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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박정희의 꿈' 백곰 미사일 개발자, 홍용식 인하대 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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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용식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가 24일 오전 미국 워싱턴 D.C. 자택에서 별세했다. 사진은 대한항공 기술연구소 부소장 시절.[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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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과학자 데니스 홍 UCLA 교수 부친



1970년대 국산 미사일 로켓 백곰 개발을 이끌었던 한국 항공우주공학계의 선구자 홍용식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가 24일 오전 미국 워싱턴 D.C. 자택에서 별세했다. 90세. 천재 로봇개발자로 유명한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고인의 둘째 아들이다. 고인은 지난해 말 갑작스런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으며, 최근까지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가족들과 지내왔다.

차남 데니스 홍 교수는 “최근 일주일 간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다음 세상이 있다고 믿지는 않아도 두렵거나 무섭지 않으며, 삶에 후회는 없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데니스 홍 교수는 최근 그의 페이스북에 자택에서 담담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홍 명예교수의 모습을 사진으로 올리며, 부친의 죽음이 가까웠음을 지인들에게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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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9월26일 충남 안흥시험장에서 국내최초의 지대지 미사일 백곰의 성공적인 발사직후 박정희 대통령이 미사일 옆에서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들로부터 기체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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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박정희의 해외 과학자 유치로 귀국



고인은 6.25 전쟁 당시인 1951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전쟁 직후인 1955년 학부를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어번대를 거쳐 일리노이대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워싱턴대에서 기계공학 박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 보잉사의 연구원으로 일하던 홍 교수는 1974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미사일 개발과 과학자 유치에 호응해 귀국, 국방과학연구소에 근무했다.

홍 교수는 생전 자서전 『나는 그때 있었다』와 신문사 기고에서 “미 공군의 우주국을 지원하는 연구소인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에서 군용 스페이스 셔틀과 ICBM에 관한 일을 하고 있던 1972년에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 심문택 소장에게서 함께 일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며 “당시 심 소장과 함께 유럽의 방위산업계와 연구소 등을 약 한 달간 시찰한 후 ADD 항공우주담당 부소장으로 부임하면서 1974년에 가족과 함께 귀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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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9월 26일 충남 서해안 안흥기지에서 열린 국산미사일 '백곰' 시험발사에 박정희 대통령이 창공으로 솟구치는 미사일(원내)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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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통의 꿈' 핵 탄두용 미사일 백곰 개발 이끌어



홍 교수는 당시 미사일 개발 목표를 사정거리 500㎞, 탄두 중량 500㎏이었으며, 최종목표가 핵탄두를 운반하는 로켓 개발이었다고 회고했다. 홍교수는 “귀국한 지 얼마 안 되어 국방과학연구소에 당시 김종필 총리가 방문했다”며“그때 우리 연구소 간부 몇명이 모인 사적인 자리에서 핵개발에 성공하면 한 사람당 1억원씩 주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무기 탑재용 미사일 로켓 개발 계획은 미국의 압력으로 무산됐다. 이로 인해 미사일 개발도 사정거리와 탑재 하중이 축소되고, 이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ADD 연구소 미사일 담당 연구원 수도 대폭 감원됐다고 홍 교수는 회고했다.

고인이 개발에 참여했던 미사일은 1978년 9월 충남 안흥시험장에서 발사에 성공한 백곰 미사일이다. 현장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참관했으며, 사거리 200㎞를 날았다. 당시 세계 7번째 지대지 탄도 미사일 개발이었다. 백곰 미사일은 이후 연구가 이어져 오늘날 현무 미사일로 진화했다. 백곰 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던 일부 과학기술자들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 들어가 우주로켓 개발에 참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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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식(가운데) 인하대 명예교수가 최근 미국 워싱턴 D.C.자택에서 딸 수진씨와 차남 데니스 홍(원서)씨를 안고 있다. 홍 교수는 최근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직후 건강이 급속히 악화됐다. [사진 데니스 홍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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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박근혜 대통령과 깊은 인연



홍 교수는 박정희ㆍ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도 적었다. 그는 “한번은 소장과 나를 청와대 대통령 사저에 외부인사 없이 저녁식사에 초대했다”며“대통령이 시바스 리갈 양주를 직접 따라주고 그 당시 박근혜 양은 안주 접시를 날라주는 등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대접받은 일도 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당시 박근혜 양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과학자들의 모임 등에도 자주 나가는 등 연구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민병희 인하대 영어교육과 명예교수(부인)와 슬하에 2남1녀를 뒀다. 천재 로봇과학자로 유명한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외에 장남 존 홍(한국명 홍준서)씨는 미국 국방연구원 부원장, 딸 줄리 홍(한국 명 홍수진)씨는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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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식 인하대 명예교수가 미국 워싱턴 D.C. 자택에서 휠체어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사진 데니스 홍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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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식

1932년 서울 생

경기고-서울대 기계공학과

미국 일리노이대 기계공학 석사

미국 워싱턴대 기계공학 박사

미국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 연구원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 부소장

인하대 공과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대한항공기술연구원 부원장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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