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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HDC현산 퇴출’ 현수막 또 걸렸다... “계약 해지가 쉽지는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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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했던 정비 사업장들에서 이탈 움직임이 연달아 포착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과 시공 계약을 맺은 정비사업 조합 내에서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영업정지 이전에 잡은 토끼부터 다 놓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

대전 서구 탄방동 숭어리샘(탄방1구역) 조합원들이 현산 퇴출 현수막을 부착하는 모습. /숭어리샘 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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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전 서구 탄방동 숭어리샘(탄방1구역) 재건축 조합의 일부 조합원들은 현산 퇴출을 주장하는 현수막을 달고 나섰다. 이들은 건설 현장 차단벽에 ‘HDC 현산 퇴출, 불안한 집에서 살 수 없다, 우리는 가족과 안전하게 살고싶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사업지는 지난 2019년 1월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각각 50%의 지분으로 공동 수주한 곳이다. 총 1974가구 규모로 도급금액은 약 4600억원(현대산업개발 약 2279억원)이다.

이규태 숭어리샘 조합장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시공사 변경 등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계약 해지가 쉬운 선택지는 아니라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신중하고 검토하는 중”이라면서도 “사고를 두 번이나 낸 현산 시공에 따른 주거 안전성와 미래 가치 하락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수주한 이문3구역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오는 2월 15일로 예정된 조합원 분양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에서 배제하는 게 먼저라는 취지다.

이문3구역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이 오픈채팅방을 통해 동·호수 추첨을 미루고 시공사 계약해지를 우선하자는 것의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동·호수 추첨 이후에는 1개월 내 분양계약을 해야 해 완전히 시공사 측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문3구역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일각에서 언급된 시공사 교체를 진행할 경우, 착공이 진행된 현시점에서 계약해지 절차와 선정 절차를 진행할 경우 사업이 지연되고 추가적인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법정 공방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공지를 보내기도 했다. 당장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울산 남구 B-07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4일 현대산업개발에 공문을 보내 “대형사고 및 부실한 대처로 귀사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점점 커지며 다수 조합원의 항의성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발생한 사고들로 생긴 조합원들의 불신은 이루 말할 수 없으므로 가계약 협상을 잠정 중단한다”고 했다.

B-07구역 조합은 사고 예방을 위한 현산의 특별대책을 요구했고, 이에 현산 측은 사과문과 안전대책을 공문으로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B-07구역은 울산 남구 신정4동 880-9 일대 면적 8만 1875㎡ 부지에 아파트 1391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도급액은 4081억원에 달한다.

부산 촉진3구역도 지난 12일 현산에 공문을 보내 안전과 관련한 조합원들의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조합 측은 부실 시공 방지를 위해 별도의 관리감독 기관을 구성하고, 이에 대한 제반비용을 현산에서 부담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촉진3구역 관계자는 “공문을 보낸 것은 최근 사고와 관련해 조합원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면서 “향후 총회를 개최해 계약 해지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촉진3구역은 3554가구 규모로 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한 사업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전국에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현장은 총 65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오는 3월 착공을 앞두고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처럼 확산하는 현산 보이콧 현상에도 이미 맺은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지 추락으로 앞으로 몇년 간 신규 수주가 거의 불가능할 전망인 만큼, 현산은 집토끼 단속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기존 사업장과 계약을 해지하는 선례 자체를 남기지 않으려 들 것”이라고 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도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업정지나 건설업 면허 취소 사유 등으로도 시공사 계약이 자연 해지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조합이 손해배상 등 추가 비용 부담을 불사하지 않는 한 현산 교체가 실현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최상현 기자(hy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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