지, 정부가 조성한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한 지원 방안을 거부한 적은 없다는 얘기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외교부에선 양성평등기금이 어떤 돈인지, 이 돈을 활용한 지원 방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설명한 적 없다”며 “생존해 있는 할머니들 대부분이 건강상의 문제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인데, 도대체 어떤 분께 ‘지원을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희망 고문 멈추고 실질적 지원해야"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측에선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해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활동을 하거나 지원 방안이 마련된다면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오히려 제발 그런 노력을 좀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태용 의원은 "25명의 할머님이 돌아가실 동안 문재인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 비판에서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며 "더 이상의 희망 고문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남아계신 할머님들께 제대로 된 위로와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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