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국토부 "택배기사 과로방지 이행 양호" vs 노조 "강력한 유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서울 영등포구 CJ대한통운 물류센터. [한주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제대로 된 이행을 사측에 요구하며 지난달 말부터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사회적 합의 이행 상황이 양호하다는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체결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의 이행 여부에 대한 1차 현장 점검 결과 합의 사항이 양호하게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국토부는 사회적 합의가 올해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됨에 따라 이달 초부터 전국 택배 터미널을 대상으로 불시 점검을 하고 있다. 1월 둘째 주부터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택배 현장 심층 조사도 하고 있다.

◆ 국토부 1차 현장점검 결과 발표…위반 사항 없어


이번 점검 내용은 사회적 합의 핵심 사항인 '분류 전담 인력 투입 또는 택배기사 분류작업 수행 때 별도 대가 지급' 여부와 고용·산재보험 가입, 심야 배송 제한 준수 여부 등이다. 민관 합동 조사단은 국토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민간 전문가 등 7명을 1개조로 해서 총 5개조로 구성됐다.

이달 21일까지 현장 점검을 받은 택배 터미널 25곳 모두 분류 전담 인력을 투입했거나 분류 전담 인력을 투입하지 못한 경우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택배기사에게 비용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CJ대한통운의 터미널 현장 점검에서도 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점검지 25곳 중 분류 인력이 전부 투입돼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된 곳은 7곳(28%), 분류 인력이 투입됐지만 택배기사가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곳은 12곳(48%)이었다. 구인난 등으로 6곳(24%)에서는 택배기사에게 별도 분류 비용만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비노조 택배기사 연합 소속 택배기사들이 한 달여 이어지고 있는 CJ 대한통운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택배 기사들은 사회적 합의 시행 이후 전반적으로 작업 강도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배제돼 작업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터미널 내 분류 전담 인력이 충분히 투입된 경우에도 분류 인력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오전 9시 이전 출근하는 기사가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분류 전담 인력이 분류 작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한 경우라도 택배기사가 배송 경로에 따라 물품을 재배치하는 등 추가적인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소규모 분류장 등 터미널의 규모가 협소해 분류작업과 짐 싣기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등의 시설 한계로 택배기사가 일찍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전했다.

분류 인력 구인 비용은 올해 최저임금(9160원) 이상인 시급 9170~1만6000원 수준이었고, 분류 비용을 별도로 지급받는 택배 기사의 월 평균 수입은 약 50만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심야 배송 제한과 사회보험 가입 등의 사회적 합의 사항도 정상적으로 이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점검 대상 터미널에서는 오후 10시 이후 심야 배송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4개 택배사가 국토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각 택배사는 오후 9시 이후 시스템을 차단해 배송을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시스템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 노조 "노동시간 단출 효과 거의 없다"


다만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이번 국토부 발표에 대해 "애써 긍정적으로 발표하려 했음에도, 점검지 25개소 중 72%의 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여전히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국토부 발표에서조차 분류 전담인력이 충분히 투입된 경우에도 오전 9시 이전 출근하는 기사가 다수였음을 밝히고 있듯이, 이번 이행점검 결과 사회적합의 전면 시행일이 지났음에도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가 거의 나타나고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합의의 취지의 핵심은 택배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에서 해방하는 것"이라며 "즉 노동시간 단축이었으나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또 "국토부가 시일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인 것처럼 택배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점검 방식과 관련, 국토부는 노동조합 또는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이 안되고 있다고 제기하는 '신고'를 받아 확인하면 될 일을 '불시 점검' 운운하며 굳이 조사장소를 무작위 추출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노조는 "월요일에 분류인력이 투입되고 있지 않아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는 문제, 분류인력의 출근시간이 대부분 8~9시여서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에 투입되는 문제, 간선차가 오후에 들어와서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에 투입되는 문제, 그리고 이 경우들에 분류비용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점검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러한 여러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마치 택배사들이 합의사항을 양호하게 이행하고 있고, 일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발표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밝힌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국토부는 사회적합의 이행을 위한 택배요금 인상분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문제, 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 인상분의 절반 인상을 자신의 이윤으로 가져가는 행위를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국민들이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위해 허락해주신 택배요금 인상을 자신의 이윤으로 빼돌리려는 시도를 막지 않는다면, 사회적합의는 얼마든지 사문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부는 이 문제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감독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