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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아프간 합법 정부 인정받겠다”…노르웨이서 외교전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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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방 첫 방문, 미국 등과 회담
국제사회 “잘못된 신호” 비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 대표단이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장악 이후 처음으로 서방국가를 방문해 연쇄 회담을 한다. 국제사회에서 아프간의 합법 정부로 인정받으려는 탈레반의 외교전이 시작되면서 찬반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아프간 인권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탈레반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AFP통신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아미르 칸 무타기 외무장관이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이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호텔에서 아프간 여성 운동가, 언론인 등과 만나 인권과 인도주의적 지원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24일 미국·영국·프랑스, 25일엔 노르웨이 등과 연쇄 회담하고 국제사회에 동결된 자국 자산 100억달러(약 11조9000억원)에 대한 동결 해제 등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이후 해외 원조가 일제히 중단된 데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유엔식량계획(WFP) 추산 아프간 전체 인구의 98%가 굶주림을 겪는 등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첫날 일정을 마친 탈레반 대표단 인사인 샤피울라 아잠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서방 관리들과의 회담은 “아프간 정부를 정당화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이런 형태의 초청과 소통은 유럽 공동체, 미국 또는 많은 다른 나라가 아프간 정부의 잘못된 모습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니켄 위트펠트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이번 회담이 “탈레반을 정당화하거나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슬로의 노르웨이 외무부 앞 광장에 모인 200명의 시위대는 탈레반과의 회담을 규탄했다. 시위에 참여한 아프간계 노르웨이인 아흐만 야시르는 “탈레반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권을 잡았을 때나 그 이전에도 늘 잔인했다”고 말했다.

오슬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 콜롬비아 내전 사태 해결 등 각종 국제사회 분쟁 해결을 위한 평화회담 장소로 자주 활용돼왔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이 탈레반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식하고 공식 외교무대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방국가 대표단은 이번 회담에서 탈레반에 소수 민족·종교 그룹과 권력 분점 및 여성 인권 향상을 아프간 제재 해제를 위한 최우선 선결조건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레반은 권력을 장악한 이후 광범위한 규제를 시행했는데 여성에 대한 제재가 특히 많다. 여성들은 보건·교육을 제외한 분야에서 대부분 취업이 금지되어 있다. 6학년 이상부터는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으며 외부 이동시에는 얼굴 일부를 천으로 가리는 히잡을 착용해야만 한다. 톰 웨스트 아프간 특사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성명을 통해 “대표성 있는 정치체제의 구성, 긴급한 인도주의 및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안보와 대테러 우려, 인권, 특히 소녀와 여성을 위한 교육”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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