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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무분별한 야생동물 수입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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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왜냐면] 박현지 |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기후위기로 인해 생태계 취약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 지구적으로 생물다양성 의제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이 발표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따라 생태계 분포와 기능 및 상호작용이 변화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세계의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해서는 강력한 적응 및 혁신·보존의 노력, 이전에 시도된 적 없는 적응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물다양성 감소의 원인인 기후변화, 침입외래종 유입, 남획, 오염 중 ‘침입외래종 유입’은 기후변화와 강력하게 연결되어 생태계에 더욱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침입외래종은 서식지 경합, 고유종과 교배, 전염성 질병 전파 등을 통해 고유종에 악영향을 미치고, 기후변화가 외래종의 비의도적 유입·정착·확산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전 지구적 의제로 다뤄지고 있는데, 유엔(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에 ‘침입외래종 유입의 방지·통제·제거를 통한 생물다양성 손실의 중단’을 명시했다.

우리 정부는 ‘흑색 목록제’ 방식의 외래종 수입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환경부는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생물을 ‘생태계교란 생물’(이하 교란종), ‘위해우려생물’ 등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실제 수입되는 야생생물 중 관리 목록에 속하지 않는 종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며, 그 개체 수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 생물들은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야생동물 카페나 개인 등에 의해 무분별하게 거래·번식되는데, 이 중 어느 종이 우리 생태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

서울대 수의대 이항 교수팀이 진행한 ‘야생동물 판매·개인소유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2020)에 따르면 연간 188종, 31만9380개체의 야생동물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야생동물은 사육이 까다롭기 때문에 유기 또한 심각한 수준인데,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가 분석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신고된 유기 야생동물은 314개체였다. 여기에는 ‘위해우려생물’로 지정된 라쿤을 포함해 히말라야 원숭이, 북극여우 등 포유류, 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을 비롯해 킹스네이크, 볼파이톤(공비단뱀) 등 파충류,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개인 사육이 금지된 앵무 등 조류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외래종 유입 증가에 따라 교란종도 1998년 3종에서 현재 1속34종으로 대폭 증가했는데, 대부분 애완, 식용 등을 위해 의도적으로 유입된 사례다. 환경부는 2015~2019년 사이 교란종 퇴치를 위해 51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출했으나 그 효과는 적다. 이는 침입외래종의 사후관리 방식인 흑색 목록제의 치명적 단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외래종 유입과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해 우리 생태계를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줄 수 있는가 여부는 현재에 달렸다. 이제라도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내 생태계에 안전한 생물종에 대한 수입만 가능하도록 하는 ‘백색 목록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생태계를 보전하고, 나아가 야생생물의 무분별한 수입·사육 문화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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