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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잠 못 자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 붕괴현장 주민들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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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무너지는 장면 자꾸 떠올라

일상 생활도 제대로 못해” 호소

2차 붕괴 우려에 이재민 생활도

타워크레인 해체로 수색 본격화

5명 매몰추정 22~38층 정밀조사

경찰, 수사체제 격상·인력 확대

세계일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4일째인 24일 오후 조명이 붕괴된 구역을 비추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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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집에 못 들어가겠어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직후 내려진 주민 대피령으로 난데없이 이재민 생활을 한 김모씨는 24일 울분을 터트렸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100m 떨어진 A아파트에 사는 김씨는 대피령 이후 간단한 짐을 꾸려 나와야 했다. 사고현장에서 2차 붕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전문가들의 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조치다.

A아파트 109세대 주민들은 김씨처럼 지난 11일 사고 당일부터 22일까지 12일간 ‘이재민’ 생활을 했다. 기울어져 있는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대피령이 해제돼 집으로 돌아온 이재민들은 불안과 공포속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사고 현장 인근 아파트에 사는 이모씨는 “잠을 자는데 새벽에 사고 현장에서 뭐가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며 “이후 또 사고가 날지 모르는 불안감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대피했던 대부분의 주민들은 붕괴 현장에 대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붕괴사고 현장을 목격한 상가 한 주민은 “밤에 눈을 감으면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끔찍한 장면이 떠오른다”며 “주변에서 나는 조그마한 소리도 굉음으로 들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인근 주민들의 불안한 생활은 실종자 구조가 장기화 되면서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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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물 헤치며…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2주째인 24일 구조대원들이 22층 잔해더미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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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현장 주변 상인들은 이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서구청은 사고 수습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변 상인들로 구성된 화정아이파크건설현장 피해대책위원회는 이날 사고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2월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무단 방류하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증거 자료를 확보해 서구에 민원을 넣었으나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피해대책위원회는 “오·폐수 외에도 낙석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서구에 민원을 넣었다”며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현장 확인을 소홀히 하고 민원 처리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실종자 수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이날 고층부에서 처음으로 소형 굴착기를 이용해 콘크리트 잔재물을 제거하는 등 피해자 5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22~38층에서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나섰다. 전국 소방력 동원령이 발령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합류한 전문 구조대원 17명과 인명구조견을 현장에 투입해 정밀 수색 작업을 벌였다. 구조대원들은 네팔 등 해외 재난현장에 동원되는 등 대형사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도시탐색 구조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전진지휘소가 차려진 붕괴 건물 20층까지 원활한 보급품 이송을 위해 고가사다리차를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은 붕괴 사고와 관련해 수사체제를 격상하고 수사 인력을 늘렸다.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이날 수사본부장을 김광남 수사본부장(경무관)에서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으로 격상했으며 수사 인력을 69명에서 89명으로 증원했다. 수사본부는 이날 현재까지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41명을 조사해 이 중 10명을 입건했으며 14명은 출국금지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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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2주째인 24일 한 구조대원이 인명구조견과 함께 실종자 수색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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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27일부터 중대 재해 처벌법이 시행되고 학동 참사 이후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사고가 재발해 광주부터라도 부실시공을 끝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광주시는 부실 공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준공검사 과정에서 하자를 걸러내고 부실, 불법이 상존하는 현장에는 즉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무리한 공기단축, 시방기준 미준수, 불량자재 사용, 불법 하도급, 하자 있는 준공검사 등이 나타날 경우 영업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을 통해 제재할 계획이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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