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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의 9연승' 전희철 감독, 우승으로 새 역사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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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한국가스공사 97-87로 제압... 리그 단독 선두 질주

오마이뉴스

SK 나이츠 9연승 달성 ▲ 2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SK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에서 97 대 87로 승리를 거두며 9연승을 달성한 SK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SK는 이번 승리로 2012-2013시즌 이후 처음으로 9연승을 달성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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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철 감독이 이끄는 프로농구 서울 SK의 상승세가 무섭다. SK는 24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97-87로 제압하며 파죽의 9연승을 질주했다.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가 이날 37점 11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여기에 최준용이 15점 13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기록을 남겼고, 김선형이 17점 4어시스트, 안영준이 15점 9리바운드로 지원사격하며 국내 선수들도 흠잡을 데 없이 고른 활약을 보여줬다.

9연승은 수원 KT와 함께 올 시즌 프로농구 최다 연승 타이기록이며, 구단 역대 최다연승 기록은 11연승(2001년-2003년)에도 2경기 차이로 접근했다. 또한 SK는 시즌 27승(8패)째를 거두며 2위 KT를 4경기 차이로 따돌리고 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3라운드까지 KT와 양강체제였다면 이제는 사실상 독주체제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는 격차다.

독주체제 구축한 SK

SK는 전통적으로 프로농구의 인기팀이자 스타군단으로 꼽혀왔지만 정작 우승 운은 적었다. 챔프전 우승 2회(1999-2000, 2017-2018) 정규리그 우승은 단 1회(2012-2013)에 그쳤다. 지난 2020-2021시즌에는 우승후보로 꼽히고도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8위에 그치며 6강 플레이오프조차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SK는 2021-2022시즌을 앞두고 10년간 팀을 이끌었던 문경은 감독이 물러나고 전희철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SK의 선택은 누가봐도 합리적이었다. 전희철 감독은 문경은 전 감독을 코치로서 보좌하여 10년간 동고동락해오며 팀문화와 선수들의 성향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지도자였다. 문경은 감독 역시 사퇴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전희철 감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내며 이상적인 감독교체의 모범사례를 보여줬다.

전희철 감독은 허재-문경은-이상민(삼성) 감독 등과 함께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다. 경복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전주 KCC-서울 SK 등에서 선수생활을 보낸 전 감독은 1990-2000년대 '에어본'이라는 별명으로 농구대잔치 시대를 풍미한 특급 파워포워드였고, 2001-2002시즌에는 오리온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국가대표에서도 오랫동안 활약하며 1997년 ABC대회(현 FIBA아시아컵) MVP와 2002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SK와는 선수생활 말년에 이적하여 마무리를 함께했고, 전력분석원-코치-2군 감독으로 다양한 지도자 경력을 쌓은 끝에 감독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전임 문경은 감독과 동일한 행보를 걷고 있다.

사실 전희철 감독은 나이와 경력, 스타성 등을 감안하면 감독 데뷔는 매우 늦은 편이다. 현재 KBL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대부분 40대 초반에 첫 지휘봉을 잡았지만, 전 감독은 1973년생으로 한국나이 50세에 감독 데뷔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 중에서는 가장 어린 막내 감독이다. 그만큼 현재 프로농구 감독계에 세대교체가 얼마나 이뤄지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 감독은 데뷔 첫 시즌부터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며 자신이 '준비된 감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애초에 SK가 전희철 감독을 선임한 이유는 완전히 새판짜기보다는 분위기 전환을 통한 재도전에 가까웠다. 이를 잘 이해한 전 감독 역시 문경은 감독 시대의 주축 선수들과 팀컬러를 연속성 있게 이어가면서 기존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노선을 선택했다.

지난 시즌 기량과 멘탈 모두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퇴출설이 유력하던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를 재신임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최준용과 김선형을 중심으로 SK의 강점인 드롭존과 속공 위주의 공격농구를 부활시켰다. 첫 감독 데뷔전이었던 KBL 컵대회에서 전희철호는 LG-KT에 이어 DB와의 결승전까지 3경기 연속 초반 열세를 뒤집고 역전승을 이뤄내며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희철 감독은 매 경기 초보 감독답지 않은 안정된 경기운영과 빠른 상황판단으로 자신의 역량을 증명했다.

'초보 감독' 전희철의 성공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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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기다리는 전희철 감독 ▲ 2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SK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 SK 전희철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정규시즌에서도 상승세는 계속됐다. 1라운드를 7승 2패, 1위로 마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2라운드 들어 5승 4패로 주춤한 사이에 KT가 9연승을 질주하며 잠시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3라운드 7승 2패로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4라운드 들어 KT가 부상자 속출로 주춤한 틈을 타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단독 1위를 탈환하고 전반기를 마친 데 이어, 올스타 휴식기 이후에도 무려 9연승까지 치고 나가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SK의 선수층은 10개 구단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 김선형-안영준-최준용은 모두 국가대표급이고, 자밀 워니도 2년 전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수상했을 만큼 이미 검증된 선수다. 허일영, 최부경, 최원혁, 오재현 등 각자 수비와 3점슛, 리바운드 등에서 확실한 강점을 지니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들이 포진한 벤치도 두텁다. 부상선수가 쏟아졌던 지난 시즌에 비하여 큰 전력보강 없이도 SK가 환골탈태한 원동력은, 결국 선수들의 건강차이가 만든 변화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지 못하면 보배가 절대 될 수 없다. 1시즌 만에 팀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역시 전희철 감독의 리더십이 만들어낸 영향이라고 볼수 있다. 전임 문경은 감독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덕장이었다면, 전희철 감독은 좀더 과감하고 민첩한 맹장 스타일에 가깝다. 선수구성이나 전술적 틀은 비슷했지만, 전희철 감독의 특징은 신속해진 템포와 임기응변으로 요약된다.

문경은 감독이 외국인 선수 위주의 확률 높은 공격을 선호했다면, 전희철 감독은 워니의 개인능력을 활용하면서도 모션오펜스와 2대 2 플레이로 파생되는 국내 선수들의 주도적인 역할 또한 강조한다. 또한 어지간해서 선수단을 다그치지 않던 문경은 감독에 비하여, 전 감독은 경기흐름이 약간 흔들리거나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었다싶으면 바로 작전타임을 걸며 선수를 교체하거나 강하게 질타하며 분위기를 다잡는다. 이러한 밀당의 리더십은 오히려 대선배인 유재학(현대모비스)이나 전창진(KCC) 감독의 초창기 시절을 연상시킨다.

프로무대에서 초보 감독이 데뷔 첫해에 팀을 우승으로 이끈 사례는 2001-2002 시즌 대구 오리온스의 김진 감독이 있다. 당시 선수로서 오리온의 주역이 바로 전희철 감독이었다. 20년의 세월이 흘러 전희철 감독은 SK에서 또다른 청출어람을 꿈꾼다. 또한 프로무대에서 각각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우승하게 된다면 김승기(안양 KGC) 감독에 이어 역대 2번째가 된다.

한편으로 전희철 감독이 이끄는 SK의 약진은 최근 스타 출신 감독들의 실패 사례가 계속된 프로농구에도 많은 의미를 남긴다. 전희철 감독과 동시대에 선수로서 활약했던 이상민-현주엽-신기성 97세대(90년대 학번-1970년대생) 농구대잔치 출신 감독들이 한때 잇달아 프로구단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대부분 이렇다할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 안양 KGC의 우승을 이끈 김승기 감독과 전희철 감독 등은 모두 코치 시절부터 오랫동안 차근차근 현장경험과 지도자 수업을 받은 끝에 감독까지 올라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 못지않게 제대로 된 유능한 지도자 한 명을 키우는 것도 많은 경험과 인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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