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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오미크론 우세변이 됐는데… '설에 고향 가지 말라'고만 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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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7000명 돌파… 역대 최다 예약
16~22일 오미크론 검출률 50.3%
기약 없는 동네 의원 코로나 진료
명절 앞두고 또 “고향 방문 자제”
한국일보

24일 서울 송파구청에서 한 직원이 지난 한 주간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은 7,513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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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가 결국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우세종이 됐다. 24일 신규 확진자 수는 오후 9시 기준 집계치로는 처음 7,000명을 넘어서면서, 하루 확진자가 사상 최다인 9,000명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방역과 의료 체계를 싹 바꾸는 ‘오미크론 대응 단계’는 시작도 못한 채 정부는 ‘대국민 담화’만 내놓았다. 확진자 1만 명을 코앞에 두고 “설 연휴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호소만 한 담화문은, 공허했다.

‘적절한 타이밍’은 도대체 언제


2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6~22일)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50.3%를 기록했다. 국내 감염 건수의 18.5%에 대해 유전자 분석으로 변이 종류를 확인한 결과 오미크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49.7%인 델타를 제치고 오미크론은 국내 유입 8주 만에 우세 변이로 자리 잡았다. 델타(14주)보다 훨씬 빨랐다.

오미크론 누적 감염자는 9,860명이다. 셋째 주 동안만 4,830명이나 늘었다. 이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집계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437명으로, 동시간대 역대 최다다. 직전 최다치는 22일 6,596명이었다. 이에 따라 25일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는 9,000명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시한 오미크론 대응 단계 기준인 △우세 변이화 △7,000명대 확진 지속의 두 가지에 모두 도달했다.
한국일보

지난달 9일 경기 수원시 에스디바이오센서에서 한 연구원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키트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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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는 26일부터 광주·전남, 경기 평택·안성시의 4개 지역만 대응 단계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응 단계는 중증 환자에 집중하기 때문에 경증과 무증상 환자 관리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어서 적절한 타이밍을 보고 있다”거나, “의료 여력과 PCR검사 역량이 아직 큰 편이고 전환 이후 국민 수용성도 중요한 만큼 시점을 고민 중”이라는 여러 설명을 내놓았지만, 준비가 덜 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신속항원검사 확대, 1월 말? 2월 초?


당장 26일 뚜렷하게 달라지는 건 광주 등 4개 지역 선별진료소와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신속항원검사가 도입되고, 기존 PCR검사엔 우선 순위가 생기는 정도다. 이 조치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는 시점은 1월 말이나 2월 초다. 대응 단계의 핵심인 ‘동네 의원 코로나 진료’는 더 늦어질 공산이 크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의원 진료에 대해 “한꺼번에 전환되긴 어렵고, 지역별로 준비되는 의료기관부터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이 확산하면 집 앞 의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국민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진료 체계부터 만들고 나서 검사 방식을 전환해야 하는데,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는 위음성(양성인데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 때문에 감염자를 놓칠 가능성이 있어 전체 확진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칠 텐데, 정부가 동네 의원 진료 시점을 아직도 내놓지 않는 건 정말 잘못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김부겸(오른쪽)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설 연휴 코로나19 방역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가운데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왼쪽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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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설 연휴 가급적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미크론 이전 명절들과 달라진 건 “마스크는 KF80 이상만 써 달라”는 정도다. “방역과 의료 대응 체계를 지금 상황에 맞게 전환하는 일도 앞당기겠다”면서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채윤태 성남시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나리오별로 계획이 뚜렷하게 나와 있어야 할 시점인데, 대응이 많이 늦었다”고 답답해했다.

오미크론 중증도, 델타와 독감 사이


한편 방대본은 국내외 연구결과를 종합한 결과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델타 변이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의 중간 정도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은 0.16%로, 델타(0.8%)의 5분의 1 수준이다.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성인이 화이자로 3차 접종을 하면 2~4주 뒤 오미크론에 대한 중화항체(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면역 단백질)가 10.5~113.2배 증가했다고도 방대본은 설명했다. 주사약 ‘베클루리(성분명 렘데시비르)’와 먹는 약 ‘팍스로비드’는 오미크론에 감염됐을 때 입원과 사망 위험을 80% 이상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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