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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이상 걸릴 전환을 1년만에”…코로나가 바꾼 노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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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비대면 물결이 바꾼 일자리 지형

IT·과학기술·운수창고업 ‘날개’

새 시장에 기회와 일자리 쏠려

전통적 일자리는 줄거나 고전

취업자수 7년만에 최고 찍어도

업종별 격차 극심, 체감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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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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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77만3천명 늘었다. 이만해도 7년10개월 만의 최고치인데, 올 1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100만명대에 이른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고용 타격이 컸던 1년 전과 견주어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월비(계절조정)로 봐도 증가세는 꾸준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된 취업자 수 광폭 증가에는 줄곧 ‘공공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비아냥이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일자리는 연말 사업 종료로 되레 ‘마이너스 요인’이 되면서 12월에 늘어난 취업자는 대부분 민간 일자리였다. 연간으로 봐도 지난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7만명 가까이 늘었는데 이는 정부의 내부 전망치보다 2만명가량 많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용 회복세인 셈이다.

그런데도 고용 회복을 체감하는 이는 많지 않다. 업종마다 온도차가 극심해서다. 전통적 일자리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거나 사라지고, 새로운 시장에 기회와 일자리가 몰린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 때 비정규직화·외주화가 벌어졌다면, 코로나 확산기엔 디지털화·자동화·비대면화가 산업 전반에서 가속화되고 있다”며 “5년 이상 걸릴 전환인데 코로나19 탓에 1년 만에 진도를 다 뺐다”고 말했다. 취업자 수 총량만으로 지금의 노동시장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다.

코로나19로 기회 얻은 산업들


12년차 개발자 강아무개(38)씨는 지금 일하는 아이티(IT) 기업이 다섯번째 직장이다. 직전 직장은 3년을 채 안 다녔고 지금 직장에서도 3년쯤 채우면 이직을 시도할 생각이다. “업계에선 2∼3년에 한 번씩 이직하면 좋다고 흔히들 이야기해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걸 접하고 기술력을 향상하면 몸값이 오르죠. 이직할 때 보통 연봉이 15∼20% 정도는 오른다고 봐야 해요.” 개발자로서의 역량만 받쳐준다면 전공 불문, 기회는 널렸다.

인력 수요가 폭발하는 정보통신업을 비롯해 전문과학기술업, 운수창고업 등 3개 업종이 대표적인 ‘뜨는 산업’이다. 통계청 고용동향 통계를 보면,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업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인 2020년 2월과 비교해 한때는 취업자 수가 95~97%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각각 109.9%와 107.9%까지 회복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단순히 위기 전 상황을 되찾는 단계에 그치지 않는다. 게임회사나 유니콘 스타트업 등 아이티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연봉을 올려가며 개발 인력 쟁탈전에 나설 정도다. 운수창고업도 2021년 연간 취업자 수가 전 산업 가운데 두번째로 많이 늘면서 지난해 12월 현재 코로나19 직전 수준을 108.5% 회복했다. 버스·택시 등 육상여객과 항공여객 등이 심각하게 휘청였음에도 택배 중심의 생활물류 분야에서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결과다.

전반적 감소세를 보이는 제조업과 도·소매업은 세부 업종별로 희비가 갈렸다. 업종 소분류까지 접근 가능한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보험통계로 살펴보면, 산업 내부의 역동적 변화가 눈에 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취업자는 근로형태를 따지지 않고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데, 고용보험통계의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보험가입자만을 포괄하는 한계가 있다. 제조업은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로 보면 코로나19 직전 대비 98.3%에 그쳤는데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코로나19를 겪은 2년 사이(2019년11월 대비 2021년11월)에 1.7% 늘었다. 이런 가운데 의복 제조업은 2년 사이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11.7% 감소했고 가방 및 신발 제조업도 7.7% 줄었다.

코로나19로 기회를 얻은 곳도 적지 않다. 가정용기기제조업은 2년 내내 고용 타격도 없이 피보험자가 22.2%나 늘었다. ‘집콕’하는 시간이 늘어난 영향이다. 비대면 수업이나 회의가 늘면서 통신방송장비제조업은 2년 사이 피보험자가 7.5%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일자리가 줄어왔던 업종이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제조업 못지않은 수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배달이 늘고 종이·플라스틱 용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종이상자제조업(5.3%), 플라스틱제품제조업(4.3%)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증가세가 나타났다.

도·소매업은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지는 산업’이다. 최근 10여년 사이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었는데 그 변화를 코로나19가 촉진했다. 도·소매업은 지난 2년 동안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고,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로 보면 코로나19 직전 대비 93.4% 수준이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소매를 중심으로 한 무점포 소매업에서만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2년 사이 3만6천명(43%)이나 늘었다.

생산이 늘어도 따라 늘지 않는 고용


서울 송파구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 키오스크로 주문을 마치자 로봇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분히 아이스크림을 담고 토핑까지 실수 없이 마쳤다. 로봇팔에 시선을 뺏긴 대학생 한아무개(25)씨가 말했다. “로봇이 신기하긴 한데 조금 기분이 이상하네요. 이러다 일자리가 다 사라질 것 같아서요.” 이 로봇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0%, 휴식 없이 24시간 일해도 거뜬하다. 나란히 선 로봇팔 3대는 밀린 주문을 처리한 뒤 음악에 맞춰 춤까지 췄다.

코로나19는 자동화와 비대면화를 부추겼다. 지난 2년 동안 사라져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일자리가 꽤 많다는 뜻이다. 이미 서비스업생산지수 기준으로 상당히 회복했음에도 일자리는 따라오지 않는 업종이 적지 않다. 섬유·의복·신발 및 가죽제품 소매업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타격을 입은 뒤 금세 회복했고 지난해 11월 현재 생산지수(계절조정)가 위기 전 대비 27%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8.9% 감소한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연료소매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았음에도 지난 2년 동안 일자리 감소폭이 커져 피보험자가 7.2% 이상 줄었다. 최근 들어 ‘셀프주유소’가 급증한 탓이다.

숙박음식업도 마찬가지다. 음식업 생산지수는 2020년 2월 이후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3월부터는 완만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지속해서 줄고 있고 이제 일상 깊숙히 키오스크가 들어왔다. 숙박업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가팔라지면서 지난해 11월엔 생산지수(계절조정)가 2020년 2월 대비 33% 이상 상승했지만,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지난 2년 내내 줄어 총 9.2%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끝나도 사라진 일자리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2년 동안 산업계는 새로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해 디지털화·자동화·비대면화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장기적인 산업 변화는 이미 진행이 됐고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마찰을 완화하는 것이 정책적 과제”라며 “코로나19 이후 1∼2년 정도는 자동화가 특히 심한 업종에 고용 유지와 창출을 위한 고용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직업 훈련 투자를 늘리는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인쇄공들 택배로 가…책을 못 찍어요”

늘어난 일자리, 상당수가 특고·임시직



“코로나 때 인쇄시장 숙련공 30% 정도는 빠져나갔어요. 특히 젊은 사람들이 택배로 많이 옮겼죠. 주문이 들어와도 사람이 없어서 책을 못 찍어요.”

한 인쇄업 관계자의 토로다.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서 초과노동수당으로 버티던 숙련공들이 주 52시간제와 코로나19가 시작된 뒤론 업계를 쉬이 떠난다고 한다. 불안정하지만 진입 장벽 낮고 수입도 나쁘지 않은 택배 배달이 더 낫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도 택배는 가장 만만한 선택지다.

취업자 수로만 보면 운수창고업은 지난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10만3천명 늘어난 일자리 효자 산업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지난해 늘어난 운수창고업 취업자 중 2만4천명은 임시·일용직, 4만명은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다. 운수창고업의 취업자 수가 전 산업 가운데 두번째로 많이 늘어난 가운데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되레 줄었다.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수가 불안한 일자리란 뜻이다.

물류기업 ‘한진’의 지난해 고용형태 공시를 보자. 2020년 대비 직접 고용된 노동자는 6명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파견·용역·도급 등 ‘소속 외 노동자’는 9873명에서 1만1270명으로 14.2% 늘었다. 다른 곳은 어떨까. 전자상거래 업계의 혜성 같은 존재인 쿠팡의 물류대행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지난해 전체 노동자 수가 2만7882명으로 1년 전보다 2.2배 폭증했다. 늘어난 1만5천명 중 1만1446명은 기간제 노동자, 1100여명은 단시간 노동자로 나타났다.

또 다른 고용 창출 기여도가 높은 업종인 정보통신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1년 사이 임금노동자가 8만8천명 늘었는데 이 중 70.1%는 비정규직이었다. 2020년에는 정보통신업의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15.7%가 비정규직이었으나 1년 만에 21.3%로 5.6%포인트나 급격히 뛰어오른 것이다. 이는 ‘평생직장’ 문화가 취약해 이직이 잦은 아이티(IT) 업계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하청과 외주가 일반화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굳어지는 것이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 네이버와 카카오의 정기공시를 보면 이런 의심은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주식회사’는 1년 사이 소속 노동자가 600여명 늘었는데 이 중 95.6%는 정규직 노동자였다. ‘주식회사카카오’도 1년간 늘어난 소속 노동자 530여명 중 83.2%가 정규직이었다. 대형 아이티 기업들에만 소수의 정규직 일자리가 몰리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하청업체와 외주업체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거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서 활동하는 노동단체 ‘노동자의 미래’의 박준도 정책기획팀장은 “코로나19로 아이티 분야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대개 외주 형태다. 외주업체는 일감의 변동폭이 커서 주로 임시직을 쓴다”며 “지금은 단기 임시직 중심으로 채용이 늘고 있지만, 어느 순간 고용 안정을 위한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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