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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되살아난 서울] (105) 칼 모양 닮은 산에 조성된 양천구 '갈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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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이 3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는 '갈산공원'이 각각 한 개씩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펴낸 한국지명유래집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부평구와 경기도 양평군에 자리한 공원의 이름은 해당 지역에 칡이 많은 산이 있어 '칡 갈(葛)'을 붙여 갈산이라 부르던 것에서 따왔다.

부평구 북부 중앙에 위치한 '갈산동'은 구한말 '갈월리'에 속했다. 지명은 '칡넝쿨이 우거진 갈산에 비추는 밝은 달'을 의미하는 '갈산명월(葛山明月)'을 줄여 '갈월'이라 일컬었던 것에서 가져왔다고 하니 퍽 낭만적이다. 인천시와 경기도에 있는 '갈산공원'의 지명 유래가 시적인 데 비해 서울은 일차원적인 이유로 산 이름을 지었다가 훗날 공원명까지 개명하는 곡절을 겪게 된다.

◆부르기 께름칙해 이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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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8도까지 오르며 한겨울임에도 잠시나마 봄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지난 24일 오후 양천구 신정동에 자리한 '갈산공원'을 방문했다.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 2번 출구로 나와 6617번 버스를 타고 3개 정류장을 이동한 후 목동우성아파트입구에서 하차해 고척1동쪽으로 531m(10분 소요)를 걸었다.

고래등 같은 기와가 인상적인 사찰 향림사 옆으로 갈산공원으로 진입하는 계단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계단씩 밟아 오르다가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나 고개를 들었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바람개비가 살랑 바람에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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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른편에는 동네 주민들이 따뜻하게 쉬다 갈 수 있게 간이로 만든 비닐하우스가 설치됐다. 작은 쉼터의 중문 위에는 '상호 존중 배려'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검은색 털모자에 두툼한 패딩으로 중무장한 어르신 한 분이 간이 쉼터에 앉아 장기판을 만지작거리며 같이 장기를 둘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쓸쓸한 풍경을 뒤로하고 갈산공원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이 위치한 갈산은 목동 용왕산과 마주 보고 서 있는 고도 76m의 야트막한 산이다. 안양천의 오랜 침식작용으로 동쪽 부분이 벼랑처럼 깎여 길게 급경사를 이뤄 산 정상이 칼날처럼 생겼다 해 칼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과거 용왕산은 '문(文)'으로, 칼산은 '무(武)'로 양천구를 지키는 수문장으로 비유되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칼산'이라는 말이 부르기에 섬뜩하고 혐오스럽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갈산'으로 산명이 바뀌었다.

동네 주민들은 산의 옛 이름을 버린 것에 아쉬움을 두지 않는 눈치였다. 이날 갈산공원에서 만난 김모 씨는 "'신정동 하면 딱 떠오르는 게 뭐냐' 바로 엽기토끼 살인사건"이라면서 "그런 일도 있었는데 산이름이 여태껏 칼산이면 누가 여기서 살고싶어 하겠느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어 "칼산에서 갈산으로 바꾼 건 백번 천번 잘한 일"이라며 "동네 이미지도 좋아지고 집값도 오르고 일석이조"라며 엄지를 추어올렸다.

◆갈산정·대삼각본점·어린이교통공원·유아숲체험원··· 없는 게 없는 주민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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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 정상에서는 선홍색의 아름다운 정자 '갈산정'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갈산정 우측에는 회백색 철골 뼈대로 피라미드를 지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대삼각본점'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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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물은 1908년 대한제국 시절 국가 전반의 재정을 맡아보던 중앙 관청 탁지부에서 토지조사 사업을 위해 만든 구소삼각점이다. 경술국치 이후 조선총독부에서 대삼각본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 서울시에 단 2개만 남은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중요한 국가시설물 중 하나라고 한다. 국가기준점, 지적기준점으로 측량에 활용돼 학술적인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12월 31일자로 서울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로부터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고 양천구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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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정과 대삼각본점을 둘러보고 전망대로 갔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전망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영등포·구로구 일대 풍경을 감상하거나 굽은 허리를 펴는 스트레칭을 반복했다. 24일 오후 갈산공원에 온 주부 이모 씨는 "여기에는 아줌마들이 애들 데리고 자주 찾는 어린이교통공원도 있고 유아숲체험원도 있어서 참 좋다"며 "옛날에는 몰랐는데 코로나 심해지고는 그래도 동네에 갈 곳이 많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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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마을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 양천구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어린이교통공원을 들렀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코로나가 창궐해서인지 아이들이 코빼기도 안 보였다. 주민 한 명만이 어린이교통공원의 트랙을 뱅뱅 돌며 운동하고 있었다. 교통공원 인근에는 유아숲 체험원이 조성됐다. 솔방울로 과녁 맞히기와 그물 오르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잔뜩 마련됐지만 아쉽게도 이곳에서도 아이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신정7동에 사는 박모 씨는 "솔직히 옛날에는 밤에 갈산공원에서 농구 경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교통공원에 애들이 와서 시끄럽게 해서 짜증이 좀 났다"면서 "지금은 전보다 많이 조용해졌는데 예전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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