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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63번째 도전 첫 8강 코르네 "당신과 그렇게도 만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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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8강 갔더라면 만났을 도키치가 첫 8강 인터뷰 사회자로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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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후 서로 포옹하는 코르네(왼쪽)와 사회자 도키치.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메이저 테니스 대회 63번째 출전에 처음으로 8강 무대에 오른 알리제 코르네(32·프랑스)의 경기 후 인터뷰 사회를 맡은 사람은 2000년 윔블던 4강까지 진출했던 옐레나 도키치(39·호주)였다.

세계 랭킹 61위 코르네는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 단식 4회전에서 시모나 할레프(15위·루마니아)를 2시간 33분 접전 끝에 2-1(6-4 3-6 6-4)로 꺾고 8강에 올랐다.

2005년 프랑스오픈에서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 데뷔전을 치른 코르네는 그로부터 17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8강 대진표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 호주오픈부터 올해 이 대회까지 최근 메이저 대회 60회 연속 출전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였지만 한 번도 8강에 들지 못했던 코르네는 이 부문 신기록까지 세웠다.

종전 기록은 타마린 타나수가른(태국)이 45번째 메이저 대회 출전인 2008년 윔블던에서 처음 8강에 진출한 것이었다.

1년에 메이저 대회가 4차례 열리므로 코르네는 타나수가른보다 4년 정도 더 기다려서야 메이저 첫 8강 숙원을 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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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제 코르네
[AP=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이날 코트 위에서 인터뷰 사회를 맡은 사람은 도키치였다.

둘은 인터뷰 시작 전부터 서로 포옹하며 감정이 북받친 모습이었다. 먼저 도키치가 둘의 사연을 소개했다.

도키치는 "13년 전인 2009년 호주오픈에서 제가 먼저 8강에 올라 있었고, 코르네와 디나라 사피나(러시아) 경기 승자와 제가 8강에서 만나는 대진이었다"며 "제 기억에 그때 코르네가 매치포인트까지 잡았지만 결국 패했고, 이번에 처음 메이저 대회 8강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코르네는 사피나에게 1-2(2-6 6-2 5-7)로 져 8강에 들지 못했고, 이후로도 메이저 16강에 네 번 더 올랐지만 16강전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코르네는 "그때는 정말 당신과 간절히 (8강에서) 만나기를 바랐다"며 "하지만 그러지 못해 너무 실망스러웠고 고통스러웠다"고 13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13년이 지나 저는 아직 여기에 있고, 당신은 그쪽에 있네요"라고 말하자 도키치는 "어떻게 아직도 계속 선수일 수가 있느냐"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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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33분 접전 끝에 8강에 오른 코르네(위)와 접전 끝에 패한 할레프.
[AFP=연합뉴스]



이날 33도까지 오르는 더위 속에 2시간 33분 접전을 벌인 코르네는 "17년간 포기하지 않았다"며 "다시 도전하기에 늦을 때는 없었다"고 그동안 묵묵히 도전해온 자신의 테니스 여정을 돌아봤다.

그는 "30분 만에 머리가 무거워지고, 앞도 잘 안 보일 정도로 힘들더라"며 "할레프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털어놨다.

경기 내내 두 선수는 라켓을 지팡이처럼 짚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사투'를 치렀다.

도키치는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너무 힘든 것 같으니 빨리 인터뷰를 끝내겠다"고 13년 전 자신의 8강 상대가 될 뻔했던 코르네를 배려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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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네(왼쪽)와 도키치
[EPA=연합뉴스]




그런데 이때 코르네가 "잠깐 할 말이 있다"며 시간을 요청했다.

코르네는 도키치를 향해 "당신이 살아온 과정을 응원하고 축하한다"며 "당신은 훌륭한 선수였고, 지금은 훌륭한 해설가"라고 덕담을 건네고는 팬들에게 박수를 유도했다.

17살 때인 2000년 윔블던 4강에 오르고 세계 랭킹도 4위까지 기록했던 도키치가 2017년 자서전을 통해 현역 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은 사실을 털어놓고 부상 등으로 부침을 겪었던 것에 대한 위로와 응원이었다.

또 도키치는 최근 자신의 체중이 증가한 것을 비난하는 일부 네티즌들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는데 코르네의 이날 응원은 여러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인터뷰를 끝내고 코르네와 도키치는 사회자와 선수가 아닌 인생의 동반자가 된 것처럼 서로를 끌어안고 격려했다.

13년 전 8강에서는 만나지 못했지만, 더 뜨거운 만남이 코트 위에서 결국 성사됐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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