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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금리 큰칼 하나론 중앙銀 역할 다 못해…정책수단 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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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 인터뷰①

한은 금안보고서 1호 만들었던 거시경제 전문가

부채·성장동력 약화 등 코로나가 키운 하방 위험

"이성태 총재 시절 썼던 지준율 조정 고려해볼 수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은 무차별적이라 어쩔 수 없다는 과거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보조 정책 수단을 찾아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게 당연한 것이죠.”

한국은행의 ‘1호 금융안정보고서’를 만들었던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벌어진 양극화 격차, 금융불균형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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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사진=송현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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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소장은 한은 금융안정분석국장(현 금융안정국장) 출신의 거시경제 전문가다. 지난 1978년 한은에 입행해 약 30년 간 근무하면서 2003년엔 금융안정보고서 첫 발간을 주도한 실무자로 일했고, 독일 프랑크프루트 사무소장,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거치며 거시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퇴임 후엔 한은 후배들과 함께 민간 경제연구소 송현을 출범해 운영하고 있다.

정 소장은 코로나19 위기에선 벗어나고 있으나 올해 우리 경제엔 하방 위험이 더 크다고 예측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중앙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 사이 초저금리 기조에 부동산시장 과열로 가계부채가 1800조원 대까지 급증해 ‘회색 코뿔소’(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쉽게 간과한 위험)의 위험이 코 앞까지 다가온 상황이다. 민간부채 위험도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8.4%포인트까지 급증해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세계 7위 수준이다. 한은이 물가를 걱정하기 이전 금융불안정 상황을 눈여겨 봤던 이유다.

여기에 더해 물가는 올해 상반기까지 3%대를 나타내며 정부기관의 예상 수준과 통제를 벗어나 널뛰는 중이고, 수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증가율은 점차 둔화하고 있다. 민간소비 회복에 올해 경제성장 흐름 지속에 대한 기대를 걸어둔 상황이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은 당장 올해 1분기부터 대면 서비스를 비롯한 소비 지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소장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3.0%로 전망되나 매우 어려울 수 있단 생각이 든다. 잠재성장률은 2%가 이미 깨졌을 수 있다”면서 “반면 물가는 목표치(2.0%)를 넘어서 당초 예상보다 더 장기적인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수치로 집계되는 것보다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보다 적극적인 수단을 강구 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는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은 저금리 혜택 없이 부동산가격 상승 등의 피해만 보고 있는데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금리를 올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유동성을 걷어 들이는 과정에서 금리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해 한은도 새로운 정책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보조 수단의 예시로는 이성태 전 총재 시절 시행됐던 지준율 정책을 언급했다. 코로나19가 가계부채 문제를 용인하게 했고, 자산가격 폭등 등 금융불균형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키웠는데 그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어 경기 하방 위험이 큰 만큼 효과적인 수준까지 금리를 끌어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난제라고 분석했다.

이성태 전 총재는 콜금리제를 택하고 있던 2006년 금융기관 여신 공급이 콜금리 인상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지급준비금 비율을 조정한 바 있다. 요구불예금과 수신입출금 예금에 대해서만 5%의 최저지준율을 7%로 인상했다. 이 전 총재는 당시 금융기관의 여신 공급 여력을 일부 감축해 금리정책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지준율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소장은 “주택담보대출에 이자를 부과하거나 은행들의 지준율을 높이는 방식 등 비용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 오히려 대출 중단과 같은 거시정책보다 더 시장친화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의 효용성 증대와 함께 정 소장이 강조한 것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구조적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성 있는 연구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화, 저(低)탄소화,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인구구조 변화와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를 실무진 차원에서 연구하고 발표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시계에서 책임성 있는 연구를 이어가야 한단 주장이다. 국제기구나 해외 전망기구의 자료를 모으거나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세밀한 차원의 분석이 단기적인 시각에서 꾸준히 이뤄진다면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발생한 파급 효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에 대한 예측을 정교하게 할 수 있고 통화정책 운용에도 선제적 대응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물가와 경제성장률 등에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칠 노동 및 고용 이슈나 기후변화에 대한 분석도 국 차원의 책임성이 부과될 때 내실 있는 내용을 담을 수 있다고 봤다. 정 소장은 “중앙은행 덕목은 (물가·금융) 안정, 중립성, 장기적 시각 등 세 가지가 있는데 이중 장기적 시각이 현재 한은이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면서 “가장 큰 조직인 통화정책국 인원을 줄여서라도 중장기 과제를 심도 있게 연구해야 거시경제 위험에 대응할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 소장이 송현경제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중장기 과제 중 하나로 일제 강점기 이전을 포함한 근·현대 거시경제 데이터 구축을 선정한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은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인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근·현대 역사 자료를 모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공신력 있는 GDP 통계는 1993년 이후 데이터뿐인데 그 이전 시계열까지 확장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정 소장은 “한은에 거시경제 전문 인력이 모여 있는 만큼 무궁무진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데 현역 시절 못해본 것들이 많았다”면서 “그 중 하나가 1910년을 전후한 GDP 통계로, 편향된 시각이 아닌 중립적인 우리 경제의 과거 역사를 데이터화 할 수 있도록 소셜 펀딩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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