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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美국방장관, 전투여단 등 미군 8500명에 "유럽 파병 대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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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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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미군 8500명에게 ‘유럽 파병 대기’ 명령을 내리고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고 2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가족의 철수 명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미국의 지상군 개입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미군 8500명, 유사시 나토신속대응군 지원"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파병 결정을 내릴 것에 대비해 오스틴 국방장관이 미국 본토에 있는 미군 8500명에게 비상대기 명령을 발동했다”며 “이들은 유사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신속대응군(NRF)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려 NRF가 가동되면, 해당 미군 병력이 NRF에 즉각 동참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명령이다. NRF는 지상·공군·특수작전군 4만여 명으로 구성된 나토의 최정예 다국적군이다.

이날 파병 대기 명령을 받은 8500명의 미군은 전투여단을 포함해 현역 지상군과 장비를 갖춘 의료, 항공, 운송, 정보 및 감시 부대다. 경계 태세가 강화됨에 따라 통상 10일 이내로 주어지는 배치 준비 기간은 5일 이내로 단축됐다.

다만 이들 미군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인접 동유럽에 배치될 전망이다.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발트 3국을 포함한 동유럽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나토 동맹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라면서 “동유럽 동맹국들이 지원을 요청하면 그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이 이동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나토의 집단방위조약인 상호방위 조약 5조를 얼마나 신성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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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미군 8500명에게 유럽 파병을 준비하라는 비상대기 명령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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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미국의 전략 수정 신호"



외신들은 펜타곤의 이번 결정이 그간 러시아의 위협적 도발에도 절제된 반응만 보여왔던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 전환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그간 강조해온 경제·금융제재 외에 미군 파병이라는 강력한 카드로 러시아를 압박하면서, 외교적 해결책으로 출구를 마련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NYT는 “미국 정부가 지금껏 수차례 회담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저지하지 못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협의와 조정 위주의) 이전 전략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최근 이어진 외교적 교류로 아무런 돌파구를 찾지 못한 미국이 내린 가장 최근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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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화면)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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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백악관에서도 미군 파병에 대해 언급이 나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군사 계획을 다듬고 있다”며 “시나리오에는 동유럽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기 전에 미군을 추가 파병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미군의 추가 파병 가능성을 배제한 적이 없으며, 이는 우리가 가진 여러 비상 계획 중 하나”라고 말했다.



러시아 "미국과 나토가 긴장 고조" 주장



앞서 미국은 전날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직원 가족들에 철수 명령을 내리면서 러시아 침공 가능성을 수면 위로 올렸다. 로이터는 “이 명령은 미국이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영국 정부 역시 대사관 직원 일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계획이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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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경과 맞닿은 러시아 우랄스 오렌부르크 인근에서 러시아 군이 자주포를 발사하며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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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12만7000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에는 병력을 계속 증강 중이다. CNN은 “미국은 러시아가 언제든 침공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나토 상호방위조약 5조(Article Five)=나토 회원국 중 한 나라라도 공격받을 경우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모든 회원국이 대응에 나선다는 규정. 일명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One for all, all for one)’ 약속으로 통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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