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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군 8500명 동유럽 전진 배치하나…우크라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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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진영, 동유럽서 병력 증강 본격화

미, 8500명 동유럽 배치 위한 대비 상향

나토 측 "전투부대 추가 배치할 수 있다"

러, 곧바로 초계함 2척 출항 '무력 시위'

이 와중에…푸틴, 중남미 정상들과 접촉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동유럽에 8500명의 병력을 배치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러시아가 발트함대의 출항을 통해 무력시위에 나서는 가운데 맞불을 놓는 경고성 조치다. 서방 진영이 ‘최악의 사태’를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커지는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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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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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진영, 동유럽 병력 증강 시동

2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미군 8500명을 동유럽에 배치하기 위한 ‘상향된’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CNN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고에 따른 가장 최신 조치”라고 전했다. 미군의 동유럽 전진 배치 가능성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유사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대응군 지원을 위한 것이다. 나토가 필요로 할 경우 신속대응군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대비 태세 상향 명령을 받은 병력은 전투여단과 병참부대, 의료·방공 지원, 첩보·감시·정찰부대 등이다. 당초 병력 배치 준비에 10일이 주어졌다면 이제는 5일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설명했다.

커비 대변인은 “미국은 대내외에서 병력 대비 태세를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다양한 우발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력을 배치할지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지만, 실제 군사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긴장감은 더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군사 계획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인 나토는 이날 동유럽에 전투부대를 추가로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토는 현재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에 다국적 부대 4000여명을 두고 있는데, 이를 더 늘리겠다는 의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의 동부 지역에 있는 주둔군을 더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또 동맹국들이 동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나토 군대에 군함과 전투기를 추가로 보낼 것임을 천명했다. 덴마크,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가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에 군함과 전투기를 더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동유럽 군사력 증강 태세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앞서 전날 미국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직원 가족들에 철수 명령을 내리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수면 위로 올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군사 행동을 계획 중이라는 보고를 입수했다는 게 그 이유다. 로이터는 “이 명령은 미국이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영국 정부 역시 이날 대사관 직원 일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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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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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곧바로 초계함 출항 ‘무력시위’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러시아 발트함대는 이날 나토의 동유럽 전력 증강 배치 발표 직후 함대 소속 초계함인 ‘스토이키’ ‘소오브라지텔니’ 등 2척이 해상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출항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 초계함에는 발트함대 소속 해병대 대테러팀이 탑승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또 20척의 발트함대 소속 군함과 지원함 등을 발트해 훈련 해역으로 보냈다.

이는 이미 예정돼 있던 훈련이다. 다만 러시아가 나토의 발표 직후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력시위라는 관측이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토가 우크라이나 위기를 이유로 동유럽 주둔군과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며 “이는 긴장 고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나토가 활동을 강화하면 좌시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아울러 미국 정보당국이 내놓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공습설을 두고 “거짓 정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명의 병력을 배치했고, 우크라이나 북부와 붙어 있는 벨라루스에 연합 훈련을 명분으로 군사력을 이동 배치했다.

이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미겔 디아스 카넬 쿠바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두 나라간 공조를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흘 전인 20일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접촉했다. 서방과 대결 국면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남미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미국을 간접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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