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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힘을 통한 평화" 尹의 외교안보 비전에 與 "무능한 선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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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외치는 평화가 아닌 힘을 통한 평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4일 발표한 외교안보 공약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였다. '말로 외치는' 현 정부와 자신의 방향을 대비시키는 콘셉트다. 이날 "민주당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완전히 실패했다"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운 윤 후보에 대해 외교가에선 "제재 일변도의 과거 보수 정부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거나 "핵개발 완성 단계의 ‘새로운 북한’과 마주한 ‘뉴노멀’에 대처할 명쾌한 해법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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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외교안보 글로벌 비전 발표를 갖고 있다.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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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란 주제로 발표한 윤 후보 공약의 큰 줄기는 네 갈래로 압축된다.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 ▶신뢰 회복을 통한 한·미동맹 재건 ▶한국형 3축 체계 복원을 통한 북핵 대응능력 강화 ▶전략 물자의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경제안보 외교 강화다. 윤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 발표는 애초 26일로 예정됐지만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외교안보 메시지가 시급하다”는 후보의 요구로 이틀가량 앞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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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했던 신형 ICBM은 화성-15형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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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는 국제적 대북 제재를 유지하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시 유엔 제재 면제를 고려할 것”이라 말했다. 윤 후보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평화협정과 전폭적인 경제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한 걸음 움직여야 우리도 한 걸음 나아가겠단 상호주의 전략이다.

윤 후보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의 첫 단계를 묻자 “북한이 국제사회에 핵 시설을 완전히 오픈하고 전면적인 사찰을 허용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판문점이나 미국 워싱턴D.C에 남·북·미 연락 사무소를 설치해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고, 북한 인권 문제는 정치적 고려 없이 제기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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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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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윤 후보의 주장에 일각에선 비핵화의 첫 단계라 밝힌 핵사찰의 문턱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반적인 북핵 협상은 사찰이 아닌 동결→신고→검증의 순서로 진행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핵사찰을 허용 의사를 밝힌 건 2005년 9.19 합의 이후 이를 계승한 2007년 2.13합의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2018년 평양선언에서 유관국 전문가의 참관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가 포함됐지만 이를 핵시설로 보기엔 무리란 평가가 많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협상 첫 단계부터 핵시설 사찰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윤 후보가 실제 북한과의 협상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보단 결국 제재 중심의 대북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이 핵시설을 포기하면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될 때까지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이 떠오른다”고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 외교안보 정책에 관여한 복수의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은 참고하지도 않았다"며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사찰이 빠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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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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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한·미 동맹 공약에 대해선 재건(rebuild)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5년간 양국의 신뢰가 허물어졌다며 ▶한·미 간 연합연습(CPX)·야외기동훈련(FTX) 정상 시행 ▶성주 사드 기지 정상화 ▶한미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해선 ‘방치’라는 표현을 쓰며 “이렇게 하고 우리가 동맹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까지 성주 사드 기지에선 물자 반입 과정 중 시민들과 70여 차례 이상의 충돌이 있었다.

윤 후보는 앞서 논란이 된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선 정공법을 택했다. 윤 후보는 “선제 타격은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막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형 3축 체계 조기복원’을 공약했다. 3축 체계의 핵심인 선제타격 능력 확보(KILL CHAIN)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및 대량응징보복(KMPR) 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형 아이언돔 조기 전력화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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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외교안보 글로벌비전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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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지난해 요소수 사태 이후 부각된 ‘경제안보 외교 강화’ 전략에도 중점을 뒀다. 윤 후보는 “국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전략 물자의 공급망 다변화와 안전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 말했다. 이와 함께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를 모두 겨냥한 군 복무 경력 인정 법제화 및 민간·공공주택 청약가점 부여와 6·25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 수당 2배 인상도 약속했다.

윤 후보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비판에 공약 발표 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치권에선 선명한 안보 메시지를 통해 보수 유권자를 결집하려는 전술이란 말도 나왔다. 공약 발표 뒤 30분간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국내정치에 남북통일 문제를 이용하는 평화쇼”라 규정했고, 문재인 정부의 한·미 동맹에 대해선 “이런 정도로 신뢰가 허물어지면 이건 동맹이라 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추진하겠다는 ‘원자력 잠수함’에 대해선 “(신뢰가 허물어진) 나라에 조 단위 돈을 준다고 해도 어느 나라가 원자력 잠수함을 팔겠느냐”고 말했다.

윤 후보의 공약 발표에 대해 민주당에선 "무능·모순·사실왜곡만 보여준 선무당 공약"(선대위 황방열 대변인)"(선제타격은)유엔군사령부의 상황 판단도 필요해 한국 대통령 혼자 결정할 수 없다. 군사작전 계획의 기본도 모르는 후보"(홍영표 의원)이란 비판이 나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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