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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미국,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에 철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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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삼면으로 포위한 가운데 러시아계 반군과 대치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소도시 고를로프카에서 23일 참호 속 우크라이나 군인이 잠망경으로 외부를 관측하고 있다. [AFP=연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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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의도를 꺾기 위해 금융제재 외에 반도체 수출 금지와 인근 국가에 미군 파병 등 강력한 압박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난 23일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자국 외교관 가족에게 철수를 명령했다. 자국민에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여행 경보를 4단계 중 최고인 ‘여행 금지’로 강화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자국의 기술과 디자인을 사용해 제조한 반도체의 러시아 수출을 막는 강력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반도체는 찾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이 제재는 거의 모든 반도체의 반입을 막아 경제 전반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WP는 평가했다.

반도체 제재시 한국 경제에도 타격

대러 반도체 수출을 막을 경우 전자·항공·우주 등 반도체를 쓰는 첨단기술 분야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휴대전화 등 소비자 제품 가격의 상승과 수급 불안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 거래 금지 같은 통상적인 금융 제재보다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때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에 이렇게 제재한 적은 있지만, 한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반도체 제재를 추진하는 건 처음이어서 시행될 경우 ‘역대급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반도체 수출국인 한국과 대만 등은 물론 전 세계의 공급망에 영향을 주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접경하거나 가까운 동유럽과 발트해 연안의 나토 회원국에 수천 명의 병력을 증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국방부 고위 관리들은 지난 22일 캠프 데이비드 비공개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군함·항공기와 함께 1000~5000명의 병력을 동유럽과 발트해 연안 나토 회원국에 증파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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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공군 병사들과 민간인이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탄약을 화물 운반용 팔레트에 적재·포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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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당국자는 “상황이 악화할 경우 파병 인원이 그 10배로 증가할 수도 있다”며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이 커진 우크라이나에 지금까지 150명 규모의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고 22~23일 무기와 탄약 등 군수물자를 각각 보냈지만, 병력 증파 카드를 꺼낸 건 처음이다. 나토 차원에서도 동유럽 동맹국에 군함과 전투기 등을 추가 파견할 예정이라고 24일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미국과 나토의 병력 증파 검토는 우크라이나를 압박해온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20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낸 뒤 또 다른 국제 분쟁에 휘말리는 걸 피해 왔다”며 “러시아를 겨냥한 병력 증파가 확정되면 최근까지의 절제된 태도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공영 라디오 NPR도 “미 행정부는 그간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자극적인 행동을 피해 왔지만, 이젠 관련 부대들이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며 “미군 증파 지역은 루마니아·폴란드·불가리아·헝가리 등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폴란드엔 미군 4000명과 나토군 1000명이 주둔 중이며, 발트해 연안 나토 회원국인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도 약 4000명의 나토 병력이 파견돼 있다.

한국대사관은 정상업무, 교민 800명 체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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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 우크라이나 군사력 비교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키예프 주재 미국대사관 내 모든 공무원 가족에게 출국을 명령했다”며 비필수 공무원도 희망하면 출국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국무부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대로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 때문에 지금 이 조처를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현재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은 정상적으로 외교 업무를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교민 800여 명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거주 중인 교민은 없다고 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 CBS·NBC·CNN 일요 시사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외교의 길이 여전히 열려 있지만, 러시아가 공격하면 신속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결정하는 데 베이징 겨울올림픽 일정은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발언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관계를 고려해 2월 초 베이징 올림픽 기간은 피하지 않겠느냐는 일부 관측을 부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박현주·이지영·김홍범 기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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