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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식에 반해 ‘미쉐린 식당’ 맡겨놓고 한국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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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셰프 파브리치오 페라리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운영하다 한식에 빠져 3년 전 한국에 정착

“韓특산품 이용한 요리 소개할 것”

조선일보

파브리치오 페라리 셰프가 지난 20일 서울 세종대 컬리너리스쿨에서 직접 만든 음식에 꽃 장식을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한국인과 이탈리아인 모두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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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산 치즈로 만든 크림소스에 돼지 불고기, 김칫소로 채운 방울토마토. 얼핏 들어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이탈리아 셰프 파브리치오 페라리(42)는 “먹어보면 의외로 잘 어울릴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컬리너리스쿨(요리학교)에서 만난 그는 기자에게 요리를 해보이며 “한국과 이탈리아의 음식 정체성을 녹인 요리”라고 했다. 한식의 대표 격인 불고기와 김치에 이탈리아 음식의 필수 재료인 토마토와 파르메산 치즈를 더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앞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음식의 상징과도 같다”고 했다.

파브리치오 셰프는 이탈리아 밀라노 근교에서 해산물 파인 다이닝(고급 외식) 식당을 운영하던 오너 셰프다. 그의 식당은 2006년부터 15년 연속으로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성공적인 셰프로 인정받았지만 2019년부터는 이탈리아를 떠나 한국에 살고 있다.

파브리치오 셰프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11년. 그의 수셰프(부주방장)로 한국인을 만났다. 평소 발효 음식에 관심이 많던 그는 수셰프로부터 김치를 비롯한 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한식에 매료됐다고 했다. 2016년에 한국 정부가 세계 각국에서 주최한 한식 경연대회에 참가해 밀라노 지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방문의 기회를 얻었고, 2018년엔 케이블 예능 ‘한식대첩’에 출연했다.

이후 ‘한식을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2019년 한국에 다시 왔다가 아예 한국에 정착하게 됐다. “처음엔 이렇게 오래 한국에 살게 되고 가족까지 데리고 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저의 요리와 경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경험을 쌓고 싶어서 온 건데, 이곳의 문화와 친구들을 비롯해 모든 것이 좋아서 계속 머물게 됐습니다.” 이달 중순엔 아예 아내와 일곱 살배기 딸도 데리고 왔다. 그는 “오늘 딸이 한국에서 처음 학교에 가는 날”이라며 “가족을 못 보는 게 한국에서 유일하게 힘든 점이었는데 이마저도 해결됐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방송과 유튜브 활동을 하면서 ‘파브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그는 설렁탕집과 보쌈집 등을 다니며 여러 종류의 김치를 연구했고, 음식 맛을 고민하는 골목 상권 자영업자들에게 이탈리아 피자와 파스타 레시피를 쉽게 알려주기도 했다.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전달하는 그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14만명에 달한다. 세종대에선 2020년부터 셰프 지망생과 주부 등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파브리 셰프는 “서양인에게 까다로운 한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세계적으로 한식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강하게 발효가 된 음식이나 매운 음식 등은 서양인 입맛에 잘 맞지 않다”며 “그들 입맛에 맞추면서도 한식의 맛을 알릴 수 있는 요리를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각 지역 특산품으로 만든 요리를 이탈리아에 소개하는 등의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양 음식과 한식을 결합한 음식을 한국인들에게 소개하는 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오늘 요리한 ‘퓨전 불고기’ 같은 음식을 선보일 식당을 한국에 열고 싶습니다. 그 식당도 미쉐린 스타를 받는다면 더 없이 좋겠네요.”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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